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육룡 종영②] "고단하구나 방원아"…아로새긴 그 장면, 그 대사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6-03-23 06:48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김영현·박상연 극본, 신경수 연출)가 지난 22일을 끝으로 시청자와 작별을 고했다.

시청자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육룡이 나르샤'는 첫 방송 당시 12.3%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로 출발, 36회에서는 16.8%(전국), 19.3%(수도권)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50회 내내 월화극 1위를 지키는 저력을 과시한 '육룡이 나르샤'다.

시청자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명드(명품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는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명장면, 명대사가 쏟아졌는데 이 중 순간 시청률 20%대를 웃돌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명장면, 명대사를 꼽아봤다.


"너무 낭만적이야"

5회, 분이(신세경)는 자신의 곡식을 빼앗는 것도 모자라 하나뿐인 동생 언년이마저 죽인 권문세족들의 곳간에 불을 질렀다. 분이의 돌발행동에 이방원(유아인)은 깜짝 놀랐고 이런 이방원을 향해 "어떻게든 살려고 황무지를 파고 또 파서 이번이 첫 추수였어. 그런데 사람들을 죽이고 곡식을 다 빼앗았어.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어"라며 "언년이 제사를 지내준 거야. 항상 배고파했는데 세상 떠나는 길에는 밥이라도 든든히 먹어야지"라고 허탈한 심경을 토했다. 분이의 무모함에 조영규(민성욱)는 "정말 미친년이다"라며 혀를 찼지만 오히려 이방원은 "쟤 너무 낭만적이야"라고 말하며 흠뻑 빠졌다.

"너 진짜 사랑해"

14회, '낭만커플'로 로맨스를 펼치던 이방원과 분이에게 신분 차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혔다. 아버지 이성계(천호진)의 힘을 실어주기 위해 해동갑족 황려 민씨의 여식 민다경(공승연)과 정략결혼을 맺어야만 했던 이방원이지만 그럼에도 분이와 혼례를 하겠다 마음먹었다. 이방원은 분이에게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씩씩해. 이렇게 씩씩하고 멋진 사람은 너밖에 없어. 나는 지금 네 가족이 되고 싶고 연인이 되고 싶어"라며 청혼했지만 돌아오는 건 "싫어"라는 분이의 거짓말이었다. 분이의 거절에 상처받은 이방원은 민다경과 혼인을 결심했고 이후 분이를 만나 "너 진짜 사랑해. 난 도저히 어쩌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너를 사랑할 것 같다"고 진심을 전했다.

"해동갑족 당신들은 700년 동안 역사를 방관해왔소"


16회, 홍인방(전노민)의 협박으로 이성계 가문과 혼례를 망설이는 해동갑족 민제(조영진). 이에 이방원은 화약 상자를 들고 해동갑족 회합장소를 급습해 홍인방보다 더욱 무섭게 몰아세웠다. 이방원은 "몽골의 침략으로 온 나라가 불타고 백성들이 도륙되던 때 여러분의 가문은 연일 강화도 계곡에 틀어박혀 시화전을 읊었다지요. 고려의 참담한 난세를 시로서 통탄했지요. 그런데 대체 그것 말고 700년 동안 뭘 하셨습니까? 당신들은 자그마치 700년 동안 역사를 방관해왔소.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렸소. 그게 해동갑족이야!"라며 분노했고 이어 "해동갑족의 미래는 홍인방이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여러분을 겁박하고 무릎 꿇릴 것입니다. 그때마다 당신들은 굴복하게 되겠죠. '이번에도 져 주자. 똥이 무서워서 피하겠나'라면서. 오늘 밤처럼 무기력하게 고개를 끄덕이겠죠. 그것이 지난 700년과 다를 바 없는 앞으로의 700년 역사가 될 것입니다. 우리와 함께 도당 3인방을 물리치고 오늘의 치욕을 없던 일로 합시다"고 설득했다.


"강자는 약자를 병탄한다, 강자는 약자를 인탄한다"

18회, 이성계와 그의 사람들은 고려의 권력을 틀어쥔 홍인방, 길태미(박혁권)를 역습하는 데 성공했다. 이방지(변요한)은 현(現) 삼한 제일검인 길태미를 추포하기 위해 그와 대결을 펼쳤고 길태미 역시 도망가기보다는 이방지와 대결로 최후를 맞이하려 했다. 팽팽한 실력을 보였지만 결국 이방지의 칼이 길태미의 배를 찔렀고 길태미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백성들은 길태미를 향해 "나쁜 놈"이라며 비난을 쏟았고 이에 길태미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그럼 강한 놈을 짓밟아야 하나? 천만에. 세상이 생겨난 이래 약자는 언제나 강자한테 짓밟히는 거야. 천 년 전에도, 천 년 후에도 약자는 강자한테 빼앗기는 거라고. 강자는 약자를 병탄(빼앗아 삼킨다)한다. 강자는 약자를 인탄(짓밟고 빼앗는다)한다"고 발악했다.

"예전에 다른 이름이 있었습니다. 척사광…"

29회, 고려의 마지막 왕, 공양왕(이도엽)이 사랑한 여인 윤랑(한예리)은 예인의 기질과 아름다움을 갖춘 고려 최고의 절세미인으로 27회 첫 등장 했다. 공양왕과 행복을 누리던 중 정몽주(김의성)가 차기 왕으로 공양왕을 내세우면서 위기를 맞았고 이를 피해 도망가던 공양왕은 무명의 일당으로부터 독침 공격을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 이방원이 심어놓은 자객의 습격을 받으면서 목숨을 위협받게 되자 윤랑이 칼을 뽑아 들고 나선 것. 자객을 단칼에 베여버린 윤랑을 본 공양왕은 충격에 휩싸였고 윤랑은 그제서야 "속인 것이 아닙니다. 그저…, 칼을 잡고 사는 게 사람을 죽이는 게 싫어서 그래서 말씀 못 드렸습니다.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예전에 다른 이름이 있었습니다. 척사광…"이라고 고백하며 정체를 드러냈다.

"분아, 이제 놀이는 끝났어"

31회, 정도전(김명민)의 세상에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방원은 정도전을 버리고 무명인 초영(윤손하)과 손잡기로 결심했고 야심을 실행시키기 전 마지막으로 분이를 찾아가 추억을 쌓았다. 걱정 근심을 잠시나마 잊고 분이와 눈밭을 신나게 구르고 달린 이방원은 치밀어오르는 설움에 눈물을 흘렸다. 분이 앞에서 펑펑 눈물을 쏟은 이방원은 "분아, 이제 놀이는 끝났어. 이제 더이상 너랑 이렇게 놀 수 없을 것 같아"라며 동지였던 분이를 떠났다.


"자네가 가질 것이 하나가 있긴 하네. 천년의 악명"

36회, 이방원은 정몽주가 새 나라를 건국하려는 이성계의 사람들을 모두 옭아매자 정몽주를 칠 결단을 내렸다. 선죽교 위에서 정몽주와 마주한 이방원은 "백성들에게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포은 선생께서 사직을 지키든, 삼봉 스승님께서 건국을 하든 그들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백성에게 오직 밥과 사는 기쁨, 이거면 되는 것이지요. 저 만수산이 칡넝쿨이 저리 얽혀있다 한들 그것을 탓하는 이가 어디 있다는 말입니까. 포은 선생과 삼봉 스승, 두 분이 저리 얽혀 손을 맞잡고 백성들에게 생생지락(백성이 삶을 즐거워하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면 선생께서 그리 중시하는 역사에 누가 감히 하찮은 붓끝으로 선생을 욕보이게 할 수 있단 말입니까"라며 '하여가'로 설득했다. 하지만 정몽주는 "백성이라, 생생지락이라. 잘 듣게나 유자는 백성을 쫓는 것이 아니네. 백성을 품고 오직 이끌어야 하는 것이야. 품기 위하여 사직이 필요한 것이고 그를 향한 유자의 마음을 충이라 부른다네. 그 충을 버린다면 마음 안에 백성도 사라지는 것이야. 나를 죽이고 죽여 일백 번을 죽여 보시게. 백골이 다 썩어 나가고 몸뚱어리가 흙이 되어 먼지가 된다 한들 이 몸 안에 있었던 한 조각 충을 향한 붉은 마음은 일편단심 가지지 못할 것이네"라며 '단심가'로 이방원의 뜻을 거절했다. 이에 이방원은 "그 마음 가상하십니다"라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고 정몽주는 "자네가 가질 것이 하나가 있긴 하네. 천년의 악명. 자네는 이 정몽주라는 이름과 내일 아침부터 천년 동안 얽혀 기록되고 회자될 것이야. 잘 감내해 보시게"라고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최후를 맞았다.

"무휼아, 문 닫아. 들켜"

45회, 정도전은 이방원을 비롯한 모든 왕족의 세력을 약화하기 위해 사병을 혁파했다. 하지만 이방원은 이런 정도전의 눈을 피해 반촌의 묘상(서이숙) 창고를 몰래 개조, 자신의 비밀 무기고를 만들어 후일을 도모했다. 하지만 문제는 공양왕의 어린 아들. 반촌에서 윤랑 손에서 자라던 은호가 이방원의 무기고를 들어온 것이다. 이를 본 조영규는 은호를 죽이려 칼을 꺼냈지만 어린아이의 애원에 끝내 죽이지 못했고 이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윤랑은 곧바로 칼을 들어 조영규의 목을 벴다. 쓰러진 조영규는 문을 향해 기어갔지만 역부족이었다. 뒤늦게 무휼(윤균상)이 조영규를 구하려 이미 때는 늦어버린 상태. 조영규는 피가 솟구치는 목을 부여잡고 "무휼아, 문 닫아. 들켜"라는 말을 남긴 채 숨을 거뒀다.

"고단하구나, 방원아"

47회, 조영규의 죽음으로 각성한 이방원은 곧장 정도전과 세자 이방석(정윤석)을 제거할 제1차 왕자의 난을 계획했고 요동정벌 출병하기 바로 전날, 군대를 이끌고 정도전을 찾았다. 정도전과 대면한 이방원은 "왜 도망가지 않으셨습니까?"라며 물었고 정도전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사실 너와 내가 꿈꾸는 나라는 같은 것이지 않으냐. 내가 한들, 네가 한들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너는 나의 사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잘해낼 것이다"고 조언했다. 이에 이방원은 "요동정벌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발끈했고 정도전은 "그건 살아남는 자가 알아서 할 것이다. 승자는 시대를 이끈다. 망자가 시대를 이끌어서야 하겠느냐"라고 마지막 가르침을 남겼다. 이어 정도전은 칼을 잡고 망설이는 이방원을 향해 "고단하구나, 방원아"라며 단념한 듯 눈을 감았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SBS '육룡이 나르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