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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가 잘 안되어서 가수 하려는 거 아닙니다!"
KBS 개그맨 24기인 안소미는 'KBS 최연소 공채 개그맨'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합격 이후 5년 넘게 무명의 설움을 겪어야 했고, 이후 '개그콘서트'에서 김병만의 '달인' 코너에 잠깐씩 얼굴을 보이는 것으로 방송 활동을 겨우 시작할 수 있었다. 이후 '놈놈놈' '닭치고' 등 인기 코너에서 열연하며 안소미는 미녀 개그우먼으로 우뚝 섰다.
한창 잘나가는 그녀가 트로트 가수에 도전을 하자 괜한 오해를 사기도 했다. '개그맨으로 서서히 인기가 떨어질 만하니까 노래를 부르냐?' '트로트를 그저 흉내나 내는 것 아니냐' 등이 그것.
어려서 대천해수욕장을 놀이터 삼아 자랐던 안소미는 여름이면 할머니와 그곳에서 폭죽을 팔았다. 그러다 장기자랑이 열리면 즐겨듣던 트로트 곡을 들고 참가해 1등을 독점하다 시피 했다. "트로트를 듣고 자라다보니 트로트를 부르는게 너무나 편했다. 조용필의 '기다리는 아픔', 최성수의 '동행' 등이 애창곡이다."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던 트로트 가수의 꿈을 다시 꺼내들 수 있었던 것은 부활의 베이시스트 서재혁을 만나면서부터다. 서재혁은 자신이 작사, 작곡한 트로트곡 '술 한잔'을 선물했고, 안소미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아 녹음을 결심하게 됐다.
노래를 발표하고 가장 큰 걱정은 선후배 개그맨들의 반응이었다. 안소미는 "잔뜩 긴장하고 '노래 들어봤느냐'고 물어봤는데 상당수가 '노래 잘하네!'라고 말해줬다. 그때서야 조금 안심이 됐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하지만 트로트는 매번 라이브로 무대를 소화해야하는 만큼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술 한잔'의 첫 라이브 무대에서 안소미는 살짝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막상 라이브를 해보니 녹음할 때처럼 노래가 시원하게 나오지 않았던 것. 하지만 긍정의 아이콘 답게 "당장 지금은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대신 매일매일 노래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안소미가 트로트를 발표하며 이미지가 겹치는 가수가 생겼다. 바로 최근 여러 프로그램에서 맹활약 중인 트로트 가수 홍진영. "여러 부분에서 이미지가 겹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롤모델로 홍진영 씨를 생각하고 있던 만큼, 가수로서 부족했던 부분은 많이 배울 생각이다."
'술 한잔'을 맛깔나게 부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안소미는 3가지 중 한가지만 갖고 있으면 느낌을 잘 살려낼 것이라 조언했다. "이별을 하고 후회한 적이 있거나, 술을 좀 좋아하거나, 트로트를 정말 좋아하면 된다."
이제 가수로서 걸음마를 뗀 안소미에게 개그맨과 가수 중 어느 쪽이 좋은지 물었다.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냐'는 질문과 같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안소미는 "무대에 올라가면 가수나 개그맨이나 똑같이 흥분된다. 난 그 느낌이 너무 좋다. 그래서 연예인 이란 직업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명쾌히 설명해 줬다.
개그맨으로도 실력을 충분히 인정 받고 있지만 안소미는 재능이 너무 많다. 드라마 '청담동 스캔들'로 연기에 도전한 바 있고 'DJ쏘미'란 이름으로 디제잉도 한다. 안소미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는게 궁극적인 목표다. 그 가운데 트로트 가수는 나이를 먹어서도 계속 할 수 있어 더욱 하고 싶은 장르이다. 나에겐 연예인으로 오래 살아남는게 중요하기 때문이다"며 웃으며 답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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