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연극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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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엔 앙상한 나무가 한 그루 서있을 뿐 아무 것도 없다. 그 나무 아래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실없는 수작과 부질없는 행위를 반복하며'고도(Godot)'를 기다리고 있다. 이어서 포조와 그의 짐꾼 럭키가 등장하여 많은 시간을 메운다. 그리고 그 기다림에 지쳐갈 때 쯤 한 소년이 등장하여 말한다. "고도씨는 오늘 밤에는 못 오고 내일은 꼭 오시겠다고 전하랬어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고도는 누구일까. 그리고 사람들은 왜 고도를 기다릴까. 이 연극이 롱런하는 비결은 이 두 질문에 답이 있다. 한명구 박상종 정나진 박윤석 등 역시 '고도'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배우들이 무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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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파워넘치는 여류연출가 한태숙과 강렬한 필체로 대사에 생기를 불어넣는 고연옥 작가가 힘을 모아 분위기를 바꿨다. 아메리칸 드림, 대공황 등 당시의 상황은 이해하기 쉬운 대사로 전달되고,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맹목적인 집착, 비정상적인 가족관계, 현실과 이상의 간극과 같은 테마에 힘이 실렸다.
한태숙 연출은 주인공 윌리 로먼을 "대의를 위해 장엄하게 죽는 영웅적 캐릭터도 아닌, 악인이 아니면서 피해자인, 스스로를 가해하는 현실 비극의 주인공"이라고 표현하며 "욕망에 의해 분열하는 그가 바로 우리"라고 말한다. 손진환 예수정 이승주 박용우 이문수 이남희 등 최고의 배우들이 무대를 빛낸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