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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음악대장'의 '복면가왕' 7연승 도전, 전주가 흐르는 순간 전율했다.
'음악대장'의 '신해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캣츠걸'의 5연승을 밀어내고 첫 '복면가왕'에 오를 때 2라운드에서 '민물장어의 꿈', 3라운드에서 '라젠카, 세이브 어스(Lazenca, Save Us)' 등 고 신해철의 노래를 잇달아 선곡했다. '마왕'을 향한 절대적인 존경심을 드러낸 '음악대장'은 '7연승 신화'의 무대에 또다시 신해철을 '초대'했다.
지난 6번의 우승무대에서 보여준 '음악대장'의 화통한 고음에는 사이다같은 짜릿함이 있었다. 그러나 '하여가'의 랩 파트에 이어 이날 '일상으로의 초대'에서 보여준 그의 저음에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저릿한 감동이 있었다. 대놓고 질러대는 고음보다 묵직하고 절제된 저음이 주는 울림은 특별했다. '신해철의 환생'에 취해 멍해 있다 "내게로 와줘, 내 생활속으로"라고 '음악대장'만의 특유의 명징한 발성으로 외치는 순간, "아, 음악대장이었지"라며 현실로 돌아왔다.
판정단 패널인 개그맨 이윤석의 "짧은 생을 끝내고 간 '그'의 노래가 '가왕'을 통해 살아남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평했다. 4옥타브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가장 낮은 음부터 가장 높은 음까지 모든 음을 정확하게 찔러내는 보컬리스트로서의 그의 역량은 탁월하다. '음악대장'이 아니라 '음역대장'이라는 판정단의 평가 역시 적확했다.
7연승 역사를 쓴 '가왕'은 울컥한 나머지, 말을 잇지 못했다. 무려 14주 동안 타이틀을 방어해냈다. 간신히 감정을 추스른 그의 소감은 이랬다. "오늘 저는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지금까지 예쁘게 봐주셔서 운좋게 가왕이 될 수 있었던 것같습니다. 더 좋은 무대를 준비해서 나오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날 7연승 직후 '하현우' 이름 세글자가 각 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장악했다. 많은 이들이 꽤 오래전부터 '음악대장'은 '국카스텐'의 '하현우'일 거라고 추측해왔다. 고 신해철은 생전 국카스텐을 유독 애정했다. 2014년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인디신의 록스타 탄생을 열망하며 "국카스텐과 같은 친구들이 쭉쭉 뻗어나가야 한다. 그러니까 국카스텐 이새끼들아! 빨리 앨범 내라. 너희가 멈춰있으면 결국 너희 후배들이 기회를 잃는다"며 특유의 독설로 독려한 바 있다.
'음악대장'이 국카스텐이든 아니든 우리는 분명 그를 통해 '가왕' 신해철을 떠올렸다. 고 신해철이 '음악대장'의 이 무대를 봤다면 뭐라고 평했을까. "음악대장 이 새끼!"했을까.
봄날, 신해철이 '음악대장'을 통해 다시 내게로 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