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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예능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이하 '불청')' 새 멤버 곽진영의 '뽀뽀신'이 뜨거운 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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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배들의 틈바구니에서 '신인' 곽진영은 당돌했다. '천방지축' 종말이의 캐릭터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해냈다. 귀남, 후남의 여동생역이었다. 시골에서 상경해 미용실 보조로 일하는 철없고 세상 모르는 말괄량이, 천덕꾸러기 역할을 능청스럽게 해냈다. 요새 말로 '신스틸러'였다. 시선을 앗아가는 감초역으로 안방 팬들의 뜨거운 사랑과 지지를 받았다. '귀남'의 고등학교 친구 규태로 등장한 박세준과 이 작품에서 스치듯 만났다. '불청'에서 뽀뽀 제안에 남성 멤버들이 화들짝 놀랄 때 박세준만 태연했다. "나는 진영이가 친동생 같아서 뽀뽀해도 아무렇지도 않을 것같다." 34년 묵은 오랜 인연의 힘이다. 스물두살 때부터 지켜본 어린 종말이가 마흔여섯 불타는 청춘이 돼 나타났다. 이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후남이' 김희애는 대상을 받았고, '종말이' 곽진영은 1992년 MBC 연기대상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이날 화제가 된 '뽀뽀신', 곽진영의 도발은 어쩐지 짠하다. 여배우로서 "정말 연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멜로 연기를 원하지만 좀처럼 연기의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아픔도 많았다. 스스로 성형수술 후유증도 고백했었다. 여수 출신 손맛 좋은 어머니와 함께 '갓김치 사업'에도 나섰다. '바지 빨리 입기' 게임에서 그녀는 카메라를 의식하지도 몸을 사리지도 않았다. 힘들게 찾아온 기회에 대한 절실함이 묻어나는 예능이었다.
자고나니 스타덤에 올랐던 20년전에는 "세상이 쉬웠다"고 했다. 장밋빛 미래를 꿈꿨지만 인생은 마음같지 않았다. 간절히 원하는 일들은 꿈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세월도, 외모도 많이 변했지만 '종말이'의 당돌함은 변하지 않았다. '불청'에서라도 연기에 대한 굶주림을 풀고 싶다는 소원을 착한 친구들이 외면하지 않았다. 다사다난한 연예계에서 함께 험한 세월을 겪어낸 '불청'이기에 가능한 장면이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