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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tvN '응답하라1988' 김정환은 우리 마음 속 첫사랑의 모습 그대로였다.
1988년 쌍문동 골목길의 이야기가 끝나고, 이제 우리는 '개정팔' 김정환이 아닌 류준열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너무나 친숙한 모습으로 김정환을 그려냈기에, 인터뷰를 위해 만난 류준열 또한 오래 봐 온 동네 친구처럼 익숙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신문사 한 가운데에서 큰 소리로 새해 인사를 전하는 류준열의 모습은 감정을 티내지 않던 김정환과 사뭇 달라 호기심을 유발했다.
비록 김정환은 떠났지만, 앞으로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올 류준열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보고 싶어진다.
자연스럽게 대본을 받으면서 알게 됐다. 그냥 '이렇게 됐구나' 싶었다. 원래 제작진이나 배우들도 누가 남편이 될까 그런 얘기를 잘 안 했다. 보검이와도 그렇고. 딱히 누가 남편이 될까에 대한 관심이 크지는 않았다. 작가님과 감독님 외에는 스태프도 누가 남편이 될지 모르니까, 어떤 결과든 놀랍고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던 것다.
-아쉬움은 없나.
그렇다. 지금은 정환이를 보냈고, 아쉬웠다면 정환이가 아쉬웠을 것. 류준열의 입장에서는 물 흐르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죠. 제가 아쉽다고 하는 부분은 정환으로서, 어쨌든 가슴 아픈 사랑을 했는데 오랜기간 짝사랑 했는데 이뤄지지 못해서. '이렇게 덕선이와는 안녕이구나' 깔끔하게 포기를 했다. 많은 분들이 대신 아쉬워해 주신 것 같다. 이 작품 하고 어디 갈 것도 아니고, 좋은 글 주셔서 재미있게 찍은 것 뿐. 속상해하고 그런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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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하게 '이 사람이 첫사랑이다'라고 정의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초등학교 때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었는데, 나이 먹고 불현듯 그 친구가 꿈에 나타나더라. 어린 시절 그 모습으로. 지금은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는데 참 신기했다. 그게 첫사랑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딱히 고백하거나 그런 건 없었지만 서로 마음은 전해졌던 것 같다.
-결국 정환은 제대로 고백하지 못하고 혼자만의 사랑으로 끝낸 것 같아 아쉬웠다. 실제 좋아하는 감정을 조심스럽게 담아두는 편인지, 고백을 바로 하는 편인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저였다면 더 밀어붙였을 것 같다. 그래도 덕선이는 알았잖아요. 좀 늦게 알아서 아쉽긴 하지만 아무도 모른채 끝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덕선에게 전달이 됐다는 것으로 위안이 된다.
-'잘생김을 연기한다'는 말을 들었 때 기분은?
기분이 좋았다. 어쨌든 결론은 잘 생겼다는 것 아닌가. 결론은 정환이가 잘 생겨보이고 매력있게 다가갔다는 거니까 칭찬같아서 되게 좋았다. 외모에 대해 크게 신경쓰고 스트레스 받는 타입이 아니다. 관심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감사히 여겼다.
-'무한도전' 못.친.소에서 바비에 졌는데, 만약 이겨서 초대를 받았다면?
당연히 가야지. '무한도전'은 평소 애청하는 프로그램이다. '못.친.소' 시즌1도 봤다. 시즌2 한다고 해서 봤는데 거기에 제 이름이 나오고 사진이 나와서 기분이 되게 묘하더라. 멤버들이 제 얘기를 하는 게 기분 좋았다.
-또 즐겨보는 예능이 있나?
'꽃보다 청춘'을 재미있게 봤다. 제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인데 거기 나오게 돼서 더 좋았다. 제작진들이 '꽃보다 청춘' 시즌1부터 계속 하신 분들이라 팬의 마음이 들었다. 이번 아프리카 편이 제일 재미있을 것 같다.(하하) 아무래도 제가 제 모습을 보니까 웃길 것 같다. 찍으면서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고 빨리 보고 싶다.
-본인이 생각하는 매력 포인트는?
저는 다 좋다. 자존감이 강하다고 해야하나. 하하. 저는 다 좋다. 너무 자기애가 강한가? 만족한다기 보다 딱히 스스로에 불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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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자기애가 강한가? 나르시즘일까? 여러 장면이 있는데 가족극이다 보니. 가족과 에피소드들이 기억에 남는다. 초반에 엄마(라미란)가 친정에 가서 남자들끼리 집을 보는 에피소드. 엄마가 돌아 온 뒤 섭섭해 하는 엄마를 위해 일부러 형 손도 냄비에 데게 하고, 연탄도 부수고 했던. 저희 가족이 재미있게 잘 그려져서 좋았다.
-그때 상의 탈의도 했는데, 너무 자연스러워서 조용히 지나갔다.
그러게. 생각해 보니 속상하다. 다음부턴 화제 좀 됐으면.(웃음)
-캐릭터들 중 본인과 가장 닮은 인물을 꼽는다면?
정환, 선우, 동룡이 같은 면이 다 골고루 있는 것 같다. 딱히 하나를 정하기가 어렵다.
-쌍문동 친구들 못잖게 연예계 절친들이 있더라. 변요한, 이동휘와 친분도 유명하던데.
독립영화 하던 동료들도 있고. 영화를 하다 보니까 또래들을 만나게 되고, 그렇게 끼리끼리 만나고 영화제에서 모이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안재홍, 고경표와도 친해졌고. 그렇게 친한 사람들은 '응팔'에서 같이 하게 돼서 신기했다.
-반면에 '응팔'을 통해 친해진 사람도 있을 듯 한데.
원래 친해서 특별히 더 친해졌다고 꼽기는 어려운데, '꽃보다 청춘'가면서 보검이랑 더 많이 친해진 것 같다. 늘 붙어있다 보니까. 서로 '남편 언제 알았어?' 이런 얘기도 하고. 그 정도로 작품 할 때는 서로 그런(덕선의 남편이 누구될지) 얘기를 많이 안 했다.
-덕선의 40대 역할로 이미연이 나온 것처럼, 본인의 40대 역할로 상상했던 배우는 없었나?
제가 직접 목소리 연기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다. 이종혁 선배님이 선우 목소리를 한 것처럼.
-연극학과에 진학해서 어떻게 배우를 꿈꾸게 됐는지.
원래 교사가 꿈이었다. 대학 입시 때문에 재수를 했는데, 너무 졸려서 서서 공부하고 있는데 제가 서서 졸고 있더라. 그때 '이건 내 길이 아니다' 싶더라. 수능치고 나서 연극영화과로 바꿔서 지망했다.
재수를 하던 시절 영화를 되게 많이 봤다. 그때 내가 좋아하는게 뭘까 고민하다가 영화 쪽을 하고 싶다. 연출 보다는 연기가 어떨까 싶어서 정하게 됐다.
-교사를 꿈꿨던 이유는?
그냥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것을 좋아하니까. 좋은 은사님들도 계셨고. 학생들과 좋은 얘기 나누면서 재미있는 삶을 살 수 있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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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후에는 거의 독립영화를 했다. 연극도 하고 거리극도 하고.
-배우로서 이름을 알리기까지 힘든 순간은 없었나?
원래 성격이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다. 걱정도 많지 않고, 안 좋은 일이 있어도 금방 잊고 넘어가는 편이다. 크게 굴곡이 있거나 가슴 아픈 일이 있지는 않았다.
-소속사가 없을 때도 스스로 명함을 만들어서 다니며 자신을 알렸다고 들었다. 적극적인 성격인 것 같다.
상대에게 명함을 받았는데 저는 드릴게 없더라. 그래서 만들게 됐다. 배우가 이런 사람이라는 자기 피알이 중요한데. 귀엽게 명함을 만들어 드리니까 인상 깊다는 얘기를 들어서. 더 적극적으로 드렸다. 명함 드리면 '이런 배우구나, 나중에 좋은 작품으로 한 번 보자' 이런 덕담을 많이 해 주신 것 같다.
-오디션에 강한 것 같다. '응팔' 오디션 영상도 화제였다.
제가 잘해서라기 보다는 감독님 역량인 것 같다. 어떤 오디션장은 딱딱한 불편한 반면, 신원호 감독님은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고, 일단 오디션을 되게 편하게 해 주셨다. '보여주고 싶은 것 다 보여주고 나가' 이런 타입이라. 제 기량을 다 보여줄 수 있지 않았나. 그게 주효했다고 본다.
-'소셜포비아' 때도 오디션을 통해 연기를 멋지게 소화한 덕에 본래 제안받은 역할 대신 양게 역을 따냈다고.
원래는 고등학생이나 군인 정도로 역할을 제안 받았는데 대본을 읽어보니까 양게 역할이 매력적이어서 같이 준비를 해 봤다. 오디션에서 한 번 해봐도 괜찮겠냐고 말했는데 다행히 잘 봐주셔서 맡게 됐다.
-'라디오스타' 작가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고? '응팔' 출연에도 영향을 줬다던데.
'라스' 작가님이 '응답' 쪽 작가님들과 친분이 있어다고 하더라. '소셜포비아'라는 영화가 있는데 한 번 보라고 추천을 해주셨다고 하더라. '라디오스타' 애청자다. 기회가 되면 나가고 싶다.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류준열의 모습.
딱히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기 보다는 류준열이라는 배우의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다른 모습도 기대해 주시고 정환이와는 또 다른 모습을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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