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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연은 꾸준히 무대에 오른다. 거꾸로 말하면, 지속적으로 무대에 오르면 좋은 작품이다.
천재 물리학자 프로페서 V가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가 불멸의 삶을 사는 드라큘라 백작을 만나 뱀파이어가 되는 이야기다. 흡혈귀, 타임머신 등 독특한 소재와 중독성 강한 음악, 개성적인 캐릭터의 조합이 어우러져 시너지를 발휘한다.
올해 출연 배우들에 대한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2010년 초연부터 프로페서 V 역으로 활약해온 배우 허규는 디테일이 살아있는 연기로 찬사를 받고 있고, 지난 공연부터 참여한 김호영은 물오른 연기력으로 특유의 재치와 순발력을 과시한다. 지난해에 이어 드라큘라 백작을 열연 중인 이충주 역시 극장 천장이 날아갈듯한 시원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지난해 초연된 '파리넬리' 역시 업그레이드 무대로 호평받고 있다. '파리넬리'는 교회에서 여성 성악가가 활동할 수 없었던 18세기, 카스트라토로 활동한 카를로 브로스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아름다운 목소리와 자신의 인생을 맞바꾼 파리넬리의 삶을 그려냈다.
올해 무대에서는 가혹한 운명 속에 사는 형제의 어둡고 비극적인 이야기에서 벗어나 형제의 꿈에 초점을 맞추어 그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분출하는 갈등에 주목했다. 거대한 십자가 세트가 만들어 내는 그림자는 '왜 하필'이라는 넘버와 함께 파리넬리의 심적 고통을 대변하며, 그의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을 더욱 극대화한다.
지난 시즌에 이어 파리넬리 역을 맡은 루이스초이와 리카르도 역의 이준혁은 한층 성숙하고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무대를 장악하고 있고, 새롭게 합류한 파리넬리 역의 이주광과 리카르도 역의 김경수, 안젤로 역의 박소연, 헨델 역의 최연동은 색다른 매력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파리넬리'는 또 두 차례의 일본 실황 상영회에서도 기립박수 갈채를 받으며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중국시장의 반응 또한 긍정적이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 쇼케이스 무대에서는 작품성과 음악만으로 평단과 관객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제작 HJ컬처.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