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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나중에 죽으나 지금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김혜자. 자살을 결심하고 깨끗하게 차려입고 나서 도로 위에 섰지만 돌아오는 건 젊은 놈의 욕지거리. 죽음의 문턱에서 발끈한 김혜자의 모습에 웃음이 터지지만 이내 곧 우리네 이야기 같아 울컥하기도 하다.
그날 밤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온 것 같은 기분에 잠이 깼고 전등의 불이 깜빡깜빡했다. 하지만 다음날 CCTV를 확인해 본 결과 잠에서 깨 놀란 눈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밖엔 없었다. 자신의 모습이 꽤나 충격적이었던 조희자는 "나중에 죽으나 지금 죽으나 마찬가지지. 깨끗하게 죽어야 할 텐데"라며 자살을 결심했다.
깨끗하고 예쁜 옷을 차려입고 건물 옥상에 올라갔지만 자신이 떨어지면서 다칠 사람들을 생각해 자살 장소를 도로로 바꿨다. 도로 한가운데에서 미소를 지으며 팔을 벌렸고 때마침 거대한 트럭이 나타났다. 이 트럭은 조희자를 보고 차선을 변경해 사고를 피했고 철없는 조희자의 행동에 온갖 욕을 퍼부었다.
자살 시도를 하려던 조희자에게 보호자를 찾는 경찰. 조희자는 막내아들 유민호(이광수) 대신 문정아를 찾았지만 경찰은 보호자가 아니면 안 된다며 조희자를 향해 화를 냈다. 그는 끝까지 입을 다물었지만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경찰에게 캐러멜을 건네는 엉뚱한 행동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사실 조희자는 "다른 건 몰라도 풍이나 치매는 걸리지 말아야 할 텐데"라는 걱정을 안고 살았다. 자신을 애물 덩어리로 여기는 자식들에게 마지막까지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던 것. 특히 막내 유민호에겐 더욱 그러지 않고 싶었던 조희자다. 만삭의 아내와 함께 근근이 벌어 살아가는 유민호에게 늙은 몸뚱이까지 맡기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걱정하는 자식들에게 애써 "혼자서도 할 수 있다" 외쳐보지만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던 것. 심지어 깨진 조명 하나도 갈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고 초라해 보였고 그래서 그는 자살을 결심했다. 그래도 절대 울지 않는 조희자다. 오히려 "그간 잘 살았지, 조희자?"라며 미소를 지을 뿐이다.
과정은 다소 황당해 폭소가 터지지만 어느덧 정신을 차리고 보면 서글픔이 밀려온다. 아직 끝나지 않은 꼰대들의 이야기가 꼭 우리의 부모, 우리의 미래 같아 웃다가도 왈칵 눈물이 나는 '디어 마이 프렌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tvN '디어 마이 프렌즈'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