[출장토크②]'쌈자신' 민경훈이 밝힌 가사 실수 많이 하는 이유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6-06-27 13:24 | 최종수정 2016-07-13 11:12


민경훈은 '아는 형님' 속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 그대로 익살스러운 포즈와 표정을 선보였다. 찌는 듯한 더위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이승미·전혜진 기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예능감'을 보여주고 있는 민경훈. 하지만 그는 예능인이기 전, 실력파 보컬리스트다.

2003년 데뷔한 밴드 '버즈'의 보컬인 민경훈은 노래 실력은 물론 '샤방'한 외모로 2000년대 초반을 뜨겁게 달궜다. 여성 팬들 뿐 아니라 '남자들의 노래방 선호곡' 1위를 수두룩 내놓으면서 남자들의 우상으로도 우뚝 서기도 했다.

하지만 민경훈은 가수 준비를 하기 직전까지도 자신이 가수의 길을 걷게 될 거라 1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게임에 심취해 있던 그는 '가수'가 아니라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학생이었다.

"제가 가수를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예전에 SM 소속 걸그룹 중에 '신비'라는 그룹이 있었어요. 신비 멤버 중 한 명이 저랑 아는 친구였는데 우리 학교 옆 학교에 다녔어요. 그 친구가 어디선가 보컬 구한다고 가보라고 해서 어느 연습실을 가게 됐어요. 처음에 저는 SM인 줄 알고 갔어요. 그런데 완전 허름한 지하방에 방음하려고 계란판을 덕지덕지 붙여있고 막 쥐가 다니는 곳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사기꾼인 줄 알았어요. 거기서 처음 버즈를 만났죠."


'사기꾼'이라고 생각할 만큼 믿음직스럽지 못한 곳이었는데도 불구, 민경훈은 도망치지 않았고 결국 버즈가 됐다. '도망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묻자 민경훈은 '어쩌다보니'라고 답했다.

"저 말고 멤버 형들은 1년 먼저 만나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어요. 다섯 명이나 있으니까 망해도 같이 망하는 거니까 괜찮겠다 싶었죠. 사실 그때는 연예기획사의 개념도 없어서 다 이런 거구나 싶었던 것도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꿈은 아니었지만, 가수가 된 민경훈은 행복했고 성공가도를 달렸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순간이 좋았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다."'왜 가수가 됐을까'라는 후회까지 했었다.


"버즈가 해체하고 집에만 있을 때 긴 슬럼프를 겼었어요. 도대체 내가 왜 가수를 한다고 해서 이런 우울함을 겪어야 하나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기분 다 없어졌어요. 마음이 굉장히 편해졌죠."


마음이 편해졌다는 말처럼 민경훈의 얼굴과 말에도 여유가 그대로 느껴졌다. 세월에서 오는 연륜과 더불어 방송을 통해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내비친 덕분이었다. 과거에는 그렇게 지우고 싶었던 '쌈자'를 캐릭터로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다.

"예전에는 '쌈자' 영상을 진짜 지워버리고 싶었어요. '쌈자'라는 말이 절 놀리는 것 같아서 싫더라고요. 근데 지금은 '쌈자'가 하나의 애칭이 돼서 괜찮아요. 그냥, 노래하다가 음이탈 난 거, 가사 잊어먹은 그런 동영상은 지금도 좀 지우고 싶네요."(웃음)

"제가 원래 기억력이 좋아서 가사는 잘 외우는데 순간순간 다른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노래 부를 때도 그래요. 노래를 부르다가 앞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노래를 부르면서도 계속 그 부분이 생각나요. 그러다 보니까 또 놓치고 가사 실수를 하게 되고 그런 동영상이 많이 남아있어요."

2000년 대 초반, 버즈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던 시절. 민경훈은 음악 방송 외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때문에 대중은 무대 위에서 멋진 록발라드를 열창하는 테리우스같은 보컬 민경훈이 이렇게나 웃긴 사람이지 미처 알지 못했다.

2014년, 8년 만에 재결한 버즈가 대중의 앞에 선 후 민경훈의 숨겨뒀던 '실체'(?)'가 드러난 것. 민경훈의 흑역사로 꼽히던 '쌈자'를 캐릭터로 받아들이더니 '아는 형님'을 통해 예능 호랑이 강호동을 꼼짝 못하게 할 만큼 타고난 예능감을 발산하고 있다.
민경훈의 이런 8년 만에 '외도'가 팬들에 입장에서는 섭섭할 수도 있을 터. 팬들이 민경훈에게 '우리만' 알고 있던 예능감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해야 한다는 섭섭함을 내비치진 않았을까.

"글쎄요. 섭섭한 팬들이 있으려나? 저한테는 그런 표현을 노골적으로 안 해서 잘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 열에 아홉은 제가 예능에 나오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제가 활동 하지 않을 때는 진짜 아~~무것도 안하거든요. 아예 집 밖으로 나오지도 않아요. 팬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런 모습이 더 싫었을 거예요. 그래서 오히려 예능 프로그램에서 매주 얼굴을 보여주는 지금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smlee0326@sportschosun.com, gina1004@ 사진=송정헌 기자 so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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