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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그야말로 '사이다'였다. '절대 악'과 이들의 '충견'을 향해 마음껏 조롱하는 배우 박성웅(43)은 고구마 '리멤버'에서 유일한 사이다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박동호을 비롯해 많은 등장인물이 일호그룹에 매수되고 계속해서 서진우가 권력에 무릎을 꿇는 모습이 보이는 등 답답한 전개를 펼쳐 시청자로부터 공분을 샀다. 통쾌한 복수극이 아닌 '고구마' 드라마라는 오명을 산 것. 이와 관련해 박성웅은 지난 22일 취재진과 만나 "이창민 PD와 윤현호 작가가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속앓이를 전했다. 예상과 다른 반응에 당황했고 한편으로 속상했던 것. '리멤버' 20회에서는 이런 애환을 담아 고구마에 대한 셀프 디스 장면을 선보이기도 했다.
"'리멤버' 제작진이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어요(웃음). 중반을 넘어선 이창민 PD가 윤현호 작가의 집에 가서 편집하고 잠을 자기도 했거든요. 한 마디로 감시 아닌 감시였죠. 하하. 20회 고구마 장면은 윤현호 작가의 아이디어였어요. 배우들의 애드리브는 아니었죠. 처음 대본에서 이 장면을 보고 '이게 뭐야?' 싶었어요. 수임료로 고구마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사이다까지 등장할 줄 몰랐거든요(웃음). 그냥 윤현호 작가가 시청자에게 편한 웃음을 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 마음으로 장면을 바라보니 거부감은 없더라고요. 재미있게 연기했어요. 하하." (이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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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못 쉬었죠. '리멤버' 끝난 주 토요일(20일)부터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조석현 감독) 촬영에 들어갔어요. 쉴 틈이 없어요(웃음).
- 2007년 MBC '태왕사신기', 2010년 KBS2 '제빵왕 김탁구' 이후 공중파 드라마는 오랜만인데?
맞아요. 공중파 드라마는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그동안 지난해 tvN '신분을 숨겨라'를 촬영하긴 했지만 확실히 케이블 드라마와 공중파 드라마는 다르잖아요. 아무래도 공중파 드라마는 여유가 없고 자유스럽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SBS 드라마는 거의 처음이었거든요. 2009년 '카인과 아벨' 특별 출연 외엔 없었어요. 부담감이 상당했는데 그럼에도 하고 싶었던 이유는 역시 대본이었어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사회를 보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 KTX에서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또 '변호인'(양우석 감독)을 쓴 윤현호 작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신뢰했죠.
- 시청률이 매회 상승했는데, 촬영장 분위기도 좋았겠다.
너무 좋았죠(웃음). 첫 방송을 7%로 시작해 17%로까지 찍고 무려 마지막회는 20%를 넘었잖아요. '리멤버'와 함께하는 내내 몸은 좀 힘들었지만 행복했죠. 제작진도 합이 잘 맞았어요. 이창민 PD도 만나자마자 형님·아우로 살갑게 지냈고 B팀으로 들어온 오진석 PD는 술친구가 돼 좋았죠. 이창민 PD가 술을 전혀 못 마셔서 서운했는데 오진석 PD가 들어와 위안이 됐어요. 하하.
- 박동호 캐릭터가 없었으면 평범한 '리멤버'가 될 뻔했다.
의상이 다 했죠(웃음). 몸뚱어리가 몸뚱어리인지라 뭘 입어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하얀색 슈트에 핑크 셔츠, 그리고 백구두까지 신었는데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하하. 보라색 슈트를 입고 등장할 때가 있었는데 그건 좀 별로였어요. 사실 너무 싫었죠. 그런데 방송되고 나서 자꾸 보다 보니 그것도 예뻐 보이더라고요. 제가 생각해도 어디서 이런 옷을 구하는지 궁금할 정도로 총천연색 슈트 패션을 선보였어요. 나중에는 점점 박동호화 돼가서 그런 옷들이 예뻐 보이더라고요. 오랜지색 코트는 마음에 들어 직접 구매하기도 했어요.
- 사투리에 대한 고충도 상당했겠다.
경상도 사투리는 초반에 시청자에게 욕을 엄청 먹었죠. 흐흐. 다른 지역의 시청자는 어색해하지 않으셨는데 경상도 시청자는 제 사투리에 질책을 아끼지 않으셨죠(웃음). 저 역시 사투리 연기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경상도 출신 동료에게 사투리를 배우기도 했죠. 그 동료가 대사 한 줄씩 녹음해 메신저로 보내주면 그걸 듣고 연습했어요. 대본이 악보 수준이었죠. 억양을 대사에 다 체크해 연습했어요. 연기할수록 이 정도로 오바해도 되나 싶었는데 나중에는 이창민 PD가 더 많은 애드리브를 요구하더라고요. 현장에서 잘 놀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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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난 남자 사람 중에 제일 착한 사람이에요. 유승호는 나이답지 않게 진중하더라고요. 제가 가장 좋을 나이에 '군대를 왜 일찍 갔다 왔냐?'고 물었는데 유승호가 '스스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하더라고요. 어린 나이에 데뷔해 자신의 길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나 봐요. 이번 작품을 통해 유승호를 팬으로서 사랑하게 됐어요.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촬영하다 백허그를 하고 싶을 때가 너무 많아요. 너무 좋은 배우, 남자죠. 연기 욕심이 가득한데 굳이 티를 안 내려고 하는 것도 좋아요.
- '리멤버'에서 가장 악한 인물인 남궁민과도 호흡이 상당했다.
진짜 나쁜 놈이죠? 하하. 처음에는 정말 소름 끼칠 정도로 악인이었는데 중간부터 후반까지 코미디로 변했어요. 그 부분은 제가 아이디어를 줬어요. 극 중 박동호가 교도소에 수감된 장면이 등장하고 그때 남규만(남궁민)이 면회를 오거든요. 박동호가 남규만을 향해 '서진우가 너 먼저 죽일 거다'라고 말하며 뒤돌아 가는데 그때 남규만이 '내가 먼저 죽일 거다'라고 소리치거든요. 이 대사는 제 아이디어였어요. 그 뒤로 남규만 캐릭터가 진화하더라고요. 이런 남규만을 잘 소화한 남궁민도 대단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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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할 때는 확실히 배신하고 조력을 할 때도 확실히 조력하는 캐릭터였어요. 왔다 갔다 하는 캐릭터가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는데 전 반대였어요. 박동호라는 캐릭터가 확실하게 서진우의 편에서는 캐릭터였으니까요. 또 워낙 쟁쟁한 선배들과 호흡을 맞춰 어려운 건 없었어요.
- 배우들끼리 기 싸움은 없었나?
솔직하게 말해서 배우들끼리 기 싸움 하는 현장이 있어요. 이런 작업이 어떻게 보면 팀플레이인데 안타깝죠. 다행인 건 '리멤버'는 기 싸움 전혀 없었어요. 누가 주인공이건 중요하지 않았죠. 서로 연기에 대해 조언해주고 좋은 아이디어를 줬어요. 캐릭터가 좋으면 뭐하나요. 작품 내용이 중요한 거죠. 그런면에 있어서 '리멤버'는 팀 조합이 굉장히 좋았죠. 그래도 촬영 초반 힘들었던 부분은 있었어요. 제가 딱 배우 서열 중에서 중간이었거든요. 위로 기라성같은 선배들, 아래엔 파릇파릇한 후배들이 있었거든요. 사투리 연기도 신경 쓰고 이런 선후배들 사이에서 중심도 잡아야 하느라 진땀을 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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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감사하죠. 모든 작품이 잘 될 거란 보장이 없는데 두 작품 모두 사랑받게 돼 너무 기쁘죠. '검사외전'은 '리멤버' 촬영이 바빠서 시사회로 못 보고 개봉 후에 봤는데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20대 여성들이 '박성웅 졸귀(매우 귀엽다)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런 반응이 힘이 됐죠(웃음). 원래 귀여운 사람이에요. 그동안 귀여움 모습도 많이 보여줬는데 워낙 캐릭터가 강렬해 귀여움을 인식 못 하더라고요. 이창민 PD도 처음 절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의구심을 가졌데요. 귀여운 역도 할 수 있는데 편견 때문에 못 한 적도 많아요.
- 3개월간 박동호를 사랑해준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올해 열심히 일하고 좋은 작품으로 많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늘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되더라고요. 인생의 어떤 시련이 와도 응원으로 버티는 것 같아요. 40대 중반 아저씨를 이렇게 좋아하고 응원해주는 것만으로 복 받았죠. 앞으로도 열심히 할 테니 많은 응원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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