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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이채영(30)을 보면서, 배우의 연기와 실제 모습은 다르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채영은 '진짜사나이'에서 보여준 모습 그대로여서 또 한 번 놀랐다. 훈련에 임할 때 처럼 진지한 모습에는 일상을 통해 되찾은 여유와 재치까지 더해져 인터뷰는 시종일관 유쾌했다
-여군특집은 어떤 이유로 출연했나?
-민낯이나 몸무게가 공개돼서 여배우로서 부담스럽진 않았나?
호기심 반, 설레임 반이었어요. 제가 좀 강한 이미지가 있어서, 원래의 저라는 사람을 편안하게 보여줄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TV 속 저만 알던 분들은 사석에서 보면 놀라시거든요. 많이 다르다고요. 원래는 좀 많이 털털한 데, 그런 면을 꼭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청순 노화 야수로 변하는 기상 모습이 웃음을 줬다.
외모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요. 원래도 잘 붓는 편인데 화면을 보고 놀랐어요. 내가 고생하면 이렇게 바뀌는구나 싶었죠.
-24시간 촬영이 어색하지 않았나. 본인의 모습을 방송으로 확인했을 때 어땠는지.
생소한 상황이 닥치니까 카메라의 존재는 금방 잊게 되더라고요. 근데 방송보니 저 혼자 많이 움츠러든 것 같았어요. 혼자 심각하고. '왜 저렇게 겁먹었지'싶더라고요. 왜 좋아하던 사람을 만나면 괜히 더 긴장하듯이, 워낙 애청하던 프로그램에 나와서 저답지 않게 뻣뻣했던 것 같아요. 더 잘 하고 싶고, 동료들에게 피해주기 싫어서 더 긴장했죠.
-아버지 배웅을 받는게 인상깊었다.
딸만 둘이다 보니까 아버지가 자식을 입대시킨 경험이 없으시거든요. 100마디 말보다 그냥 가봐야 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냥 무조건 열심히 하라고. 열심히 하면 다 보인대요. '더 이상 해 줄말은 없다. 가보면 다 알게 돼'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버지 앞에서 애교를 부리는 모습도 드라마 속 이미지와 또 달랐다.
제 언니가 애교가 많고 생김도 작고 귀여운데, 저는 잘 표현을 못하는 편이예요. 하지만 입소 때는 마구 애교 부려도 될 것 같았어요. 평소에도 부모님이랑은 친구처럼 지내는 분위기예요. 부모님과 여행도 자주 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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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훈련이 제일 힘들었어요. 그 동안에는 다 실내에서 훈련 했는데, 비상사태라는 상황설정 아래 야산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시뮬레이션을 하게 된 거예요. 장비도 다 갖추고 건장한 병사들이 부상을 입었다는 가정하에 산 속을 뛰어다녔어요.
-'욱채영'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눈물이 많은 편인가.
한 명이 잘못하면 다 벌을 받게 되니까. 제가 못했을 때 '어떡해' 하는 생각에 울컥 했어요. '우리 겨우 며칠인데, 이런 거 가지고 울어. 울지 말자' 이렇게 다 같이 다짐했는데, 막상 저 때문에 고생하는 전우들 보면 울컥해요. 전우들 눈빛 보면 또 눈물나고요.
-환자 역할을 해 준 병사들이 정말 실감나게 연기하더라.
연기 너무 잘 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저도 배우지만, 정말 실제상황 같이 하시니까 당황해서 배운 것도 잊어 버리고 머리가 하얘지더라고요.
-군인들이 여군특집 멤버들 오면 좀 의식하거나, 슬쩍 도움도 주지 않나.
전혀요. 나름 연예인인데, 전혀 그런 게 없더라고요. 그냥 공부할 때 도와주시는 정도? 너무 관심 안 보이셔서 서운할 정도였어요. 하하. 같은 군복을 입어서 그런가 봐요.
-혹시 출연을 후회한 순간은 없었나요?
후회할 겨를 조차 없었어요. '와 진짜구나. 이거 큰일났다.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만 들어요. 당장 훈련받을 걱정으로 가득해서 '이게 촬영이다'라든지 '이거 방송 나오면 안 되는데' 이런 일상적인 생각은 하나도 안 나더라고요.
-의무부사관 훈련은 기존 여군특집과 차별화 된 부분이었다. 마음의 준비를 좀 하고 갔는지?
의무부사관 훈련을 받게 된다는 것을 전날 알았어요. 어느 부대로 갈지, 어떤 훈련을 받게 될지도 몰랐죠.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신없이 우왕좌왕하지 않고 응급처치를 할 수 있을 정도는 될 것 같아요. 물론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몸으로 익혔기 때문에 앞으로도 유용하게 쓰일 것 같아요.
-전우애가 생겼을 것 같다.
'전우'라고 부르기 좀 부끄럽지만, 그래도 전우들이죠. 여군 특집하면서 정말 친해졌어요. 특히 목욕을 같이 하니까 금방 친해졌어요. 하하.
-만난 지 얼만 안 돼서 같이 목욕이라니, 민망했을 수도 있겠다.
근데 막상 시간 안에 씻는 거 신경쓰랴, 뜨거운 물이 나오느냐 안 나오냐 생각하느라 서로를 볼 겨를도 없어요. 하하하. 그냥 막 씻고 나오죠. 5분 만에 씻어야 하니까 정신 없었죠.
-끝나고도 연락을 이어가고 있나.
자주 만났어요. 첫 방송도 다 같이 봤어요. 시간 되는 사람들이 틈 나는 대로 모여서 식사도 같이 하고요. 어느 하나 모난 사람이 없고 다들 성격들이 좋아요.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나 싶을 정도죠. 군대 있을 때는 실수투성이에 스스로가 바보 같기만 했는데, 밖에서 사복 입고 만나니까 너무 다른 거예요. 서로 '너 연예인이었구나' 하면서 놀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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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의외였어요. 진짜. 나나는 똑 부러질 줄 알았는데 약간 허술한 구석도 있고, 김성은은 강할 줄 알았는데 여린 부분도 있고. 다현은 막내라 힘들어할까봐 걱정도 했는데 강단있고 침착하게 잘하고요. 전효성도 여릴 줄 알았는데 똑 부러져요. 김영희는 세 보였는데 천생여자에 사람도 잘 챙기고요, 공현주 언니도 차가운 도시 여자일 줄 알았는데 정말 섬세하고, 차오루 씨도 아주 여성스럽고요. 근데 막상 만나면 다들 아줌마 같아요. 저도 제 모습이 반전이었죠. 큭큭. 솔직히 저희는 군대가도 예쁘고 멋있을 줄 알았어요. 다들 속으로 '난 에이스가 될 거야'라고 한 번 씩 생각했을 거예요.
-주변 반응은?
웃기다는 반응 많이 해줬어요. '왜 이렇게 긴장했냐'는 얘기도 많이 하는데 제가 '군대 가 봐'라고 했죠. 비록 짧게 다녀온 거지만, 진짜 가봐야만 그 느낌 알 거든요.
-특히 중대장마저 웃게 만든 '피자빵' 발언이 압권이었는데.
아, 피자빵. 하하. 친구가 '앞으로 피자빵 들고 다녀'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피자빵 냄새가 나서 얘기한 건데 그렇게 빵 터질 줄 몰랐어요. 분위기가 안 좋아서 저는 진실을 밝혀야겠다고 생각을 한 거였든요. 다행히 분위기가 잘 풀려서 다행이었죠.
-방송이 이제 끝나는데 아쉽겠다.
일요일에 다같이 만나서 마지막 방송을 보기로 했어요. 김영희 씨 어머니가 맛있는 거 해주신다고 해서 집에 놀러가기로 했는데, 어머니가 저 팬이시라고 꼭 데려오라고 하셨대요. 하하. 참 끝나는 기념으로 피자빵 사가려고요. '이제는 먹을 수 있다'로 해서 인증샷도 올리겠습니다.
-예능에서도 또 볼 수 있을까.
기회 된다면요. 피자빵도 했는데 바게트빵, 단팥빵, 곰보빵까지 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
-이채영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진짜 사나이'에서 반전을 보여준 것 같다.
그간 작품 속에서 해왔던 역할 모두 저였지만, 반대로 제가 아닐 수도 있죠. 다양한 모습을 끌어내기 위해서 작품도 많이 읽고 노력도 하고 있어요. 아직은 저한테 기대하는 이미지가 있고, 그래서 안정된 역할이 오는 게 사실이죠. 하지만 좀 더 오래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서,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어요. 이번 '여군특집4' 출연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이유도 있고요. 오래 걸리더라도, 비중에 관계없이 재밌고 새로운 역할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벽이 있었지만 이미지가 예전보다는 많이 부드러워진 것 같아요. 앞으로 '이채영에 이런 면이 있네?' 싶은 그런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ran613@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