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산업, '허리가 살아야 한다!'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6-03-06 17:15


엑스엘게임즈의 모바일 첫 도전작 '브레이브스 for Kakao'

엠게임이 선보일 모바일 RPG '크레이지드래곤'

위메이드의 모바일 신작 RPG '트리니티사가'

'허리가 살아야 한다.'

모든 산업에서 건강한 생태계는 필수적이다. 상위권과 중위권, 하위권 회사들이 고루 분포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 게임계에선 최근 '빈익빈 부익부'가 너무 심해지고 있다. 특히 대형 메이저 회사와 스타트업에만 관심이 집중되면서 산업계의 '허리'를 담당해야 할 중위권 회사들의 부진이 심해지고 있다. 스타트업 회사들의 롤모델이 돼야 하고, 히트작을 연달아 출시해 상위권으로 본격 진출해야 하는 이들이지만, 자금력과 개발력, 그리고 혁신 등에서 밀리며 역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상하위 생태계를 잇는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있는 가운데, 이를 중국이나 유럽 등 외국게임사들이 파고드는 형국이다.

그래도 아직 희망을 접을 때는 아니다. 컴투스가 '서머너즈워'라는 글로벌 히트작으로 2년 연속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웹젠과 와이디온라인 등이 지난해 히트작을 내며 반등하는 등 중견 게임사들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온라인게임의 유산이라 할 수 있는 훌륭한 IP가 건재하고, 이제 독보적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개발력은 해외 게임사와 비교해도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오픈마켓은 위협과 기회를 동시에 주고 있다. 넷마블의 사례에서 나타났듯 일단 국내에서만 성공을 거둬도 좋은 성과가 날만큼 한국의 시장 규모도 만만치 않다. 중견 게임사들의 올해 도전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본보기를 제시하다

국내 게임사들의 2015년 실적 발표가 마무리 되는 가운데 넥슨에 이어 연매출 1조원 시대를 사상 두번째로 연 넷마블게임즈만큼 화제가 된 게임사는 컴투스이다. 컴투스는 '서머너즈워'를 중심으로 4335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대비 85%나 증가하며 게임매출 기준으로 당당히 톱(Top)5 안에 들었다. NHN엔터테인먼트가 6446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이는 간편결제, 채용, 인터넷 보안, 클라우드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기 때문으로 게임매출만은 4151억원을 기록, 컴투스에 뒤졌다.

웹젠은 '뮤 오리진'으로 2419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230%의 고성장을 일궈냈다. 영업이익은 무려 425% 증가한 747억원이다. '뮤 온라인'이라는 훌륭한 온라인게임 IP 덕분이다. 비록 '뮤 오리진'이 '뮤 온라인'을 바탕으로 중국 개발사가 만든 게임이지만, 국내 유저들의 눈높이에 맞춰 현지화하고 퍼블리싱을 한 것은 웹젠의 실력이다.

웹젠과 더불어 1세대 개발사인 와이디온라인은 '갓 오브 하이스쿨'이라는 웹툰을 모바일게임으로 변모시켜 큰 성공을 거뒀다. '오디션'이라는 온라인 히트작의 퍼블리싱 재계약에 실패했음에도 불구, 지난해보다 매출은 60% 증가한 440억원을 기록하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을 일궈내며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이들 중견 회사들의 반등은 당연 히트작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다만 모바일게임의 수명이 예전보다는 많이 늘었다고는 해도, 아직 온라인게임만큼은 아니라고 볼 때 이 기세를 이어나갈 차기작의 출시, 그리고 히트작의 성공적인 글로벌 안착은 필수적이다. 컴투스는 '원더택틱스', 웹젠은 '뮤 오리진'의 글로벌 진출, 와이디온라인은 신규 프로젝트 '천군' 등을 각각 내세우며 2015년의 기세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올해는 우리가 이어간다

온라인게임 '블레스'를 올해 초 출시한 네오위즈게임즈가 일단 스타트를 끊었다.

온라인게임 전성시절인 2012년까지 엔씨소프트와 어깨를 견줬던 네오위즈게임즈는 지난해 1901억원의 매출로 전년 대비 5% 줄었고, 영업이익은 158억원에 그치며 전년 대비 45%나 줄어들며 힘겨운 시기를 겪고 있다. 7년의 개발 끝에 드디어 출시한 '블레스'는 빅히트까지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온라인게임이 단기간에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속적인 '캐시카우'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보드게임에 대한 규제가 다소 완화된 것도 호재로 작용, 올해 역성장의 흐름을 되돌릴 기회를 잡았다.

넷마블과 비슷한 시기에 모바일게임으로 발빠르게 사업영역을 전환, 2013년 '윈드러너'와 '캔디팡' 등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던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역시 히트작 출시 실패로 매출은 전년보다 22.2% 줄어든 1265억원에 117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를 지속하는 등 반등에 성공하지 못했다. 위메이드는 지난 2월 모바일게임 개발 스튜디오 3곳을 분사, 발빠르게 신작을 출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소울앤스톤' 출시에 이어 '트리니티사가', '필드 오브 파이어' 등을 연달아 선보이고 '미르의 전설' IP를 활용해 신작을 내는 등 최근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엠게임은 지난해 매출은 9.5% 줄었지만 구조조정 등으로 7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신작 출시로 성장 흐름세를 타겠다는 각오다. 이미 '열혈강호' IP를 활용한 웹게임 '열혈강호전'이 지난해 말부터 중국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가운데 대작 모바일 RPG '크레이지드래곤'을 곧 출시할 예정이다. VR게임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 '프린세스메이커 VR'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다양한 사업영역 진출로 인해 지난해 543억원의 영업손실에 그친 NHN엔터는 지난해 말 선보인 '요괴워치', 그리고 일본에서 선보인 '마블 츠무츠무' 등이 연달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탄력을 받은 상태다. 간편결제 페이코(PAYCO), 웹툰 서비스, VR 회사 투자 등을 통해 게임산업과의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인지가 관건이다.

'아키에이지'와 '문명 온라인' 등 대작 온라인게임 개발에 전력했던 엑스엘게임즈의 도전도 눈여겨볼 만하다. 엑스엘게임즈는 귀여운 캐릭터의 2D 액션 모바일 RPG '브레이브스 for Kakao'로 모바일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블레이드'와 '영웅'으로 2014년 좋은 성과를 거뒀던 네시삼십삼분도 올해 다양한 18종의 신작 출시를 예고하며 재성장을 예고하고 나선 상태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