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분석] 6주차 1위 '주토피아'의 이유있는 역주행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6-03-22 14:38



[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3월 넷째주 초입, 극장가 박스오피스 1위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주토피아'다. 벌써 개봉 6주차. 뒷심이 무섭다. 역주행도 가뿐하게 해낸다.

22일 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주토피아'는 21일 하루동안 2만 8269명을 동원하며 경쟁작 '런던 해즈 폴른'(1만 9339명)을 1만 명 차이로 따돌리고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누적관객수는 284만 1197명. 이같은 추세라면 주말 즈음 무난히 300만 관객을 돌파할 전망이다.

'주토피아'는 '검사외전'과 '데드풀'이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던 2월 17일 박스오피스 4위로 출발했다. 방학을 맞이한 어린이, 가족 관객을 흡수하며 장기간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머물렀다. '귀향' 돌풍이 극장에 몰아칠 때도 '주토피아'는 밀려나지 않았다.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관객들을 꾸준히 불러모으는 스테디셀러였다.

그리고 개봉 한 달이 가까워진 지난 12, 13일 주말을 맞아 마침내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평일에 잠시 주춤했다가 개봉 5주차 주말인 18일 다시 정상을 탈환한 후엔 나흘 연속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상업영화의 경우 개봉 직후 관객몰이를 하고 점차 관객수가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지만, 주토피아는 그 반대다. 관객수에 큰 변화가 없다. 3월 한 달간 평일 관객 3만 명, 주말 관객 14~16만 명 수준이다.


'주토피아'의 뒤늦은 흥행에는 입소문이 큰 역할을 했다. 미국보다 2주 먼저 국내에서 개봉했지만 동물이 등장하는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관객층을 넓히지 못했다. 하지만 영화의 메시지가 오히려 성인 관객들이 공감할 만하다는 평가와 함께 어른용 애니메이션으로 서서히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 영화는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 어울려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동물세계 주토피아를 배경으로 한다. '토끼는 경찰이 될 수 없다'는 편견을 깨고 경찰대를 수석졸업한 토끼 경찰관 주디가 사기꾼 여우 닉과 손잡고 육식동물 실종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애니메이션이지만 극의 성격은 추리·수사극이면서 범죄 스릴러다. 범죄 수사 과정의 서스펜스가 실사 영화 못지않다.

포유류 통합정책을 내건 주토피아는 겉으로 보기엔 동물들의 유토피아인 듯하지만, 그 내부는 다른 종을 향한 편견과 차별로 분열돼 있다. 주디가 토끼는 약하다는 편견에 시달렸듯, 닉도 '여우는 교활하다'는 시선을 받는다. 여론몰이로 공포심을 조장해 대중을 통제하는 권력, 대도시에 올라와 허름한 원룸에 살아가는 '흙수저' 주디의 모습도 인간 사회를 이식한 듯 꼭 닮았다. 현실 사회에 대한 재치 있는 풍자는 성인 관객이 이 영화에 더 공감하는 이유다.



최고의 신스틸러로 꼽히는 '느려터진 나무늘보'처럼 각 동물의 습성과 특징을 녹여낸 동물 캐릭터는 웃음을 유발하고, 토끼 주디와 여우 닉의 케미는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영화 '대부'와 '겨울왕국' OST '렛 잇 고' 패러디도 소소한 재미 요소다.

여기에 대진운까지 좋았다. 전 국민이 마케팅한 '귀향'이 복병으로 등장했지만, 3월 비수기에 강력한 경쟁작이 없어서 장기 흥행이 가능했다. 24일 개봉하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주토피아'를 끌어내릴 유일한 경쟁작이다.

'주토피아'는 지난 4일 미국 개봉 첫 주말 7370만달러(약 880억원)의 흥행 수익을 냈다. 역대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최고 오프닝 성적이다. 3주째 박스오피스 1위로 매출액은 2억 달러(약 2천334억원)를 넘었다.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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