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치인트' 서강준에게 돌을 던지나 (인터뷰①)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6-03-03 08:14


배우 서강준.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2.29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인생연기를 펼쳤다' 칭찬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호연을 선보인 배우 서강준(23). 전작의 부진을 모두 털어버린 그는 제 옷을 입은 듯 편안했고 자유롭게 즐겼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논란에 휘말리며 시청자와 팬들의 뭇매를 맞는 중이다. 배우의 의지와 관계 없는 분량이란게 대체 뭐길래, 서강준에게 돌을 던지는 것일까.

달콤한 미소 뒤 위험한 본성을 숨긴 완벽 스펙남 유정(박해진)과 그의 본모습을 유일하게 꿰뚫어본 여대생 홍설(김고은), 그리고 두 사람과 얽히고설킨 운명을 가진 백인호의 이야기를 그린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 김남희·고선희 극본, 이윤정 연출). 지난 1월 4일부터 3월 1일까지 약 3달간 월, 화요일 밤을 뜨겁게 달궜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치인트'는 웹툰의 인기 덕분에 매 순간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고 그만큼 논란도 많았다. 특히 방송 중반을 넘어서면서 주연배우의 분량에 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것. 사라진 유정의 분량에 서운함을 느낀 박해진과 그의 소속사, 어떤 이유에서인지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윤정 PD, 결말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원작자 순끼, 그리고 이 모든 논란 속에 강 건너 불구경하듯 구경 중인 tvN까지. 아비규환, 그 자체가 돼버린 '치인트'다.

무엇보다 초반 '인생연기'를 펼치며 여심을 사로잡은 서강준은 주인공 박해진의 분량을 빼앗은 모양새로 전락, 의도치 않은 논란의 주인공이 돼 속앓이했다. 이보다 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과연 있을까? 뜨거운 사랑에 감격할 새도 없이 날아오는 돌을 맞느라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서강준이다.


배우 서강준.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2.29
'치인트' 종영을 앞두고 스포츠조선과 인터뷰를 가진 서강준은 "작품만큼은 끝까지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치인트'는 분명 배우들에게 좋은 작품이었으며 시청자에겐 가슴 깊이 남는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본의 아니게 논란의 중심이 되다 보니 자꾸만 고개가 숙여지는 서강준은 말 한마디, 표정 하나까지 신경 쓰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저도 배우이기에 앞서 사람이기 때문에 시청자의 반응과 불만을 다 알고 있죠. 눈 닫고, 귀 닫으며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치인트'는 종영했지만 끝까지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많이 서운해하셨던 분들도 있고 안타까워했던 분들도 있다는 거 알아요. 그래도 딱 한 가지 당부드리는 건, 우리 모두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촬영에 임했다는 거예요. 배우는 물론 이윤정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들 모두요."

이렇듯 모든 발단은 '치인트' 초반 현장 분위기를 전하는 과정에서였다. 서강준은 자유로운 현장에 대해 "애드리브가 많이 허용됐다. 내가 생각한 백인호로 연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배우가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판을 열어준 이윤정 감독에게 고마웠던 것. 하지만 주체가 없는 이들이 이런 서강준의 한 마디에 살을 붙이고 붙여 오해를 만들었다. 대본대로 진행된 현장이 아닌 그 자리에서 수시로 분량이 바뀐 현장으로 변해버린 것이었다. 서강준은 이 부분만큼은 두 팔 걷고 나서고 싶었다. 억지로 분량을 바꾼 게 아니라고. 그저 자유로운, 융통성이 있는 현장이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항상 리허설을 해요. 이윤정 감독과 배우들이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더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죠. 각자 애드리브도 넣고 대사 톤도 다듬어요. 융통성 있는 현장이었는데 대본이 공개되고 이로 인해 문제가 생기니까 안타까워요. 맥락이나 스토리를 바꾸는 것은 말도 안 되죠. 각색은 엄연한 작가의 권한인데 배우가 이러쿵저러쿵 지휘할 수는 없어요. 속상하고 또 많이 미안해요."


배우 서강준.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2.29

잘못이 없기에 억울할 법하지만 서강준은 그저 팬들에게 미안할 뿐이고, 또한 동료들이 걱정될 뿐이다. 이 상황에 자신의 말 한마디가 또 얼마나 큰 파장을 몰고 올지 걱정하고 또 걱정했다. 지금쯤 자신보다 더 힘들어할 이윤정 감독도,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박해진, 김고은 모두 근심 걱정의 대상이었다. 서강준은 마지막까지도 "죄송하다"라는 말을 멈추지 못했다.

"그동안 마음고생 했던 팬들에게 미안해요. 누군가의 잘못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마음을 쓰게 해서 죄송하죠. 다들 마음고생 많았죠. 그럼에도 응원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치인트'에 끝까지 많은 애정 가져줘서 감사해요."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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