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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장희빈의 머리채를 잡는 숙종이라니,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발칙한 설정을 배우 최민수가 소화했다.
장옥정은 숙종(최민수)의 총애를 받는 숙빈 최씨를 눈엣가시로 여겼고 그가 개똥이를 살리고 오던 밤 행적을 눈치채 숙빈 최씨를 추궁했다. 장옥정은 "야심한 시각에 사사로이 궐 밖 출입을 하다니, 어디 숨겨둔 서방이라도 만나고 온 것이냐?"며 "숙원, 자네도 무수리 밥 10년이니 내명부의 법도 정도는 알고 있으렷다. 당장 이년을 포박해 장독에 가두거라"라고 명했다. 어떤 해명도 해보지 못한 숙빈 최씨는 장독에 갇혔고 장옥정은 "네년의 질긴 명운도 오늘이 끝이구나"라고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이를 두고 보던 숙종은 장옥정과 숙빈 최씨 사이를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숙종의 마음은 장옥정에게 돌아선 상태. 숙빈 최씨의 회임 소식까지 접하자 장옥정을 크게 탓하며 몰아세웠다. 이런 숙종의 태도에 장옥정의 투기는 더욱 심해졌고 결국 숙빈 최씨와 백만금, 개똥이를 한데 모아 세 사람의 관계를 추궁하는데 이르렀다.
충격에 빠진 장옥정은 "설마 네년이 나를 또 농락한 것이냐. 네년이 감히 날 희롱한 것이냐"라며 분통을 터트렸고 이 모든 상황을 꾹 참고 지켜보던 숙종은 장옥정의 머리채를 잡으며 대신들을 향해 "대체 무슨 짓들을 하고 있는 게야"라고 분노했다. 숙종의 돌발 행동에 놀란 장옥정은 숙종에게 매달려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숙종은 머리채를 잡은 장옥정을 궁 밖으로 내치며 "이제 그만하시오. 그만하면 됐소"라며 서슬 퍼런 살기를 드러냈다. 그리고 애원하는 장옥정을 향해 "그만해, 이제"라고 악을 썼다.
지금까지 숙종은 요부 장옥정의 치마폭에 휘둘리는 왕으로 그려졌지만 '대박'의 숙종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적에게는 냉정하고 냉혹하며, 변덕스럽고 예민하지만 국정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대공 무사한 왕으로 카리스마를 선보이고 있는 것. 본 적 없는 숙종, 제왕의 모습을 보인 최민수는 매회 감탄을 넘어 경이로운 명연기로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특히 장옥정의 머리채를 잡는 숙종의 모습은 마치 포효하는 한 마리의 호랑이를 보는 듯 강렬한 아우라를 발산해 화제를 모았다. 시청자는 방송 직후 '머리채를 잡는 제왕의 모습이 낯선 장면이긴 하지만 최민수의 숙종이라면 납득이 된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 제왕이기 전 가장으로서, 남자로서 인간적인 숙종의 모습이 그려졌다는 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나 '미친 존재감'을 드러낸 최민수. 안방극장을 장악한 그의 내공이 다시 한 번 빛을 내는 순간이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SBS '대박'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