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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일제 강점기 아픈 역사를 다룬 두 편의 영화에 400만 관객이 응답했다. 지난 주말, '귀향'과 '동주'는 나란히 300만과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두 영화의 의미에 공감한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값진 숫자다.
제작비 26억원 남짓한 '귀향'은 상영관 확보도 쉽지 않았던 상황에서 관객들의 예매 열기 덕분에 개봉의 불씨를 살렸다. 개봉 이후엔 상영관을 확대해가며 17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귀향 신드롬'이라 해도 될 만큼 정치권과 교육계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으킨 반향도 컸다.
순제작비 5억원의 저예산 흑백영화 '동주'도 동시기 개봉작보다 적은 스크린에서 상영됐지만, 관객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한때 좌석 점유율이 50%에 육박했다. 좌석 점유율이 높다는 건 관객들이 일부러 상영관을 찾아가서 영화를 관람했다는 의미다. 흥행 열기의 순도가 높고, 관객수에 허수가 많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귀향'과 '동주'가 관객들의 지지를 받은 데는 영화의 메시지가 사회 이슈와 맞물리면서 시대 정신을 일깨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흥행 열기가 고조되던 시점에 3·1절이 겹치면서 두 영화가 장기 흥행으로 나아가는 동력을 얻었다는 점도 이런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귀향'은 만듦새와 완성도 문제를 떠나, 과거사 퇴행 흐름 속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다뤘다는 사실만으로도 존재 의의를 갖는다는 평가다. 이 영화로 인해 한일 위안부 협상의 불합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촉발됐다. 암울한 시대에 시를 쓴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한 윤동주 시인과 시대 현실에 온몸으로 투쟁한 송몽규 열사의 삶을 다룬 '동주'는 출구 없는 답답한 현실에 절망하는 이 시대 청춘을 대변했다. 과거사를 다루되 동시대와 호흡했다는 점은 두 영화의 공통된 흥행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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