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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의 최대 강점은 '무(無)멘탈'?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는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도대체 어떤 점이 강한 것일까. 바둑 스타일만 놓고 봤을 때 알파고의 강점은 무엇인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봤다. <편집자 주>
한국기원 양재호 사무총장은 "알파고의 강점은 철저한 수읽기에 바탕을 둔 계산력"이라고 요약했다.
부분적, 국지적인 전투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그것이 전체 판의 유불리를 확인한 다음에 두는 수라는 사실이 1국에서 상당히 밝혀졌다. 오락가락하는 듯 했지만 사실은 전체적인 수읽기를 완료한 상태에서 행마를 구사해 바둑계를 경악시켰다.
전투력
계산력이 바탕이 되니 전투력 또한 탁월한 것이 드러났다. 1국 초반에 세계 최고의 싸움바둑을 자랑하는 이세돌 9단의 펀치에 전혀 주눅들지 않고 오히려 '맞짱'을 뜨는 기개를 보였다. 여기서 이 9단이 움찔했다. 귀에서의 사활은 물론 형세 판단 또한 훌륭했다.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는 여유를 보여줬다. 어떤 면에서 이 9단을 농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무(無)감정
해설을 맡은 김성룡 9단은 "프로기사로서 충격적인 하루"라며 "알파고는 전혀 인간같이 두지 않았다. 감정을 배제한 바둑을 두었다"고 분석했다. 인간은 좋은 수를 두거나 나쁜 수를 두면 다음 수에 영향을 받는데, 알파고는 그런 점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반 한차례 큰 실수를 했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프로기사라면 끝났을 텐데 알파고는 평정심을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모든 게임은 사실 정신력 싸움, 기싸움이 중요하다. 상대가 감정의 진폭이 없다보니, '어 내가 잘못 두고 있는건가'라는 조바심이 들게되고 이것에 상당한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알파고를 이기기 위해선 이 조바심을 넘어서야 한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