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이슈]'종말이'곽진영의 리즈시절을 아시나요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6-04-27 16:56



SBS 예능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이하 '불청')' 새 멤버 곽진영의 '뽀뽀신'이 뜨거운 화제다.

26일 방송된 '불청'에서 손을 쓰지 않고 '바지 빨리 입기' 게임에서 승리한 곽진영은 소원으로 '뽀뽀'를 내걸었다. 남성 청춘들은 깜짝 놀라 긴급회의를 소집했지만 결국 뽑기로 '뽀뽀남' 박세준이 선택됐다.

두 사람은 20년만에 재회한 연인을 컨셉트로 실제 뽀뽀 연기를 펼쳤고, 설마하며 지켜보던 멤버들은 한 번의 NG 후 실제로 입을 맞춘 두 사람의 모습에 경악했다. 정작 연기를 펼친 두 사람은 담담했다. 곽진영은 식사 시간 뽀뽀를 벌칙으로 내건 이유를 설명했다. "대학도 졸업하기 전에 '아들과 딸'로 데뷔해 너무 큰 인기를 얻었고, 1992년에 신인상을 받으면서 세상이 마냥 쉬워보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연기를 하지 못했다. 정말 연기를 하고 싶었다."



무려 24년 전의 이야기다. 1992년 10월 3일 부터 1993년 5월 9일까지 8개월간 방영된 MBC드라마 '아들과 딸'은 주말밤 남녀노소 막론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당긴 국민 드라마였다. '이란성 쌍둥이'인 아들 귀남이(최수종 분)와 딸 후남이(김희애분)를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이 드라마는 남아선호사상이 뿌리깊던 그 시절을 살아낸 중장년층의 추억을 소환하며 주말 시청률 1위를 달렸다. 초호화 캐스팅이었다. 최수종, 김희애를 비롯해 채시라 오연수 한석규 백일섭 고두심 정혜선 선우은숙 등 브라운관을 호령하는 톱배우들이 총출동했다.

대선배들의 틈바구니에서 '신인' 곽진영은 당돌했다. '천방지축' 종말이의 캐릭터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해냈다. 귀남, 후남의 여동생역이었다. 시골에서 상경해 미용실 보조로 일하는 철없고 세상 모르는 말괄량이, 천덕꾸러기 역할을 능청스럽게 해냈다. 요새 말로 '신스틸러'였다. 시선을 앗아가는 감초역으로 안방 팬들의 뜨거운 사랑과 지지를 받았다. '귀남'의 고등학교 친구 규태로 등장한 박세준과 이 작품에서 스치듯 만났다. '불청'에서 뽀뽀 제안에 남성 멤버들이 화들짝 놀랄 때 박세준만 태연했다. "나는 진영이가 친동생 같아서 뽀뽀해도 아무렇지도 않을 것같다." 34년 묵은 오랜 인연의 힘이다. 스물두살 때부터 지켜본 어린 종말이가 마흔여섯 불타는 청춘이 돼 나타났다. 이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후남이' 김희애는 대상을 받았고, '종말이' 곽진영은 1992년 MBC 연기대상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당시의 스타덤은 23년전 스포츠조선 지면에도 고스란이 남아있었다. 당시 잘나가던 개그맨 '오서방' 오재미가 직접 인터뷰에 나서는 '오서방 미녀사냥' 코너에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스타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알고 싶어요' 코너에선 곽진영에 대해 알고 싶다는 팬들의 편지가 쏟아졌다. 미처 누리기도 전에 사라져버린 곽진영의 '화양연화', '리즈 시절'이다.

이날 화제가 된 '뽀뽀신', 곽진영의 도발은 어쩐지 짠하다. 여배우로서 "정말 연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멜로 연기를 원하지만 좀처럼 연기의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아픔도 많았다. 스스로 성형수술 후유증도 고백했었다. 여수 출신 손맛 좋은 어머니와 함께 '갓김치 사업'에도 나섰다. '바지 빨리 입기' 게임에서 그녀는 카메라를 의식하지도 몸을 사리지도 않았다. 힘들게 찾아온 기회에 대한 절실함이 묻어나는 예능이었다.


자고나니 스타덤에 올랐던 20년전에는 "세상이 쉬웠다"고 했다. 장밋빛 미래를 꿈꿨지만 인생은 마음같지 않았다. 간절히 원하는 일들은 꿈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세월도, 외모도 많이 변했지만 '종말이'의 당돌함은 변하지 않았다. '불청'에서라도 연기에 대한 굶주림을 풀고 싶다는 소원을 착한 친구들이 외면하지 않았다. 다사다난한 연예계에서 함께 험한 세월을 겪어낸 '불청'이기에 가능한 장면이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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