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토크①] 고수 "14년의 시행착오와 갈증..'옥중화' 인생작 만들래요"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6-05-07 11:09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를 통해 3년 만에 안방극장을 컴백한 고수. 마포, 삼개나루의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양상단과 왈패조직의 우두머리 윤태원으로 변신한 그가 스포츠조선 [출장토크]의 초대에 응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바쁜 별들을 위해 스포츠조선 기자들이 두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밀려드는 촬영 스케줄, 쏟아지는 행사로 눈코 뜰 새 없는 스타를 위해 캠핑카를 몰고 직접 현장을 습격, 잠시나마 숨 돌릴 수 있는 안식처를 선사했습니다. 현장 분위기를 속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스포츠조선의 [출장토크]. 열한 번째 주인공은 자칭타칭, 한양에서 제일 잘생긴 왈패로 돌아온 '고비드(고수+다비드)' 고수입니다.


[스포츠조선 배선영·조지영 기자] 데뷔 17년 차, 어느덧 중견 배우가 된 고수(38)가 3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한동안 충무로를 종횡무진 하며 관객을 찾아다녔던 그가 핸들을 꺾어 시청자에게 얼굴을 비친 것. 게다가 이번엔 그동안 보았던 고수가 아니다. 비운의 캔디를 구하는 왕자도, 절절한 순애보를 보이는 실장님도 아니다. 시시껄렁한 농담과 행동을 일삼는, 왈패조직의 우두머리. 심상치 않은 고수의 변신 덕분일까? 여기저기 '대박' 조짐이 솔솔 풍긴다.

지난달 30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새 주말드라마 '옥중화'(최완규 극본, 이병훈·최정규 연출). 첫 회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기준) 17.3%로 시작, 2회에 20.0%를 기록하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인기 드라마도 20%대의 시청률을 넘기기 쉽지 않은 요즘, '옥중화'는 단 2회 만에 마의 20% 고지를 점령한 것. 그동안 '허준'(1999-2000) '대장금'(2003-2004) '이산'(2007-2008) '동이'(2010) 등 수많은 명작을 만들어낸 '사극 거장' 이병훈 PD의 이름값은 이번에도 통했고 여기에 고수라는 '국민 배우'의 재발견도 이뤄졌다.

"'옥중화' 첫 방송부터 시청률이 너무 잘 나와서 깜짝 놀랐고 너무 기분 좋았어요. 하하. 첫 방송 끝나고 촬영장으로 복귀했는데 현장 분위기도 축제였고 너무 좋아서 인증 사진도 찍어 SNS에 올렸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렇게 기뻐할 일만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초심을 잃으면 이 사랑을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아차 싶어 SNS 사진을 내리고 초심을 다잡았죠. 겨우 2회가 지나갔을 뿐인데 벌써 이러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웃음).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다음 회를 준비했어요. 앞으로 남은 48회를 잘 이끌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요."


사진=MBC '옥중화' 2회 화면 캡처
'옥중화' 스타트를 잘 끊은 고수. 그는 첫 방송부터 어린 옥녀(정다빈)와 케미스트리는 물론 미스터리한 윤태원의 매력을 200% 쏟아내며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옥녀에게 유들유들 농을 던지는 친근한 모습부터 못된 왈패를 제압하는 카리스마까지 다채로운 연기로 윤태원의 포문을 열었고 이는 곧 '옥중화'의 성공으로 이뤄졌다. 그동안 비운의 캐릭터를 해왔던 고수와 사뭇 달랐다. 묵직한 무게감은 잠시 놔두고 가벼워진 몸, 밝은 표정으로 시청자에게 반전을 선사한 고수. '옥중화'와 혼연일체 되며 시너지를 발산했다.

"이제 좀…, 편안해질 때가 되지 않았나요? 하하. 그동안 작품이 그래서 다들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데, 전 실제로 되게 밝은 사람이에요. 예전엔 힘들고 벼랑 끝에 몰린 캐릭터에 꽂혔는데 요즘에는 아니에요. '내가 행복하면 나를 보는 사람들도 행복해질 수 있다'라는 걸 알게 된 거죠. 대중에게 에너지, 활력소가 되고 싶어요. '옥중화'를 택한 이유도 편안하게, 자유롭게 연기하고 싶어서였죠."

편안해지고 싶었다는 고수는 SBS '황금의 제국' 이후 3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복귀한 소감도 밝혔다. 마치 고향과 같은 드라마, 시청자에게 배우로서 발전을 평가받고 싶었다는 것. 17년간 성장한 배우 고수를, 인간 고수를 보여주고 싶었다.

"데뷔작이 1999년 KBS2 드라마 '광끼'였어요. 한동안 영화를 많이 했는데 그래도 저한테 첫 시작은 드라마죠. 어렸을 때부터 저를 봐왔던, 기억해주시는 시청자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었어요. '어렸던 배우 고수가 이렇게 자랐습니다.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됐습니다'라고요. 언제나 드라마로 돌아와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기도 했죠. 영화는 관객이 직접 극장까지 찾아와야 하는데 드라마는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볼 수 있잖아요. 또 일주일에 두 번씩 꼬박꼬박 시청자에게 얼굴도장을 찍는 재미도 있고요. 다시 돌아왔을 때는 좋은 작품, 좋은 연기로 보답하고 싶었고 그게 '옥중화'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영광이죠."



'광끼'로 시작, '점프' '가문의 영광' '논스톱' '눈으로 말해요' '엄마야 누나야' '피아노' '순수의 시대' '요조숙녀' '남자가 사랑할 때' '그린 로즈' '백만장자와 결혼하기'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황금의 제국'까지 고수는 17년간 쉬지 않고 달려왔다. 훈훈한 외모, 이를 뒷받침하는 연기력으로 '열일'했던 그였지만 솔직하게 흥행 운은 늘 아쉬움을 남겼다. 신인이었던 그를 주연배우로 만들어준 '피아노'가 그의 대표작이자 최고 흥행작이다. 그동안 많은 캐릭터를 연기해왔지만 14년 전 '피아노'의 한재수를 지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확신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그럼에도 '옥중화'가 고수의 인생작, 대표작이 될 수 있다는 반응이 조성되고 있다.

"과분한 평이죠(웃음). '옥중화'가 인생작, 대표작이 되도록 노력하지만 그게 제 맘대로 될지 모르겠어요. 하하. 14년 전 '피아노'라는 작품을 만났을 때 배운 점이 있어요. '초심자의 행운(beginner"s luck)'이죠. 게임이나 도박에서 초보자가 첫 운으로 돈을 따는 걸 말하는데 그때 제가 딱 그랬어요. 신인인 제가 오직 운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했거든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었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는데 이후엔 시행착오가 많았던 것 같아요. 갈증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시청자를 많이 만나고 여러 반응을 듣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옥중화'까지 온 것 같아요. 매 작품 최선을 다하려 하지만 이번엔 더욱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피아노' 이후 14년, 또 한 번 찾아온 인생작 '옥중화'를 잘 해내야죠."

<[출장토크②]로 이어집니다>

sypova@sportschosun.com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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