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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유인나가 말하는 #꿀디 #아이유, 그리고 #볼륨가족

전혜진 기자

기사입력 2016-05-06 17:06 | 최종수정 2016-05-08 10:20



[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꿀처럼 달콤한 위로를 건네주던 친구. 언제나 내 이야기를 들어주던 든든한 옆집 언니. KBS 2FM '유인나의 볼륨을 높여요(이하 볼륨)'의 목소리 였던 유인나는 청취자에게는 DJ, 그 이상이었다.

그런 유인나가 가족 같았던 청취자들과 5년만에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게 됐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5년이라는 세월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힘들었던 순간도 있지만 행복했던 순간이 더 많았기에 견딜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에게는 힘이 들 때마다 힘이 되어 준 청취자들이 있었다. '볼륨'의 DJ로서 느꼈던 행복과 고마움은 기자에게 5년간의 추억을 천천히 털어놓는 유인나의 표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식은 땀을 쭉 나게 했을만큼 당황스러웠던 순간에 대해 말하면서도 "그래도 이게 라디오의 묘미가 아니겠냐"며 웃었다. 이어 피치못할 사정으로 생방송에 지각하게 됐을 때 기꺼이 도움을 줬던 '불륨'의 2대, 5대 DJ 최강희를 떠올리며 "마치 신을 보는 듯 했다"고 말했다.

"딱 한 번 생방송에 늦은 적이 있어요. 그때 다행히 최강희 언니가 방송국에 있어서 앞부분을 진행해줬죠. 정말 그땐 '강짱'(최강희의 별명)이 신처럼 보였어요. 그래서 감사의 뜻으로 고민을 거듭하다 낭만적인 보석함을 선물하기도 했어요."

평소 군것질을 좋아한다는 유인나는 간식과 얽힌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생방때 너무 배고파서 노래가 나가는 사이에 간식을 먹었는데, 예상치 못한 순간에 노래가 끝났어요. 너무 당황해 조용히 먹던 걸 휴지에 다 뱉고 'KBS 2FM 유인나의~'라고 능청스럽게 진행했어요. 근데 팬들은 다 알더라고요. '에, 유인나 입에 뭐 들었네' '뭐 먹었네'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5년간 '볼륨'을 통해 수많은 게스트를 만난 유인나. 유인나는 그중 빅뱅 지드래곤과 초대 DJ 이본을 가장 잊지 못할 게스트로 꼽았다. "지드래곤이 등장했을 때 오픈스튜디오에 그렇게 사람이 많은 걸 처음 봤어요. KBS 직원분들도 다 구경하고(웃음). 같은 회사 식구인데도 마치 연예인을 본 것처럼 신기했어요. 또 정말 잊지 못할 때는 지금의 볼륨을 있게 해준 이본씨가 나왔을 때요. 그런 분과 같이 옆에 앉아 이야기 나눈 게 영광이었죠."

"라디오 DJ가 천직"이라 말하는 유인나에게도 힘들었던 순간은 분명 있었다. 특히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는 배우에게 매일 저녁 두 시간을 비워야 한다는 건 엄청난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볼륨'을 위한 2시간을 위해 포기한 것도 많았다.

"포기한 건 많죠. 동료 배우들의 시사회도 거의 간 적 없고, 약속이나 행사도 '나는 라디오 때문에 못 가'라고 늘 말했죠. 또 일이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따지게 되는것도 라디오와 조율이 가능한가 여부였구요. 근데 그런게 아쉽거나 기회비용으로 따질 가치도 없이 라디오가 항상 1순위로 중요했어요. 그 어떤 것도 놓쳤다는 생각은 안 해요. 할수 있는 한 제일 잘 보낸 5년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인나가 5년이라는 시간동안 '볼륨' DJ석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라디오를 통해 청취자와 만나는 시간이 그 무엇보다 행복했기 때문이다. "매 순간 행복했지만, 가장 따뜻했던 순간은 제가 무슨 일이 있을 때 DJ로서 티는 내지 않았지만 귀신같이 청취자들이 알아챘을 때요. '유디, 오늘 목소리 괜찮아요?' '말 안해도 돼요, 괜찮은 거죠?' 혹은 '오늘 감기기운 있네요'이런 것들이 가슴을 후벼 팠어요. 어떻게 알았는지 그렇게 작은 것들을 알아줄 때 좋았죠. 또 '언니 저 중1 때부터 들었는데 지금 고등학생이 됐어요' 혹은 '저 처음 소개팅했던 날 문자했는데 지금 3년 연애하고 결혼했어요' 이런 것들이요. 카타르시스가 생겨나는 순간들이죠."


청취자들의 꼽는 DJ의 유인나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바로 '공감'이었다. 시청자의 사연을 읽으며 자기 일처럼 기뻐하기도 하고, 또 눈물 흘리기도 했다. "마이크와 모니터, 그리고 제가 있는 부스 안에서는 그런 감정이 극대화 되어요. 모니터 속엔 수많은 사람이 있고 그 안에서는 차 안, 집 등 다양한 공간의 사람들이 있어요. 그래서 '저게 뭐 울 일이야?' 할 때도 많이 울컥하게 된더라고요. 울면 안되니까 냉정해지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볼륨'은 유인나에게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함께 수다를 떨어주는 친구이기도 했다. "힘든 일이 있었더라도 '볼륨'에 오면 '오늘 말할 기분 아니야' 라고 할 순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말을 하게 되는데, 억지로라도 말을 하고 청취자들이 내 얘기에 반응을 해주면 엔돌핀이 돌더라고요. 진짜 '오늘 볼륨 아니었으면 이 기분에 한마디도 안했을거야' '오늘 하루 먹구름 같았을 거야. 그대로 잠들었겠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억지로 하하하 웃게 하는 치료 방법도 있다는데, 서로 반응해주고 듣다 보면 나랑 똑같은,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힐링을 받았어요.

또한, '볼륨'은 유인나에게 평생 함께 할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 줬다. 그간 고마웠던 사람들을 한명 한명 떠올리며 미소를 짓는 표정에서 진심이 묻어났다. 특히 DJ초년 시절을 함께 했던 이민혜 작가와 특별 DJ로서 자신의 빈자리를 채워주기도 했던 절친 아이유에 대한 같한 마음을 드러냈다.


"민혜 언니랑 다툰 적도 있었고 티격태격하면서도 잘 지냈어요. 물론 지금도 그렇고. 이제 와 생각해보니 그렇게 아무 것도 몰랐던 내게 하나하나 다 가르쳐 준 언니 덕에 지금의 제가 있었던 것도 같아요. 또. 힘든 일 있을 때마다 문을 벌컥 열고 아무렇지 않게 부스로 들어와 준 아이유에게도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그런 순간들에 아이유가 와주지 않았더라면 못 버텼을 거예요."

이렇듯 많은 사람과 각양각색 이야기들로 채워진 5년이었기에, 유인나는 라디오 없이 보낼 오후 시간들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시간에 제가 앞으로 뭘 하게 될까요"라며 되려 기자에게 질문을 던진 유인나는 이내 "자기계발을 많이 할 것 같네요. 책을 많이 읽을 생각이에요. 나중에 '볼륨'에 돌아와서 말할 때 못 놀리게 책 많이 읽고 공부 할래요."

비록 앞으로 출근길과 독서실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을지만 아쉬움을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꿀디 유인나는 당분간 만나기 힘들테지만, 배우 유인나의 모습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어린 여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작품으로도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어요. 또 라디오로 매일 만났었는데 못만나면 답답하니까 최대한 뭔가를 많이 하려고 해요. 당분간은 작품 때문에 해외에 있을 것 같고 다녀와서는 부지런히 내레이션이나 더빙을 할 예정이에요. 라디오로 매일 듣던 걸 다른걸로 들려드리면 좋을 것 같아서. 재미있는 작품이든 뭐든 다 할 마음이 있어요. 그때까지 기다려주세요."


gina1004@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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