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씨남정기' 종영①] 작품성+대중성 다잡은 사이다 드라마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6-05-08 08:55 | 최종수정 2016-05-08 08:55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마지막까지 속 시원했다.

JTBC 금토극 '욱씨남정기'가 7일 종영했다. 이날 마지막회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옥다정(이요원)은 러블리 코스메틱을 지키기 위해 집까지 팔았고, 남정기(윤상현)와 조동규 사장(유재명) 역시 투자금을 마련하려고 고군분투 했다. 이들의 진심을 알게된 이지상(연정훈)은 러블리 코스메틱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남겨진 러블리 코스메틱 식구들은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욱씨남정기' 다운 깔끔한 결말이었다.

'욱씨남정기'는 16회 동안 숨가쁘게 달려왔다. 갑과 을의 비정상적이고 비합리적인 관계 뿐 아니라 워킹맘, 계약직, 청년 실업과 같은 사회적 문제들을 꼬집어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였지만 '욱씨남정기'는 이런 소재들을 코믹하게 비틀었다. 적절한 판타지를 버무려 식상하거나 딱딱하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


대표적인 케이스는 바로 옥다정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옥다정은 현실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다. 직장 상사라도 수 틀리면 들이받는 일은 현실 세계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다. 만약 그렇다고 해도 사회 생활을 이어갈 수 없는 게 기정 사실이다. 그러나 옥다정은 달랐다. 상사의 부당한 요구에는 쌍욕으로 맞서고,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3번의 이혼도 불사한다. 가상 현실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지만 깔끔하고 정확한 성격, 까칠한 행동 뒤에 숨겨진 여린 심성, 실패하는 법 없는 놀라운 업무 능력까지 갖췄다는 설정이 설득력을 더해줬다. 그리고 이러한 옥다정의 행보는 직장 상사나 거래처를 비롯한 절대 갑들의 횡포에도 말 한마디 못하고 살아가는 이 시대 미생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해줬다.


여기에 성장담까지 더해졌다. 남정기와 러블리 코스메틱 식구들은 '절대 을'의 마인드에 갇혀있던 사람들이었다. 부당한 일을 당해 자존심이 상해도 "가장이니까", "우린 을인데 어쩔 수 없지"라는 등의 패자 마인드로 살아왔다. 자체 개발 능력도 갖고 있지만 이를 발전시키기 보다는 당장 돈이 되는 대기업 하청을 따내는데 급급하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옥다정을 만나고 이들이 달라졌다. 돈의 위력에 눌려 눈 뒤집히기도 했고, 동료와 직장을 배신하기도 했지만 점차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답답한 을이었던 러블리 코스메틱 식구들은 점점 합리적이고 능동적인 사이다 캐릭터로 거듭났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남정기였다. 남정기는 초반엔 소심하고 찌질한 남자였지만 점차 러블리 코스메틱의 수호 전사로 거듭났다. 이지상이 마수를 뻗쳤을 때는 조 사장과 직원들을 설득해 회사를 지켜내는 든든한 핵심 인력으로 거듭났다. 이처럼 답답하다 못해 짜증을 유발하기 까지 했던 캐릭터들이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성립하며 성장하는 모습은 큰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욱씨남정기'는 연출, 배우들의 연기력, 대본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졌다는 평을 받는데 성공했다. 시청률 2%대를 넘기며 처음으로 tvN 금토극을 이기기도 했다. JTBC 드라마 중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갖춘 역대급 웰메이드작으로 남게된 셈이다.

'욱씨남정기' 후속으로는 '마녀보감'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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