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오해영' 덕후 에릭이 박도경을 떠나 보내는 법(feat. 인생작)

전혜진 기자

기사입력 2016-07-01 08:07


[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제가 요즘 제일 흥미로워하던 일이 '또 오해영'을 보는 건데, 끝나버렸어요.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 모르겠네요."

박도경을 보내는 에릭이 남긴 말이다. 마치 '또 오해영'에서 박도경이 정신과 의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장면을 보는 듯 했다. 그만큼 보내는 마음에는 아쉬움이 가득해 보였다.

30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또 오해영'의 촬영을 끝낸 배우 에릭을 만났다. 에릭은 박도경을 연기한 소감과 종영의 아쉬움을 털어놨다.

에릭은 tvN 월화극 '또 오해영'이라는 인생작과 박도경이라는 인생 캐릭터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츤데레'부터 달달함까지, 그가 꺼낸 말 한마디한마디에 극중 해영이는 물론, 전국의 또또 해영이들 또한 울고 웃었다. 시청자들은 월요병을 잊게 만든 그를 보내기 아쉽겠지만, 가장 아쉬워 보이는건 에릭 본인이다.

"드라마가 안끝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끝났기에 이제 이 사람들을 못보고 '또 오해영'을 못본다는데 아쉬움이 크네요. 어제 쫑파티에서 배우들과도 동의한 부분인데, 다들 다른 작품에 빨리 빠져들지 못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지금까지 작품하면서 이렇게 합이 잘 맞는 배우, 또 좋은 현장이 없었던 것 같아요. 사고 하나 없이 웃으면서 서로를 도울 수 있었다는 것, 또 모든게 딱 맞아 떨어지는 작품을 앞으로는 못 만날 것 같아요. 배우로서 '인생작' 하나 갖기가 쉽지 않잖아요."


박도경에 대해 스스로 설명하는 에릭의 말투에는 여전히 애착이 가득 묻어 있었다. "박도경은 일단 큰 트라우마가 있고 그것을 감추려는 사람이에요. 어릴 적 소리없이 곁에서 사라져버린 아버지에 대한 기억, 힘들게하는 엄마 그리고 또 사랑했던 여자가 결혼식날 약속을 깨고 사라져버린 것들이죠. 그래서 결국 '감정불구'가 되어버렸어요. 상처가 많아서 또 다시 상처받기 싫어하는 박도경, 그걸 변화시켜 준게 해영이죠."

에릭은 그런 박도경을 연기하기 위해 "최대한 지문에 충실했다"고 전한다. 작가과 연출자의 의도에 충실하고 또 섬세히 표현한 '에릭표' 박도경은 제대로 여심에 안착했다. 그러나 '불새' '연애의 발견' 등 그간 감정을 주로 표현하는 쪽의 역할들을 맡았었기에 초반엔 내색하지 않는 박도경이 심심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박도경이라는 캐릭터가 갇혀있는 부분이 많아서 연기적으로 표현 할 때 단조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드라마는 초반에 좌지우지 되다보니 그동안의 박도경이 너무 심심하고 매력 없어 보이면 어쩌나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죠. 하지만 지날수록 도경이는 연기에 '여백'을 갖는게 좋다고 방향을 잡았어요. 실제 아픔 많은 사람이 액션이 크지도 않을 거니까요. 그런 여백들은 음악이나 연출로 메꿔지기에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감정선이 잘 전달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에릭이 연기한 박도경은 대한민국 굴지의 영화음향감독이다. 외모도, 능력도 완벽하지만 예민하고 까칠한 성격을 지녔다. 음향감독이라는 직업을 가진 박도경은 에릭의 마음에 쏙 들었다. 에릭과 극중 음향팀 식구들은 실제 '또 오해영'의 음향 감독에게 직접 배우며 이 또한 디테일하게 신경썼다. "현장에서 실제로 배울 수 있게 해주셨어요. 소리를 만들고 실제로 입히는 것들을 배웠고 또 많이 가르쳐 주셨죠. 사실 직업이라는게 그간의 드라마에선 그저 백수가 아님을 보여주는 장치일 뿐이었는데, '또 오해영' 에선 박도경의 청각과 직업 자체가 사건들과 굉장히 밀접하게 맞닿아 있었잖아요. 그렇게 깊게 다뤄져서 좋았던 것 같아요."


사실 에릭이 진짜 '또 오해영'을 보내기에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박도경보단 함께했던 사람이고 또 현장이다. 인터뷰 내내 그는 몇달간 머물렀던 현장을 '더이상 좋을 수 없는 곳'이라 표현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사실 스타가 되려면 조금 까칠하고 도도하고 안하무인이여야 잘 할 수 있을거라는 이상한 편견이 있잖아요? 그래서 착하고 남들을 배려하는 사람일수록 더 자기 어필도 못하고 주목받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착한 사람들이 주목을 받고 있으니 좋아요. 그들이 더욱 알려졌으면 좋겠고 더 응원하고 싶어요. 아무리 연기를 잘 하고 사랑을 많이 받아도, 실제 모습이 안그러면 응원하기 싫지 않나요? 진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작품이 잘 되서 너무 좋아요."

에릭은 함께 '또 오해영'을 만들어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실제 박도경과 같이 무심한듯 툭 내뱉는 말투였지만, 기저에는 따뜻한 마음이 가득 숨어있었다. 그는 "도경이랑 해영이 뿐 아니라 수경누나, 진상이,안나,녹음실 친구들까지 골고루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다들 아쉽겠지만 곧 다른 작품에 들어가 시청자들을 다시 만날텐데, 그때도 지금처럼 애정을 갖고 많이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오해영' 보는게 요즘 가장 흥미로웠던 일인데, 끝나서 그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다음주까지는 스페셜 방송이 있어서 기대중이에요. 특히 막판 2주정도 5일씩 날 새면서 촬영한 적이 있는데, 그때 (서)현진이가 큐 사인이 들어왔는데도 그 사이 잠들어서 '얌얌얌'이렇게 옹알이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비하인드에 꼭 좀 나왔으면 좋겠네요(웃음)"


gina1004@sportschosun.com사진제공=이엔제이엔터테인먼트,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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