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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개봉 11일만에 7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검사외전'의 흥행 독주에 조만간 제동이 걸릴 조짐이다. 경쟁작의 부재 속에 설 연휴 극장가를 장악했지만, 이에 맞서는 걸출한 신작들이 출격 대기 중이다. 이준익 감독의 시대극 '동주', 상큼한 옴니버스 로맨스 영화 '좋아해줘', 19금 히어로의 공습 '데드풀'. 시사회에서 호평을 얻은 이들 세 작품은 일제히 개봉일을 하루씩 앞당겨 17일 첫 선을 보인다.
'자화상', '서시', '참회록', '별 헤는 밤' 등 우리 문학사를 찬란하게 밝힌 아름다운 시를 남긴 윤동주는 암흑의 시대에도 시인이 되고 싶어한 자신을 부끄러워한다. 그 부끄러움은 시대에 맞서 고민하고 투쟁하는 송몽규로 인한 것이기도 하다. 자신보다 한 발 앞선 송몽규에게서 열등감을 느끼는 윤동주의 자아성찰과 담담한 고백은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또한 이 영화는 윤동주의 시선에서 송몽규의 흔적을 따라간다. 과정은 치열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뚜렷한 결과물을 남기지 못한 비운의 청춘은 후대에 기억되지 못한다. '동주'는 송몽규를 현재로 생환해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시대의 부끄러움을 상기시킨다.
윤동주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소망했다. '동주'는 윤동주의 고결한 성품 그대로 한점 부끄러움이 없는 영화다. 강하늘과 박정민의 호연도 이 영화를 반드시 봐야 할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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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은 '동주'와 '좋아해줘'를 같은 날 선보이게 된 후 이렇게 말했다. "'동주'도 '좋아해줘'." 둘 다 관람해도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좋아해줘'는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편견을 깨고 뜻밖의 재미로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다. 데이트 무비로 손색이 없다. 모바일과 SNS로 소통하는 요즘 세태를 영화에 적극적으로 담아낸 점이 새롭다. 20~30대 관객에겐 '취향 저격'이 될 만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 커플의 조합이 특히 좋다. 까칠한 드라마 작가(이미연)와 콧대 높은 한류스타(유아인)의 티격태격 로맨스는 판타지를 자극한다. 우연히 동거하게 된 요리사(김주혁)와 스튜어디스(최지우) 커플의 '친구와 연인 사이' 관계는 관객들과 공감할 지점이 많고, 첫 사랑을 담당한 천재작곡가(강하늘)와 드라마 PD(이솜) 커플은 무척 싱그럽다. 각자 개성이 뚜렷해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도 훌륭하다.
영화 '6년째 연애중'에서 남녀의 연애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했던 박현진 감독은 '좋아해줘'에서 한층 무르익은 연출력을 선보인다. 매끄러운 구성은 옴니버스의 장르적 묘미를 한껏 살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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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히어로물의 반란이다. 영화 '데드풀'의 주인공에겐 세계평화에 대한 사명감이 없다. 정의의 수호자라는 거창한 수식어는 아예 떠오르지도 않는다.
전직 특수부대원이었지만 거리의 해결사 노릇을 하고 있는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은 사랑하는 여자를 만난 순간 말기암을 선고받는다. 암 치료를 위해 참여한 비밀 실험에서 뜻밖에도 초능력을 갖게 된 후, 그는 여느 히어로들처럼 온몸을 감싼 슈트를 입고 악당과 싸운다. 하지만 그 목적은 자신을 흉측하게 만든 이에 대한 응징에 있다.
시공간을 가볍게 넘나드는 영웅은 '어벤져스' 시리즈에서나 볼 수 있다. 그 대신 데드풀은 택시를 탄다. 총에 맞아 피를 흘리기도 한다. 그 모습이 묘하게 인간적이다. 하드코어 액션과 '병맛' 나는 미국식 성적 농담, 수위 높은 베드신이 등장해 10대 청소년들은 관람할 수 없다.
장르가 러브스토리인지, 호러인지, 히어로물인지 헷갈리는 뒤죽박죽 전개가 스크린에 휘몰아친다. 하지만 그 재미가 독특하다. '찌질한' 히어로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suzak@sportschosun.com·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CJ엔터테인먼트, 이십세기폭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