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이슈]'1997 女파워보컬'리아&양파,그녀들의 뭉클한 귀환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6-05-11 15:47


1990년대 후반 최고의 여성 솔로 보컬리스트 리아-양파.  사진=스포츠조선 DB

'응답하라 1997' OST의 리얼 버전이다. '여성 파워보컬' 리아와 양파의 릴레이 귀환에 모처럼 눈과 귀가 호강했다.

무려 19년 전인 1997년, 당찬 ' 여성 보컬리스트' 리아와 양파는 명실상부 가요계 '대세'였다.

데뷔 시기와 스타덤은 겹쳤지만, 음악 색깔은 확연히 달랐다. 고등학생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탁월한 가창력을 지닌 양파는 1997년 '애송이의 사랑'으로 데뷔했다. 양파처럼 '볼 통통' 앳된 여고생의 '반전'은 놀라웠다. 이전까지 세상에 없었던, 소름 돋는 고음과 예사롭지 않은 바이브레이션, 능수능란한 R&B 창법에 대중은 열광했다.

'파워풀한 여성 로커' 리아 역시 기존 가요계에는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였다. 산악인 아버지를 따라 네팔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그녀에게선 신비한 바람의 냄새가 났다. 고1때이던 1993년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의 '별밤 뽐내기' 코너에서 휘트니 휴스턴의 '더 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The greatest love of all)'로 우승한 그녀는 1996년 1집 '다이어리'로 데뷔했다. 1997년 '개성'으로 자신을 알린 후 1998년 최고의 히트곡 '눈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숏컷 헤어스타일의 그녀는 씩씩했다. '생목'으로 쭉쭉 올려내는 그녀만의 고음은 요즘 말로 '사이다'였다. '자유로운 영혼'의 거침없는 목소리에 청춘은 열광했다.

실력으로 무장한, 어리고 똘똘한 여성 뮤지션을 동시대에 만나는 기쁨은 남달랐다. 그러나 무대에서 누구보다 화려한 젊은 날을 보낸 이들의 20대는 혹독했다. 롤러코스터를 탔다. 리아는 예기치 않은 청부폭행설, 마약복용설 등 말못할 구설에 휘말렸다. 세간의 따가운 시선속에 대인기피증, 우울증이 심해지며 가장 사랑했던 무대를 떠났다.

양파 역시 음악의 꿈을 활짝 펼치지 못했다. 공백이 길었다. 1999년 3집 이후 계약 분쟁 등에 휘말려 마음고생이 심했다. 미국 유학을 떠나 음악공부에 심취했고, 2007년 컴백했지만, 원하던 뮤지션의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복면가왕 양파

그러나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이들의 꿈은 잠들지 않았다. 세상을 흔들어놓았던 실력 역시 도망가지 않았다. 음악 공부, 뮤지컬, 보컬 트레이너 등 꿈 언저리에 오래 머물렀다.

험난한 20~30대의 터널을 지나, 먼길을 돌고 돌아, 다시 그녀들이 우리 앞에 섰다. 지난 주말(8일) 양파가 MBC '복면가왕'에 깜짝 등장했다. '신비로운 원더우먼' 가면을 쓴 채 발랄하고, 청아하고, 경이로운 '팔색조' 매력을 선보였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음악대장'의 아성에 도전했다. 이소라 외에는 누구도 부를 수 없을 것같았던 '바람이 분다'의 해석은 탁월했다. 지난해 '나가수2'에서의 진가를 다시금 입증했다.

이틀 후인 10일 밤, 리아가 돌아왔다. JTBC '슈가맨'이 그녀를 소환했다. 이제 인생의 눈물을 알아버린 그녀가 다시 부르는 2016년판 '눈물'은 후련하면서도 짠했다. 근황과 활동 계획도 전해졌다. "실용음악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앨범도 준비 중이다. 10월에는 중국에서도 활동할 예정"이라고 했다. 외롭고 높고 쓸쓸하게 빛나던 그녀들이 다시 노래하기 시작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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