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음악의 힘을 보여준 뮤지컬 '투란도트',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하다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6-02-21 15:59


[공연 리뷰] 음악의 힘을 보여준 뮤지컬 '투란도트',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하다


◇뮤지컬 '투란도트'가 디큐브 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투란도트 역의 알리(왼쪽)와 칼라프 왕자 역의 이창민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 사진제공=DIMF
디큐브아트센터에서 17일 개막한 창작뮤지컬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유명한 오페라를 원작으로 해서 (사)대구구제뮤지컬페스티벌이 만든 작품이다. 지난 2012년 대구에서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 아주 신선한 감흥을 받았다. 이미 상당한 음악적 완성도와 화려한 무대로 객석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2차례, 중국 초청 공연 2차례 등을 거친 뒤 마침내 올해 서울에 입성한 '투란도트'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무대를 보여줬다. 점점 성장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음악이다. 당연하다. 음악극이기 때문이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음악이 노랫말과 어우러져 드라마의 골격을 담당하는 게 뮤지컬의 핵심이다. 음악이 좋지 않으면 롱런할 수 없다. 여기에 '투란도트'의 강점이 있다. 베테랑 작곡가 장소영과 황규동 감독이 만든 20여 곡의 넘버는 드라마와 어우러지며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오프닝곡 '수수께끼의 투란도트'를 비롯해 투란도트와 칼라프왕자, 하녀 류와 티무르 왕이 교차하며 부르는 '오직 나만이', 거기에 올해 새롭게 추가된 아리아 '그 빛을 따라서' 등은 끊임없이 반복(Reprise)되며 관객의 기억에 잔상을 남긴다. 서양에서 비롯된 뮤지컬의 기본 공식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투란도트'는 이야기가 많은 작품이 아니다. 공주가 낸 수수께끼 3개를 푼다는 게 전부다. 이 짧은 소재를 두 시간 넘게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로 엮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관록의 연출가 유희성은 장소영의 음악을 기반으로 안무(오재익)와 조명(민경수), 무대(서숙진) 등 베테랑 크리에이티브팀을 적절하게 배치해 매우 '가성비' 높은 무대를 만들어냈다. 칼라프 역의 정동하, 이건명, 이창민, 투란도트 역의 알리, 리사, 박소연 등 이 작품과 인연을 맺어온 배우들의 열연도 당연한 자산이다.

'투란도트'는 어떤 면에서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6년 전 대구에서 처음 트라이아웃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 작품에 대해 큰 기대를 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제작사가 상업적인 전문 컴퍼니도 아니고 공공기관이라 '한 두 번 하다 말겠지'라고들 여겼다. 하지만 6년의 세월을 버티며 조금씩 완성도를 높여왔다. 그리고 첫 서울공연의 테이프를 끊었다. 대단한 집념이다.

지금껏 거둔 성과가 대단하긴 하지만 '투란도트'가 가야할 길은 아직 남아 있다. 이제는 세련된 포장을 고민해야 할 때다. 장면과 장면 사이에 비어있는 공간들을 다양한 볼거리로 메워야 작품의 밀도를 높일 수 있다. 고품격의 뮤지컬로 점프할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물론 돈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투란도트'는 3월 13일까지.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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