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글로리데이' 지수의 반항과 순응, 그리고 도전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6-03-22 08:30


신인배우 지수 프로필 사진. 사진제공=프레인

[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영화 '글로리데이'의 시작과 끝은 바다를 향해 질주하는 스무살 청춘의 눈부신 순간을 담는다. 반복 배치된 똑같은 장면이지만, 느낌은 사뭇 다르다. 스무살이 처음 만끽한 자유로움은, 영화가 끝날 무렵 돌이킬 수 없는 비극과 절망으로 다시 새겨진다. 네 명의 청춘배우들이 강렬한 이미지로 기억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중심엔 신예 지수가 있다. "우리 영화는 경쾌하게 시작하지만 상황이 급변해요. 우리의 청춘도 다르지 않아요. 어른이 되면 행복할 거라 믿지만, 결국 현실에 쫓기며 살게 되니까요."

'글로리데이'는 청춘이 맞닥뜨린 현실을 얘기하는 영화다. 여행을 떠난 스무살 네 친구가 우연한 시비에 휘말려 범죄 가해자로 몰린 이후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이 시대 청춘들과 교감한다.

지수는 "현실감 있는 이야기에 공감해 간절히 출연을 원했다"고 했다. 그 공감엔 "물리적, 정신적 압박 속에 아무런 결정권을 갖지 못한 네 친구의 어쩔 수 없는 선택"도 포함된다. 돈과 권력은 친구들의 관계에 균열을 내고, 약자에게 책임을 떠넘긴 스무살의 성장통은 가혹하다. "현실적으로 그 친구들은 사회부적응자가 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친구를 잃었고, 세상의 무서움을 알았잖아요. 하지만 연기할 때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어요. 영정사진 속 친구가 '나도 그랬을 거야, 네 책임이 아냐'라고 말해주는 환청을 상상했죠. 영화가 끝나도, 그 친구들은 힘내서 살아가길 바랐거든요."

지수가 연기한 반항아 '용비'는 영화의 주된 정서를 책임진 캐릭터다. 지수는 반항과 순응이 공존하는 눈빛에 스무살의 환희와 좌절을 담았다. '태양은 없다'의 이정재를 떠올리게 하는 그의 묘한 매력이 청춘영화를 만나 격렬한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지수는 "'글로리데이'는 우리의 영화"라고 했다. 여기서 '우리'는 김준면(엑소 수호), 류준열, 김희찬까지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네 친구를 말한다. 실제로 그들 넷은 함께 여행 가고, 자주 만나서 연기 고민을 나누는 절친이다. 네 친구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관객에게도 큰 보람이 아닐까 싶어 흐뭇해진다.



이렇게 지수의 내일을 기대하는 건, 그의 돋보이는 행보 때문이다. 올해 스물셋. 연극과 단편영화, 장편영화, 드라마를 두루 거쳤다. 나이에 비해 경험이 풍부한데, 특히 연기 입문 과정이 독특하다. 연기학원 스승을 따라서 고교 1학년 때 극단에 들어간 것이 시작이다. 3년간 7편의 연극 무대에 올랐다. "당시 저는 잃을 게 없었어요. 뭘 해도 배우는 시기였죠, 호기심과 열정도 가득했어요. 그 현장 경험이 지금의 제 뿌리가 된 것 같아요."

이후 영화와 드라마로 무게중심을 옮기기 전, 1~2년간 필모그래피에 공란이 있다. 딱 스무살 때였다. "예리하시네요"라며 '푸흡' 웃음을 터뜨린 지수는 "정말 열심히 놀았어요"라며 살짝 들떴다. "2012년엔 기획사의 연기자 연습생으로 잠깐 생활했고, 이후에 아르바이트도 하고, 여행도 다녀왔어요. 그때는 강남 길거리만 걸어도 재밌더라고요. 마치 신세계를 경험하는 기분이었어요. 한마디로 한량이었죠.(웃음) 그때 더 놀았어야 하는 건데, 지금 생각하면 아쉽기도 해요." 그가 "놀았다"고 말한 일들을 더 자세하게 물으니, 오디션 정보를 찾아보거나 소속사를 알아보는 일, 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경험을 쌓는 일처럼 연기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 모두가 도전과 모색의 시간이었다.

2014년 단편영화로 다시 연기를 시작해 2015년 드라마 '앵그리 맘'과 '발칙하게 고고'로 주목받았고 2016년 '글로리데이'로 관객 앞에 섰다. 3월 말엔 청춘 3부작 드라마 '페이저 터너'가 방영될 예정이고, 드라마 '보보경심: 려'를 한창 바쁘게 촬영 중이다. 그리고 이 모든 출연작에서 지수는 청춘의 방황을 그렸다. 그렇게 지수는 20대를 대표하는 청춘의 얼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대에서 영상으로 넘어온 건, 내 청춘의 특별한 순간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워낙 청춘물과 성장물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생각한 대로 흘러가고 있어요. 한참 뒤 지수라는 배우를 떠올렸을 때, '청춘'이 꼬리표처럼 따라왔으면 좋겠어요. 물론 그때도 청춘의 열정과 호기심은 변하지 않을 테지만요."

suzak@sportschosun.com·사진제공=프레인, 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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