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뷰마'②] 장혁에 의한, 장혁을 위한, 장혁이라 가능한 원맨쇼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6-07-11 14:46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진정한 장혁 원맨쇼다.

KBS2 월화극 '뷰티풀마인드' 장혁이 완벽한 하드캐리로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뷰티풀마인드'는 공감 제로 천재 신경외과 의사 이영오(장혁)가 어느날 갑자기 시작된 환자들의 기묘한 죽음에 얽히기 시작하면서 사랑에 눈뜨고 인간성을 회복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장혁은 극중 공감 능력이 아예 없는 싸이코패스 이영오 역을 맡았다. 비록 드라마 자체의 시청률은 저조하지만 장혁의 연기에 대해서만큼은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분위기다.

사실 장혁에게는 몇가지 핸디캡이 있었다. 우선 '추노', '빛나거나 미치거나', '객주-장사의 신 2015' 등 연달아 사극에 출연하면서 이미지가 많이 소비됐다. 특히 '추노'에서 맡았던 대길 캐릭터 때문에 선입견도 진하게 생겼다. 당시 보여줬던 연기가 임팩트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무슨 연기를 해도 대길처럼 보인다는 한계에 부딪혔던 것이다. 또 연기 스타일 자체에 대한 호불호도 갈렸다. 장혁의 연기는 다소 과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감정 과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확실한 감정 표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통했지만 자연스러운 연기 스타일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과해보였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장혁이 '뷰티풀마인드' 출연을 결정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과연 감정 과잉형인 장혁이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이영오를 표현해낼 수 있겠냐는 의견도 많았다. 그러나 모든 건 기우에 불과했다. 장혁은 완벽하게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바로 코 앞에서 사람이 죽어도 일말의 죄책감이나 당혹감을 느끼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거의 로봇에 가까웠다. 차갑게 식은 얼굴과 덤덤한 대사 처리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감정을 아예 죽여버린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순간 장혁의 기분 좋은 뒤통수가 터졌다. 바로 5일 방송에서 신들린 자아분열 연기를 선사한 것이다. 싸이코패스라는 이유로 살인 용의자로 몰린 이영오가 자의식의 붕괴를 느끼고 자해까지 하는 모습은 소름끼칠 정도였다. 그런가 하면 현성병원에서 해임당한 뒤 행인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계진성(박소담)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모습은 누구라도 발을 동동 구를 만큼 안타깝고 애절했다. 천재적인 의술을 갖고 있었지만 결국 감정을 나누고 소통하지 못해 철저한 사회적 외톨이, 낙오자가 된 이영오의 상황을 실감나게 그려낸 것이다.

이처럼 장혁은 '뷰티풀마인드'로 인생 연기를 펼치고 있다. 장혁이 아니었다면 누가 이영오 캐릭터에 이만한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을지 가늠조차 안되는 상황이다. '추노' 대길을 완전히 지워내고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찾은 것은 물론 잠시 흔들릴 뻔 했던 '믿고 보는 배우' 타이틀을 확고히하는데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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