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토크②] 나영석PD "'신서유기2'는 미래 예능을 위한 도전"

최보란 기자

기사입력 2016-04-16 10:30



[스포츠조선 최보란·이승미 기자] ☞나영석PD [출장토크①]에서 이어집니다.

지난 15일 오후, 스포츠조선 예능팀은 tvN '신서유기2' 제작발표회 직후 나영석PD를 '납치'했습니다.

'납치만 하던 나PD가 납치를 당하면 재미있겠다'라는, 회의 시간에 나온 말 한마디가 이렇게 커질 줄은 그땐 미처 몰랐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캠핑카 안에 태워진 나PD와 두 명의 야심찬 초보 납치범. 어설픈 납치범 티가 나지 않도록 빨리 손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납치 대상이 긴장하지 않도록 상황을 잊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죠. 우선, 탈출할 생각을 차단하기 위해 여러가지 질문을 쉴 틈 없이 던졌습니다.


"안재현, 형들에게 자꾸 결혼 물어보더라고요."

-'신서유기2' 제작발표회에서 나PD를 납치해 왔으니 '신서유기2' 질문부터 시작해 볼까요. 시즌1과 가장 달라진 점은 우선 이승기가 군입대로 빠지고, 안재현이 새 멤버로 합류했다는 것입니다. 나PD는 그것만으로 내용의 50%는 바뀌는 셈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바뀐 건 크게 없죠. 이승기가 빠지고 안재현이 들어왔다는 것만으로 내용의 50%는 바뀌었을 것 같아요. 그만큼 승기의 비중이 이 팀에서 굉장히 컸고, 그 후임으로 예능에서 생소한 인물인 안재현이 들어왔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시청자분들이 궁금증을 가질 것 같아요."

-'예능 초보'인 안재현을 '예능 고수'였던 이승기의 후임으로 앉혔다는 점이 신선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려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시즌1 당시 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형들 사이에서 이승기의 활약은 대단했죠. 이승기의 '하드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안재현은 이승기와 전혀 다른 사람이에요. 그리고 나머지 세 사람(강호동, 이수근, 은지원)과도 전혀 다르다는 게 오히려 마음에 들었어요. 승기는 이미 나머지 멤버들과 10년 이상 호흡을 맞춰온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그런 사람을 찾지 못할 바에야 오히려 전혀 다른 사람을 뽑고 싶었어요. 사실 제작진이 본인 모르게 여러 채널을 통해 조사를 다 합니다. 안재현 씨와 함께 했던 PD, 작가, 매니저, 코디 등등에게 안재현 씨가 어떤 사람인지 다 수소문을 했어요. 하나 같이 하는 말이 '예능한다고? 글쎄 웃길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진짜 괜찮아', '뜰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참 괜찮은 친구야'라는 반응이었어요. '그럼 됐다' 싶었어요. 그런 사람이라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그 매력을 우리가 끌어내보자 싶었죠."


-'신서유기2'는 지난 2월 중국 청두로 한 차례 촬영을 다녀왔고 4월 2차 촬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 사이 안재현에게는 또 다른 놀라운 소식이 있었죠. 연상의 연인 구혜선과 결혼발표입니다. 결혼식은 불과 한달 여 후인 5월21일이라는데요. 제작진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요?

"아뇨. 저희도 전혀 몰랐어요. 기사 보고 알았어요. 여자친구가 있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그 상대가 구혜선 씨고 또 이렇게 일찍 결혼소식을 전할 줄 몰랐어요. 어쩐지 나이도 어린 친구가 형들에게 결혼에 대해 이것 저것 많이 물어보더라구요. 이럴려고 그랬나봐요."

-짓궂은 형들은 제작발표회에서도 '예비 신랑' 안재현을 놀렸죠. 강호동은 구멍이 뚫린 독특한 스타일의 안재현 옷을 보고 "오늘 (여자친구랑) 싸우고 왔나"라고 농담했고, 이수근은 "(결혼하면) 이제 청춘이 아니다"라고 돌직구를 던졌습니다. '새신랑 재현이'라는 강호동의 말에 안재현은 쑥스러운 듯 살짝 얼굴을 붉히기도 했죠. 결혼 준비로 바쁘겠지만 '신서유기'에서 활약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은 엄청나게 숙달된 베테랑 예능인들이에요.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안재현 씨가 뭔가를 보여주기란 쉽지 않았을 거예요. 실제로도 다른 멤버들에 비해 엄청난 활약은 한건 아니었지만 확실히 잠재력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첫 번째 촬영보다 두 번째 촬영에서 더 많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시청자분들도 '안재현에게 이런 매력이있었구나'라고 알아가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신서유기' PPL 노림수? 웹예능 새로운 생태계 만들고 싶었죠."

-납치 당한 상황임을 잊은 듯 인터뷰에 몰두하는 나PD.다행히 전략이 통하는 것 같습니다. 기자들이 준비한 케이크도 살펴보며 완전히 경계심을 푼 모습입니다. 케이크를 먹다보니 '신서유기'에 등장했던 초코과자가 떠오릅니다. 웹예능인 '신서유기'에서는 방송과 달리 상표명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파격을 보여줬죠. '이거, 간접광고 효과 좀 있겠다' 싶었는데, 시즌2 살림에 보탬은 좀 됐을까요?

"PPL 제의가 많이 들어올 줄 알았는데, 현실은 많이 다르더라구요.(웃음) 사실 TV에서 시청자분들이 과도한 PPL를 불편해 하는 이유가 프로그램의 흐름과 어울리지 않게 튀기 때문이잖아요. TV에서는 광고를 하기로 하고 선불을 받은 뒤 진행한단 말이죠. 끼워 맞추다 보니 불편한 거죠. '신서유기' 시즌1에서는 우리가 돈을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상표명을 편하게 얘기할 수 있었고, 그래서 자연스러웠어요.

예를 들어 호동이 형이 중국의 한 슈퍼에서 초X파이를 발견 하고 '오X온이 여기까지 진출했네, 희한하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죠. 만약 당시 우리가 PPL을 받아서 그 장면을 연출했다면 굉장히 어색했을 거예요. 웹에서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고 싶었어요. 선불이 아닌 후불제인 셈이죠. 방송이 먼저 된 후에, 이런 장면을 광고주들이 보고 '우리가 너무 고마워서 광고비를 주고 싶다'는 연락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근데...잘 안됐어요. 하하. 기존 시스템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바꾸기란 쉽지 않고,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시즌2에서는 다 접고 결국 PPL을 받았습니다. 하하. 슬픈 결론이네요."


-웹예능의 시초였던 '신서유기'는 오는 19일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시즌2를 공개합니다. '신서유기'가 시리즈화를 선언했다는 것은 제작진 스스로 웹예능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의미인가요.

"물론 실패한 프로젝트라면 두 번 하기는 힘들었겠죠. 어쨌든 5000만 뷰라는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고요. 하지만 '신서유기'는 '이걸로 돈을 벌어야지, 시청률을 뽑아내야지' 하는 욕심은 없어요. '신서유기'는 프로젝트 느낌이에요. 처음에는 웹 예능으로만 시작했고, 시즌2는 웹과 TV에 동시에 방영돼요. 아직은 과도기적 단계에서 실험을 하는 거죠, 다음 미디어는 이런 식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하는. 물론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만들지만, 제작진 입장에서는 몇 년후 미디어 세상을 대비한 도전이나 실험의 의미가 있죠."

-'신서유기'는 웹예능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했습니다. TV예능과 무척 달라보이면서도 한편 뭐가 다르냐고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제작진은 어떤 기준으로 웹예능과 TV예능을 구분할까요. 연출적으로 차이가 있는 걸까요?

"고민이 되는 부분이예요. 신서유기 같은 경우는 20~30대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TV에는 나오지 않을 법한 짓궂은 내용이 많이 담기죠. 하지만 전체적인 예능의 틀과 형식은 기존의 예능과 크게 달라진 게 없어요. 살짝 포장지만 바뀌었다 정도인거고. 다만 이런 식으로 실험을 해봐야 저희로서는 그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사실 모르겠어요. 그 다음이 뭐가 될지는 모르지만, 예를 들어 5개 정도 프로그램을 한다면 1개 정도는 다음을 위한 프로젝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죠."


"새로운 프로그램 만들 때 된 것 같아요."

-다음을 위한 프로젝트. 그것은 비단 TV예능이냐, 웹예능이냐와 같은 플랫폼의 차이만은 아닐겁니다. 예능의 미덕은 결국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 아무리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시청자들은 질리기 마련입니다. 시즌제와 스핀오프는 반복성에서 오는 지루함을 해소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어느 순간 변화를 피할 수 없는 때가 찾아옵니다. '꽃보다 청춘'도 최근 그 변화의 기로에 선 듯합니다.

"시청률만 따지자면, 사실 아이슬란드와 아프리카 두 편이 '꽃보다 청춘' 시리즈 중 가장 높았어요. 하지만 시청률 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시청자들의 '체감도'죠. 화제성 면에서 아이슬란드 편과 아프리카 편이 좋지 않았어요. 하지만 제작진의 실수도 있었고 납치 같은 콘셉트와 구성 등을 지겹다고 생각하시는 시청자분도 계신 것 같아요. 그리고 '꽃보다 청춘' 같은 경우는 다른 시리즈와 달리 일 년에 연달아 두 편이 방송돼요. 그 부분에 대해서 지루함을 느끼시는 분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은 변화를 줘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걸 만들 때가 된 것 같다는 반성도 하고요.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어요."

-확실히 예능계 변화의 바람이 부나 봅니다. '서지니' 이서진도 나영석PD를 떠나 예능 홀로서기를 시도합니다. KBS2 새 예능 프로그램인 '어서옵쇼'의 MC로 출연할 예정이라는 소식이네요. '1박2일' 게스트부터 '삼시세끼'와 '꽃보다 할배'에 이르기까지 나PD와 함께 했던 만큼 상담을 하진 않았을까 궁금하네요.


"상담이요? 전혀요. 그 형은 고민 상담하고 그럴 타입이 아니에요. 저도 그 형한테 상담하지 않고요. 어떤 스타일이냐면, 음...그 형과 주고받은 문자를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고 싶을 정도예요. 세 글자 이상 말을 안해요. 물음표도 안 써요. '어디야' 그냥 이렇게 문자가 와요. 아무리 길게 보내도 '점심은', '밥먹자', '촬영중', '전화해' 이렇게 답장이 온다니까요. 어쨌든, 서진이 형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한다면 당연히 잘 되길 바라죠. 그 형이 선택한거라면, 자기 생각이 확실한 사람이니까요. 근데 그 형이 무슨 역할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인데...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목적지까지 거의 다다랐습니다. 내비게이션은 이 시한부 납치 인터뷰가 10분 남짓 남았음을 알려주네요. 우리는 마지막 관문으로 준비한 '예능 고사' 시험지를 꺼내들었습니다. 시간이 부족해 보였지만 나PD는 이 시험지를 시간 안에 충분히 풀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도그럴 것이 "만약 '신서유기' 속 드래곤볼을 다 모은다면 어떤 소원을 빌거냐"는 장난스런 물음에 "1년에 1개씩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서 계속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 식으로 한 60살까지는 예능 PD로 살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으니 말이죠. 뼛속까지 예능PD인 듯합니다.

☞'예능고사' 결과는 나영석PD [출장토크③]으로 이어집니다.

ran613@sportschosun.com,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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