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를논하다①] 전문가들이 말하는 박신양의 연기는?

배선영 기자

기사입력 2016-05-19 16:15


[스포츠조선 배선영 백지은 조지영 기자] 한번 오열을 했다고 '연기의 신(神)'으로 둔갑하거나, 낯선 연기술을 보여줬다고 '발연기'로 치부되는 데 불편함을 느끼셨나요. 스포츠조선이 TV 드라마 속 배우들의 연기를 전문가의 식견으로 평가하는 새 기획을 선보입니다. '배우를 논하다'는 '좋은 연기란 무엇일까'라는 근원적인 물음에서부터 '배우의 연기는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라는 목표로 구상한 연기 보고서로서 국내 유수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통해 솔직하고 세밀한 평가를 들려줄 예정입니다. '리포트'의 자문단들이 첫 번째로 만난 배우는 KBS2 드라마 '동네 변호사 조들호'의 박신양입니다.



최근 tvN 예능 프로그램 '배우학교'에서 연기 스승으로 카리스마를 뿜어낸 박신양은 데뷔 27년차 배우다. 그의 이력에서 주목해 볼 것은 러시아 유학 경험이다. 러시아의 연출가이자 연극이론가, 또 배우이기도 한 콘스탄틴 스타니슬라브스키의 메소드 연기론이 배우 박신양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아마도 이 시기일 것이다.

메소드 연기는 배우가 연기를 함에 있어 단순히 모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과 배우가 심리적으로 완전히 융합되는 것을 지향한다. 실제 박신양은 '파리의 연인'의 능글맞지만 로맨틱한 재벌남 한기주, '쩐의 전쟁'의 두 얼굴을 가진 집요한 금나라, '바람의 화원' 속 뛰어난 재능을 가진 천재 화가 김홍도, '싸인'의 천재적이지만 밥맛 없는 법의관 윤지훈을 연기할 때마다 매번 그 캐릭터와 자신을 일체화 시키려고 노력해왔다. 인물을 자기화 시키는 과정에서 배우 고유의 개성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 또한 메소드 연기술 중 하나다. 철저하게 캐릭터와의 융합을 추구해온 박신양 표 연기는 이번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었다.

무려 3년의 공백을 깨고 컴백한 작품 '동네변호사 조들호' 속 박신양의 연기력에 대한 자문단들의 평가는 어떨까.

연기 자문단 한줄평

김태훈 세종 액팅클리닉 연구소 소장, 배진성 세종 액팅 클리닉 연구소 연구원 : 벤치에서 오래 쉬었나? 부상으로 쉬었던 축구 선수처럼 경기 감각을 끌어 올리는 중. 과도한 설정은 금물

서은혜 CNC 스쿨 원장 : 캐릭터 구축이 완벽에 가까우니 표현력은 보너스다. 새로움의 부재가 아쉬움이 남았지만 보이스와 전달력은 역시 뛰어났고 여느 배우 보다 흡입력 있는 배우다.

서희 국민대 미디어연기예술학부 외래교수 : 뻔한 스토리지만, 뻔하지 않은 연기로 fun한 드라마를 만들어 가고 있다.(그는 분명 순대 볶음 같이 소박하면서도 열정적인 인물 연기를 끌고 갔으나, 정작 그가 드라마 모니터링 할 때 ,편집된 장면들을 보며 스토리가 약해 아쉬워하지 않았을까라고 조심히 추측해본다)


안혁모 동국대 연극학부 외래교수 : 어느 작품에서도 실망시키지 않는 안정된 연기를 한다. 그러나 연기패턴이 드러나 더 이상 새로운 감동이 안 생기는 비슷한 연기를 한다.

윤상원 극작가 겸 연출가 : 커트 커트로 찍힌 장면이 롱 테이크인 것처럼 느껴지는 마법. 그만큼 박신양 배우의 시선 그리고 상대배우 사이에 밀도로 채워진 호흡이 극에 몰입도를 자연스럽게 끌어당긴다. 그의 시선에 주목해라.

박신양 연기력 부문별 평가

박신양의 연기력은 대본해석, 발성&발음, 표현력, 소통, 매력 총 5가지 부문별로 평가됐다. 자문단들은 한결같이 박신양의 대본해석 능력과 발성&발음 능력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대부분 자문단들이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준 것도 이 부문이었다. 표현력 역시도 박신양이 높은 점수를 받은 대목. 타 배우와의 소통력에 대해 점수를 주는 소통 부문 역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배우 그 자체가 가진 고유의 매력에 점수를 주는 매력 부문 역시 결과적으로 높은 평균 점수가 나왔지만 평가는 엇갈렸다. '박신양 만의 매력'에 높은 점수를 준 자문단이 있는 동시에 매력도가 떨어졌다고 평가하는 자문단도 있었다.


종합 : 박신양, 여전한 갓신양 VS 변화가 필요할 때

오랜 공백을 깨고 돌아온 박신양에 대한 자문단들의 평가를 종합해보면 그는 확실히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준 것은 분명하다.

박신양은 흔치 않은 카리스마를 갖춘 배우이자 극을 끌어가는 능력이 있는 배우이며 카메라의 기술적 메커니즘을 이용해 영리하게 연기하는 배우 중 하나이다. 윤상원 극작가 겸 연출가는 그의 연기에 대해 "커트로 편집된 장면이 롱테이크처럼 느껴진다"며 그만큼 밀도 있는 연기력을 추켜세웠다. 서희 교수는 "스토리가 빤하다고 해도 박신양의 혼신을 다한 연기만으로도 작품은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호평을 했다.

다만 안혁모 교수가 지적했듯 박신양의 지난 대표작들을 통해 그의 연기패턴은 이미 대중에 익숙해져 있으며, 비록 이번 작품이 3년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작품이라 할지라도 그 패턴은 이번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는 박신양의 연기방식이 문제라기 보다 지금까지 박신양이 연기해온 캐릭터의 성격이 엇비슷하다는 것에서 문제점을 찾아볼 수 있다.

박신양은 '바람의 화원', '싸인',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천재적일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지녔고 겉으로 보기에는 차가워보이지만 알고보면 정의감이 넘치며 따듯한 인간미까지 갖춘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세종 액팅 클리닉 연구소의 김태훈 소장과 배진성 연구원은 박신양을 부상으로 오래 쉬다 복귀한 축구선수에 비유하며 공백을 털기 위한 부담감이 과한 설정으로 드러나는 대목을 지적하기도 했다. 박신양은 대본에 드러난 내용에 자신의 해석을 더해 대사와 상황에 변형을 주면서 캐릭터를 연기한다. 이 과정에서 자칫 강약조절이 덜 된 모습이 발견되기도 하는데 이를 지적한 것이다.

배우란 본래 섬세하면서도 무뎌야 하는 존재이며, 감성적이면서도 이성적이어야 하는 역설적인 존재다. 강력한 집중력과 심리적인 몰입감으로 사실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박신양은 열정적인 면에서 월등하지만 때로는 그 열정이 발목을 잡을 때도 있다.

②에서 계속

sypova@sportschosun.com, silk781220@sportschosun.com,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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