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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토크③] 고수에게 상처받은 고수 (Feat.샹차이)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6-05-07 11:09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를 통해 3년 만에 안방극장을 컴백한 고수. 마포, 삼개나루의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양상단과 왈패조직의 우두머리 윤태원으로 변신한 그가 스포츠조선 '출장토크'에서 반전 매력을 과시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배선영·조지영 기자] 배우 고수(38)가 이상해졌다(?).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이상하다'라는 단어가 그를 설명하는데 가장 안성맞춤이다.

고수는 언제나 차분하고 묵직했으며 매우 감성적인, 내성적인 배우 중 하나였다. 매사 진지하고 수줍음이 많은 탓에 예능은 생각지도 못했고 오로지 연기 하나만 파고든 정통파로 행보를 굳혔다. 벼랑 끝에 몰린, 비련의 남자 주인공을 많이 연기했던 탓인지 그를 떠올릴 때면 어둡고 슬픈 이미지를 찾게 되고 훈훈한 외모는 이런 고수의 성향과 곧잘 어울려 근사한 분위기를 만들곤 했다. 그렇게 17년 연기생활을 지속했다.

그런데 이런 고수가 이상해졌다. 웃음도 많아지고 장난도 늘었다. 유들유들함은 기본, 잠자리에 들 때쯤 생각나는 '아재 개그'도 이따금 터트린다. 너스레를 즐길 줄 알게 되고 농담을 더 큰 농담으로 받아칠 줄 아는 유쾌한 사람이 됐다. 더 솔직해지자면 이제야 사람 냄새 나는 '고비드'가 됐다.

사실 고수는 취재진 사이에서 조심스러운 아티스트로 분류된다. 연예인도 사람인지라 때론 망가지는 모습도, 홀딱 깨는 허점도 보이기 마련인데 고수는 아니었다. 언제나 정자세였고 진지했고 신중했다. 연기에 대한 철학, 심오한 인생론을 논하며 심도 깊은 인터뷰를 진행하게 만들지만 요즘 대중의 관심을 유발하는 흔히 말해 가십을 생산하는 인터뷰이는 아니다. 물론 그런 그가 잘못됐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인터뷰어를 긴장하게 할 뿐이지 굉장히 바르고 겸손한, 연예계 보기 드문 배우다. 누가 봐도 천성이 곱고 착한 사람이나 선뜻 인터뷰를 신청하기엔 여러모로 망설여지는 배우다.


그럼에도 본지가 열한 번째 [출장토크] 주인공으로 선정한 데는 MBC 새 주말드라마 '옥중화'(최완규 극본, 이병훈·최정규 연출)의 화제성도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달라진 고수의 변화를 포착했기 때문. 앞서 진행한 이병훈 PD의 [출장토크]에서도 고수의 변신이 여러 차례 언급된바, 설마가 사람을 잡아줬으면 하는 절실한 마음을 가지고 지난 4일 '옥중화' 촬영이 한창인 용인 드라미아 세트장을 찾았다.

나무가 뿌리째 뽑힐 정도로 휘몰아치는 바람이 불던 이날, 고수는 마포나루 상권을 장악한 윤태원의 모습으로 멋들어지게 등장한 그는 호탕한 미소로 본지를 맞이했다. 그리고 인터뷰에 앞서 허리춤에 면봉 3개를 꽂는 기이한(?) 행동으로 상대를 깜짝 놀라게 했다. 난데없이 등장한 면봉 3개의 정체를 물어도 "말할 수 없다. 비밀이다"며 농을 치는 고수에게 두 번째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인터뷰가 끝날 때 즘 콧잔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Dog'기름을 제거하며 면봉의 용도를 밝힌 고수. 상상도 못 할 고수의 소탈함에 어안이 벙벙해지는 순간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털털해진 고수에게 용기를 내 금기의 주제인 '고수(샹차이)'를 물었다. 주로 쌀국수에 많이 넣어 먹는, 독특한 향을 지닌 향채 고수. 동명인 향채 때문에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을 고수에게 실제로 꽃다발 대신 '고수다발'을 준비, 웃음을 선사하고 싶었지만 했고 혹여 장난을 진지하게 받아들일까 우려해 포기한 부분이기도 했다. 그런데 웬걸. 기다렸다는 듯 고수를 향한 설움을 토해내는 고수다.

"저 원래 고수를 즐겨 먹었어요. 그런데 몇 년 전 고수를 끊었죠. 예전에 쌀국수 가게에 갔다가 옆 테이블 손님이 '나 고수 정말 싫어해. 이상해 이거'라고 하며 쌀국수에서 고수를 골라내는 거예요. 상처받았어요. 저를 겨냥해 하신 말은 아니지만 '고수가 싫다'라는 말을 직접 들으니 울컥하더라고요(웃음). 그 뒤로부터 고수를 끊었습니다. 하하."


이토록 재치있는 고수였나. 고수가 본명인 고수는 그 뒤로부터 수많은 고수가 등장해 긴장하게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무림의 고수, 제테크의 고수, 밀당의 고수 등 각종 고수가 등장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 대중에게 '옥중화'로 '배우 고수'를 각인, 모든 고수를 뛰어넘는 최고의 고수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고수다.

sypova@sportschosun.com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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