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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이럴거면 왜 나왔나 싶다.
Mnet '프로듀스 101'에 출연 중인 권은빈이 큐브엔터테인먼트(이하 큐브) 걸그룹 씨엘씨 멤버로 합류한다. 데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중 소속사 걸그룹으로 데뷔를 확정지은 것. Mnet 측이 "'프로듀스 101' 출연 중에는 다른 방송활동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분명 황당한 사건이긴 하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큐브 측의 해명은 이렇다. "제작진과 장기적으로 논의 한 끝에 씨엘씨 합류를 공식화 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그러나 '프로그램 외의 방송활동을 할 수 없다'는 '프로듀스 101'측과의 기존 협의에 따라 권은빈은 당분간 씨엘씨 멤버로서 방송 출연은 하지 않고 남은 오디션을 끝까지 소화할 예정"이라는 것이 큐브 측의 입장이다. 결국 권은빈의 데뷔는 확정지었으나 '프로듀스 101' 출연은 끝까지 마무리할 것이고 제작진과의 협의도 끝났으므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얘기다. Mnet 측도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어쨌든 큐브 측은 Mnet과 맺은 출연 계약을 파기 혹은 위반한 것이 아니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다.
'다른 도전자는 뭐야?' 금수저 논란
네티즌들은 '금수저 키우기네', '이미 데뷔 확정했으면서 왜 계속 출연하는지', '결국 이런 식으로 대형 기획사 데뷔 응원 프로그램 되는건가'라는 등 쓴소리를 내고 있다.
권은빈의 씨엘씨 데뷔가 황당함을 넘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명쾌하다. 다른 출연자들이 '프로듀스 101'을 통해 어떻게든 데뷔해 보려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프로듀스 101'은 '전국민 걸그룹 육성 프로젝트'를 표방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 걸그룹을 키워내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만큼 다른 연습생들은 자신의 얼굴을 걸고 죽을 각오로 데뷔 기회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끝나기도 전에 방송에 출연하면서 데뷔를 알리는 케이스는 다른 출연진들의 사기를 꺾는 행위다. 프로그램 취지에도 어긋난다. 차라리 데뷔를 확정지은 권은빈 대신 63위로 프로그램에서 탈락한 이에게 기회가 돌아가야 '전국민 데뷔 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 기획 취지에 걸맞다는 의견이다. 이와 같이 '프로듀스 101'이 특정 기획사의 소속 걸그룹을 띄우기 위한 수단과 장치로 전락하는 것은 이제까지 프로그램과 도전자들에게 관심을 보낸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의견도 많다.
업계 관계자, "무리수" 중론
업계 관계자들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단 큐브 측에 대해서는 "무리수"라는 반응이 많다. 한 관계자는 "너무나 명확한 노이즈마케팅이 아닌가. 프로그램은 어차피 조만간 막을 내린다. 급할 것 없이 프로그램이 끝난 뒤 씨엘씨 합류 사실을 알렸다면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 이제 꼭 흥하길'이라는 반응이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이 시점에서 데뷔를 발표한다는 것은 프로그램 방송 효과를 노리는 계획이 아니겠나. 노이즈마케팅으로 씨엘씨의 이름을 알리려는 의도가 명확하게 보이니 역반응이 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노이즈마케팅으로 씨엘씨의 이름을 알렸으니 됐다는 의견도 있지만 아무래도 황당한 사건이다. 무리수"라고 꼬집었다.
Mnet 측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프로듀스 101'에 출연하는 것 계약이다. 도전자들은 같은 조건에서 순위를 정하고 탈락한다. 그런데 권은빈은 출연도 하고 계약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고3반에 수능 앞두고 공부하는 학생들 앞에서 수시 합격한 학생이 돌아다니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래도 Mnet이 대형 기획사 밀어주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프로듀스101'에 출연하는 중에 다른 방송 출연을 금한다는 조항만 지키면 문제될 것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런 행각은 결국 대형 기획사 금수저 키워주기 아닌가. 만약 권은빈이 순위권안에 든다면 그땐 어떻게 활동을 할 건가. Mnet 프로젝트 그룹과 씨엘씨 양쪽 활동을 다같이 할 건가. 아니면 이렇게 프로그램 노이즈마케팅을 해놓고 떨어트릴 것인가. 어떻게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전했다.
결국 Mnet과 큐브의 무리수에 시청자는 분노했다. 그 분노의 화살이 아직 어린 권은빈에게 돌아가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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