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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복면가왕'은 음악 예능의 새 장을 연 만큼, 새로운 볼거리와 반전도 숱하게 탄생시켰다.
'복면가왕'은 계급장을 뗀 8인의 스타가 특수 제작된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올라 오직 노래 실력만으로 평가받는 토너먼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나이, 직종, 신분을 숨긴 스타들이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실력을 뽐낸다는 기획 의도가 기존의 음악 프로그램과 색깔을 달리했다.
'복면가왕'이 다른 음악 예능과 차별화 될 수 있는 배경에는 '가면'이라는 아이템의 힘이 무엇보다 컸다. 가면을 씀으로서 누구나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됐고, 승부가 아닌 그의 정체를 맞추는 추리가 프로그램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무엇보다 음악 프로그램에 대한 많은 고정관념들을 깨는 역할을 했다.
▲김연우, 민요를 부르는 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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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은 20년차 가수 김연우도 재조명했다. 김연우는 민요 '한오백년'을 선곡해 구성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무대를 펼쳤다. 구성진 가락과 김연우 특유의 파워풀하고도 고운 음색이 더해져 듣는 이들의 감동을 이끌어 냈다. 애끓는 목소리에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의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가왕에 등극한 뒤 클레오파트라는 "다음 무대는 제가 전혀 해보지 않은 장르에 도전할꺼다. 프로그램을 위해서라면 이 한 몸 던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당시 판정단 윤일상은 "근데 그 것 마저 잘해"라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런데 김연우는 정말 민요마저 소름끼치도록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마지막까지 감탄을 자아냈다.
▲백청강, 성별도 바꾼 가면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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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 '5대 가왕 결정전에서 밝혀진 '미스터리 도장신부'의 정체는 많은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모두가 여자라고 생각했던 그의 성별은 남자였던 것. 바로 MBC '위대한 탄생' 출신 백청강이었다.
왁스의 '화장을 고치고'로 무대에 오른 백청강은 속삭이듯 시작해 소호력 짙은 목소리로 애절한 감성을 표현했다. 연예인 판정단은 "왁스 노래를 부르니 주주클럽 주다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등 다양한 여자 가수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그의 정체를 추리했다. 하지만 가면을 벗자 모두가 예상하던 여자가 아닌 백청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자인 줄 알았던 '도장신부'의 정체에 모두 충격을 금치 못했다.
당시 '마른하늘의 날벼락'이라는 이름으로 출연해 백청강과 대결을 펼쳤던 안재모는 이후 한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백청강씨가 스키니진에 힙합 스타일 후드티를 입었는데 마른 체형이라 누가봐도 여자였다. 말도 잘 안하시도 질문에도 여성스럽게 답하셔서"라며 "나중에 편집 영상을 보고 순간 욕이 나올 정도로 놀랐다.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였다. 충격적이었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밀젠코 마티예비치, 최초 외국인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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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8일 방송된 '복면가왕'은 예상치 못한 출연자의 등장으로 다시 한 번 안방을 뒤집었다. 첫 무대부터 해외 가수이거나 교포일 것이라는 예감을 들게 했던 '과묵한 번개맨'의 정체가 '쉬즈곤(She's Gone)'으로 유명한 스틸하트의 밀젠코 마티예비치임이 드러난 것.
특히 1라운드에서 팝송을 부른 것과 달리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 모두 한국 노래를 소화하며 시청자들을 궁금하게 만들었던 그였다. 그는 임재범의 '고해'와 부활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열창, 한국어 가사를 안정적으로 소화해내 가면을 벗은 뒤 그의 정체가 더욱 놀라웠다.
'복면가왕' 최초의 해외 가수가 등장은 또한 제작진의 놀라운 섭외력에 대한 감탄으로 이어졌다. 제작진은 밀젠코 마티예비치 출연을 위해 오래 전부터 접촉하며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또한 외국 가수가 출연할 정도로 색다른 '복면가왕'의 포맷과 프로그램의 인기를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강균성, 재출연 가능성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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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에는 강균성이 '웃는 얼굴에 수박씨'로 재등장해 시청자와 판정단을 놀라게 했다. 음악 프로그램에서 한 차례 승부 후 재등장하는 것은 생소한 광경이었다. 패배한 뒤 아픔을 딛고 다시 출연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강균성은 이미 4월 '집 나온 수사자'라는 이름으로 출연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본래 목소리를 감추고 허스키한 톤으로 노래해 정체를 완벽히 숨겨 놀라움을 선사한 바 있다. 하지만 자신이 준비한 무대를 제대로 펼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고, 결국 다시 한 번 '복면가왕'에 도전장을 내민 것.
강균성은 2라운드에서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를 열창, 풍부한 성량과 차분한 목소리로 감탄을 자아냈다. 당시 결승까지 진출한 고추아가씨에게 패배, 3라운드 문턱에서 탈락했지만 예상치 못한 강균성의 재등장이 모두에게 즐거움을 줬다.
'복면가왕'은 이 같은 재출연 행진을 통해 '출연자들이 다시 찾고픈 무대'임을 입증하고 있다. 무대가 즐겁지 않았다면 수개월 후에 재연습해 다시 찾을리 만무하다. 탈락한 것이 분해서 다시 출연하는 것도 아닌 듯하다. 출연자들은 자신의 정체를 두고 벌이는 추리게임과 이를 통해 청중과 소통하는 매력에 반한 듯하다.
▲홍석천, 아무도 예상 못한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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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벗은 홍석천의 모습이 큰 반전이 됐던 무대다. 중저음의 음색과 힘이 있는 발성으로 부른 '너만을 느끼며'는 평소 나긋나긋한 말투의 홍석천과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1라운드에서 듀엣 대결에서 홍석천을 꺾고 3라운드까지 올라간 상암동 호루라기도 아이돌인 블락비 태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화제를 모았다. 태일은 '복면가왕'을 통해 가창력 뿐 아니라 리듬감까지 갖춘 보컬이라는 평을 받으며 실력을 입증했다. '너만을 느끼며'는 그런 두 사람의 개성있는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며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다.
당시 민철기 PD 스포츠조선에 "홍석천 씨의 중저음이 반전이었다. 재미있어서 기억에 남는 무대다. '시청자들이 알까, 모를까' 가슴 졸이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방청객과 판정단이 눈치 채지 않을까 긴장하면서 녹화했다. 그런데 정말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시더라"라고 뒷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개코, 래퍼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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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믹 듀오의 개코는 '복면가왕'에서 래퍼는 랩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저 양반 인삼이구먼'이라는 이름으로 출연한 개코는 장필순 김현철의 '잊지 말기로해'로 섬세한 감성을 표현했다. 또 이문세의 '옛사랑'을 부르며 안정된 가창력을 뽐냈다. 래퍼이기에 노래를 못 부를 거라는 생각은 섣부른 판단이었다.
김창렬은 인삼이구먼이 서경석이라고 예상했고, 김구라는 개그맨 심현섭이라고 단언했다. 가면을 벗은 개코의 정체에 판정단은 술렁였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이 같은 개코의 반전은 편선과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복면가왕'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개코는 무대를 마친 뒤 "노래를 좋아하고 계속 할 것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했다"고 '복면가왕'에 도전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ran613@sportschosun.com / 사진=MBC '복면가왕'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