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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이종격투기 선수 남의철이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올리브TV '마스터 셰프 코리아 시즌4'(이하 '마셰코4')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그의 선전의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난 21일 방송에서 아쉽게 16인 본선 진출자 중 8번째 탈락자가 됐지만, '마셰코4' 내내 건강식의 한계를 넘어 자신만의 새롭고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이며 새로운 남의철의 모습과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줬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남의철은 "'마셰코4'는 자신에게 '언제나 그리운 학창시절' 같은 추억으로 남게 될 것 같다"고 말하며 기분 좋게 웃어 보였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요리를 엄청 못하셨다.(웃음) 그래서 맛있는 음식을 직접 해 먹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또한, 어릴 때도 유난히 음식을 예쁘고 잘 차려먹는 걸 좋아했다. 엄마가 라면을 끓이면 예쁜 그릇이 아니라 냄비 째 들고 오시는 게 그렇게나 싫었다.(웃음) 운동을 시작하게 된 후에는 자연스럽게 건강식에 대해 관심을 쏟게 됐다. 운동을 하고 교회에 다니다보니 술이나 담배를 전혀 안 한다. 남자 친구들 끼리 만나도 커피를 마시러 가거나 맛집을 찾아다녔다. 점점 내 일상에서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더라. '오늘은 뭘 맛있게 먹을까'가 일상에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됐다. 맛있으면서도 몸에 좋은 음식을 찾다보니 스스로 만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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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도 요리 책을 본적이 없다. 사실 운동을 위한 음식을 해왔던 거라 복잡한 레시피가 필요하지 않았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등 영양소를 맞추고, 조미료는 최소화하며 찌고 삶는, 단순한 방식의 나만의 레시피를 따라 요리 해왔다."
-'마셰코4'에 지원한 이유가 궁금하다.
"워낙에 전 시즌을 재미있게 봤다. 요리 프로그램인데도 불구하고 스포츠적 요소가 강하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승패가 확실하게 갈리는 게 격투기와 비슷하더라. XTM '주먹이 운다' 출연 당시 작가님이 '마셰코'도 했는데, 많이 물어보고 결국 지원하게 됐다. 사실 지원서를 써 놓고난 후 '전송' 버튼을 누르기까지 많이 고민했다. 막상 지원서를 낼 때가 되니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결국 용기를 내 지르게 됐다.(웃음)"
-건강식 위주의 요리가 요리 서바이벌에서는 한계로 다가오지 않을 것 같은데.
"송훈 심사위원님도 내게 '우리 프로그램에서는 건강 보다 맛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내게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공부를 했다. 원래 내가 하던 음식은 기름 없이 굽고 데치는 게 전부였다면, 버터를 넣고 홀토마토를 더하고 블루베리로 소스를 만들면서 변화를 줬다. 건강함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맛도 더하면서 나만의 밸런스를 찾으려 했다."
-사실 다른 도전자들이 너무 막강해서 이렇게 오래 생존하게 될 줄 몰랐다.
"나도 몰랐다.(웃음) 심사위원님들도 몰랐고 제작진도 몰랐다. 친구들도 몰랐다. 다들 내가 제일 먼저 떨어질 줄 알았다더라. 지금 내가 미션 중에 했던 음식을 지금 다시 한다면 그때 맛이 안날 것 같다. 순간적으로 떠올라서 했던 음식들이 좋은 결과를 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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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도 했던 이야기지만, 사실 격투기만큼 섬세한 운동도 없다. 작은 정신적 스트레스나 우울함, 사소한 신체적 통증이나 피곤함도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격투기 선수들 대부분이 굉장히 예민하다. 또한, 내 움직임 하나에 상대방이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배려와 파트너십도 중요한 운동이다. 요리도 마찬가지 아닌가. 소금 한 줌, 설탕 몇 톨에도 음식의 맛이 크게 달라지니까. 실제로 격투기를 하면서 배운 예민함과 섬세함이 요리에 많이 도움이 됐다. 그리고 격투기 경기가 '마셰코' 미션에 많이 도움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마셰코'도 격투기 경기와 같이 정해진 시간과 룰이 있고 심판이 있지 않나. 그런 경쟁을 해봐서 그런지 다른 도전자들에 비해 덜 긴장했던 것 같다."
-대구 요리 미션에서 탈락했다. 탈락한 요인이 뭐라 생각하나.
"욕심을 많이 냈다. 음식의 맛을 더 내고 싶다는 욕심에 소금을 더 넣었고, 진한 맛을 내고 싶다는 욕심에 더 끓였다. 지나치게 욕심을 내다보니 결국 실수를 하고 내 맘 같지 않은 요리가 나온거다. 격투기도 똑같다. 꼭 내가 가진 것 보다 지나치게 욕심을 내면 원하는 동작도 공격도 안 나오게 되더라. 그래서 요리를 통해 격투기도 다시 배우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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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단순히 맛보고 씹고 삼키고 끝이 아니라는 걸 배웠다. 더 완벽한 식감과 색과 밸런스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더라. 격투기도 요리와 같다고 생각했다. 더 멋진, 후회 없는 경기를 위해 사소한 것에도 엄청난 집중력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요리와 격투기가 다른 것 같지만, 결국 한 뿌리에서 나온 거더라."
-본인에게 '마셰코' 출연은 어떤 경험인가.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뭔가를 다시 배우는 즐거움부터 숙소생활 하면서 동료들과 어울리고 나누는 경험. 무언 갈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또한 내가 운동 말고도 잘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알게 해줬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물론 엄청 힘들었다. 누가 다시 도전하라고 하면 절~대 안할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셰코4'는 돌아보면 언제나 그립고 따뜻한 학창시절 추억 처럼 기억될 것 같다."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