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을 이끌다①] '석테일'의 페이소스, 판타지도 현실이 된다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6-02-12 14:59


사진=tvN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디테일의 대가'로 정평이 자자한 김원석 감독이 이번에도 역시나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해 '연출의 힘'을 과시했다.

과거로부터 걸려온 간절한 무전 신호가 현재의 형사들에게 닿으면서 오래된 미제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고 과거의 형사와 형제의 형사가 손잡고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그린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김원석 감독의 12번째 산물이다.

범인을 찾아 끝내는 평범한 추리 수사물이 아닌,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바꾸는 신개념 추리 수사물로 매회 호평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배우들의 호연도 극본의 탄탄함도 안성맞춤이지만 무엇보다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대목은 김원석 감독의 전매특허 연출력. '속전속결' 확실한 사이다 전개와 빈틈을 찾을 수 없는 디테일한 미쟝센, 그리고 허무맹랑한 판타지를 그럴싸한 현실로 만드는 페이소스인 것.


사진=tvN '시그널'
먼저 '시그널'의 김원석 감독은 다양한 사건을 짧게는 2회, 길게는 3회에 걸쳐 속전속결 결말을 짓는다. 대게 한 사건을 종영 때까지 우려먹는 다른 드라마와 달리 시원시원하게 뻗어 가는 전개로 시청자의 답답함을 해소했다.

두 번째 김원석 감독의 힘은 소품 하나, 배우들의 동선 하나 치밀하고 디테일하게 계산하는 완벽한 미쟝센 구현이다. 여느 수사물처럼 경찰서라는 공간이 반복돼 지루함을 안길 수 있지만 김원석 감독은 과거와 현재 경찰서에 차이를 두며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또한 배우들의 동선을 따라간 카메라 워크로 세밀한 감정 연기를 표현, 뒷모습까지 사연 있는 주인공으로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건과 관계가 있는 소품도 곳곳에 배치해 '떡밥' 찾는 재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사진=tvN '시그널'
마지막으로 김원석 감독은 특유의 페이소스를 이용해 판타지를 현실화하는데 일조했다. 무전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다는, 또 이를 통해 사건을 해결한다는 상황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판타지이지만 실제 미제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과 연출로 시청자를 이해시키고 설득시켰다. 똑똑하고 냉정한 이들도 '시그널' 속 사건을 보면서 마치 내 이야기처럼 연민을 느끼고 동정을 갖게 되는 이유가 바로 김원석 감독의 페이소스 때문이다.

자세히 보고, 여러 번 곱씹을수록 진국이 우러나는 '시그널'.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어렵고 복잡한 '시그널'임에도 시청자가 뜨겁게 응답하는 김원석 감독의 연출력이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