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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아시아 프린스' 장근석, 이토록 참된 배우의 얼굴 가진 적이 또 있었을까.
홍매(윤지혜)를 협박해 알아낸 살인자는 바로 이인좌. 그는 이인좌를 향해 활을 쏘고, 한 맺힌 절규를 토해내도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고작 얼굴에 작은 생채기만 남길 수 있었던 것. 이런 백대길의 무모함을 다스리기 위해 이인좌는 그의 팔과 다리를 으스러트리며 권력과 힘을 과시했다. 하지만 백대길은 이런 이인좌에게 절대 굴하지 않았다. 팔이 빠지고 발목이 부러진 그는 턱으로 흙바닥을 기어 이인좌 앞에 섰고 아버지의 복수를 외쳤다. 밟으면 밟을수록 꿈틀거리는 지독한 백대길에 이인좌는 또다시 시험을 해보고 싶었다. 과거 핏덩이 당시 살아났던 것처럼.
이인좌는 절벽 위 나무에 백대길을 묶고 화살을 쐈다. 누가 봐도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 이인좌의 화살은 정확히 왼쪽 심장에 꽂혔다. 그러나 백대길은 죽지 않았다. 왼쪽 안주머니에 있던 엽전 1냥이 화살촉을 막아 백대길의 목숨을 살렸다. 이름처럼 운이 억세게 좋은 대길이었다. 백대길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내가 또 한 번 죽지 않으면 내 부탁을 하나 들어주시오"라며 아버지 백만금의 묘 앞에서 진심으로 사죄하라 엄포를 놨다.
이후 시간이 흐른 뒤 백대길은 갯벌에 묻힌 모습으로 화면에 잡혔다. 잔뜩 굶주린 듯 갯벌을 기어 다니는 게를 먹으려 안간힘을 쓰는 백대길과 이를 목격한 조선제일검 김체건(안길강)의 만남으로 시청자에게 드라마틱한 반전을 안겼다.
첫 방송부터 고난의 연속을 선보였던 장근석은 이날 더욱 안쓰러운 모습으로 시청자를 안절부절못하게 만들었다. 몽둥이찜질은 물론 턱으로 거친 흙바닥을 기어가는 고생도 마다치 않았고 갯벌에 온몸을 파묻는 것도 모자라 흙이 잔뜩 묻은 살아있는 방게를 생으로 씹어먹으며 백대길의 끈질긴 생명력을 표현했다.
예쁜 남자 장근석의 충격적인 망가짐에 한 번, 오랜만에 느껴보는 펄떡이는 열정에 또 한 번 놀란 순간이다. 우리가 한동안 잊고 있던, 몰랐던 장근석의 얼굴. 눈물겹게 반가운 배우 장근석이 돌아왔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SBS '대박'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