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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가까운 사이일수록 낯 간지러워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얘기들이 있다. 영화 '순정'에서 가족의 정을 나눴던 황석정, 박정민, 이다윗에게도 그런 마음 한 조각쯤 있을 것 같았다. 평소 서로에게 궁금했던 것을 물으며 마음 속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오고가는 진솔한 얘기에 귀를 기울이다, 문득 이들의 만남이 '인연'이었다는 생각이 스쳤다. 연기에 대한 신념과 열정, 그리고 작품을 위한 헌신이 놀랍도록 닮았다. 이렇게 좋은 배우들을 만난 것이, 영화 '순정'에겐 최고의 행운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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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실 지난해 겨울에 다윗이가 많이 힘들어했다. 군대에 가려는 생각도 했다더라. 그리고 얼마 지나서 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와 영화 '순정'에 출연하게 됐다면서 연락이 왔는데, 목소리가 오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자신감을 찾은 것 같아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지금은 좀 괜찮아졌는지?
(이다윗) 이러니 내가 형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사실 지난해 겨울 힘들 때의 여파가 지금도 약간 남아 있긴 하다. 정민이 형에게 고민 털어놨을 때 못지않게 우울했다.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던 감정이라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 이유도 모르게 연기에 대한 회의감이 몰려왔다. 무엇 때문에 배우라는 단어에 집착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후아유-학교 2015'와 '순정'을 연달아 찍을 때는 정말 신이 났다. 그런데 모든 촬영이 끝나자마자 잠시 일시정지됐던 고민들이 다시 시작됐다. 더 크게 확 덮쳐오더라.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 그러다 무심결에 영화를 틀었는데 너무 재밌는 거다. 이게 재밌어서 연기를 하려고 했던 건데, 뭐가 그리 복잡했던 걸까. 마음을 다시 누그러뜨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끝까지 하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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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에유~ 나는 목소리로 하는 거다. 비주얼로 하고. 우리 역할 자체가 그런 거니까. / (박) 주연과 조연 차이 아닐까. 조연은 살짝 나와서 열심히 하고 가야 하고, 주연은 호흡 조절이 필요하니까.
-(이) 그렇다면 '순정'에선 어땠나?
(박) 선배님 말씀대로, '순정'에서는 그 마을 사람으로 보이는 게 제일 중요했다. 맏형으로 보여야 했고. 대사에 어떤 의미가 함축돼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않나. 막 질러대는 행동이나 말이니까. 그래서 사투리를 어떻게 더 자연스럽게 구사할까, 1991년의 시대 분위기를 어떤 디테일로 표현할까 고민했다. 그래서 해태 유니폼을 입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여러 사정 때문에 결국엔 빨간색 트레이닝복을 입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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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zak@sportschosun.com
[순정 인터뷰④]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