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비즈]]섹시 걸그룹 스텔라는 어떻게 대중의 지갑을 열었나?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5-12-31 09:39


걸그룹 스텔라가 최근 크라우딩 펀딩을 통해 새 앨범 제작비 1천만원 이상을 모았다. 스텔라는 내년 초 신곡을 발표할 예정이다.

"스텔라 신곡 빨리 듣고 싶어요!"

그동안에는 가수가 신곡을 발표하려면 소속사가 대형 유통사로부터 투자를 받아 그 돈으로 녹음과 뮤직비디오 제작 등을 진행했다. 그리고 대중은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를 오로지 소비 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중이 가수의 신곡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을 직접 투자하는 방법이 생겼다. 이 기법은 가수의 신곡 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전반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엔터 비즈니스의 흐름을 새롭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바로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다. 대중 문화에서는 아직 낯선 단어이지만 최근 잇따라 성공 사례가 늘어가며 내년에는 그 범위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스텔라
섹시 걸그룹 스텔라, 사흘만에 1천만원 모아

최근 크라우드 펀딩으로 가장 재미를 본 주인공은 4인조 걸그룹 스텔라다. 지난해 '마리오 네트'란 곡을 발표하며 선정성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던 스텔라는 이후 섹시를 자신들의 트레이드 마크로 만들며 군부대 최고 스타인 '군통령'이 됐다.

지난 7월 여성번째 싱글 '떨려요'로 다시 한번 섹시 걸그룹의 지존 임을 입증한 스텔라는 이번에 새 앨범을 준비하며 그라운드 펀딩을 도입했다.

목표 금액은 1000만원.


전세계에 있는 스텔라 미니앨범 제작에 관심있는 누구나 일정 금액을 후원하며 제작에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인데 만 3일 만에 목표금액을 달성하는 '대박'을 터트렸다. 지난 14일 시작돼 오는 2월 14일까지 진행될 예정인데 30일 현재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인 금액이 1538만2014원으로 목표한 금액의 150%를 돌파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이번 프로젝트 게시판에 투자자들이 다양한 국가의 언어로 글을 남기며 더 높은 성공률을 달성하기 위한 자체적인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클라우드 펀딩을 진행한 '메이크 스타' 김재면 대표는 "스텔라 프로젝트에 참여한 후원자들 중에는 국내 팬들도 있지만 소속사에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중국, 미국, 남미와 유럽 등지에 퍼져 있는 스텔라의 팬들이 앨범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고 밝혔다.


스텔라
엔터 비즈에서 크라우드 펀딩 성공 사례는?

크라우드 펀딩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중소 사업자가 다수의 소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미국이 지난 2012년 4월 JOBS(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 Act)을 제정, 창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혁신적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함으로써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7월 6일 크라우드 펀딩법이 통과되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 받고 마케팅 툴을 제공 받을 수 있다.

엔터 비즈니스 쪽에서 크라우드 펀딩의 성공 사례는 빠르게 늘어가고 있다.

'베로니카 마스'는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UPN 채널을 통해 미국 전역에 방송된 드라마다. 이 드라마를 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이 목표액 2백만불로 진행됐는데 그 결과 불과 10시간 만에 목표액을 돌파하였으며, 약 600만 달러 이상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는 영화 '26년'과 '연평해전'이 크라우드 펀딩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26년'은 순 제작비 46억원 중 7억원을 관객 1만5000명으로부터 모금할 수 있었고, '연평해전'은 순 제작비 60억원의 3분의 1에 달하는 20억원을 모았다.

음반 쪽의 성공 사례는 미국의 뮤지션 아만다 파머를 꼽을 수 있다. 그녀는 음반 제작비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았는데 전세계에서 2만4883명의 사람들이 펀딩에 참여해 목표금액 10만 달러의 12배인 120만 달러를 모았다. 이후 아만다의 앨범은 빌보드 차트 5위에 올라가는 기적같은 결과를 만들었다.


스텔라가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팬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들
무엇이 대중의 지갑을 열게 만들었나?

투자를 한다는 것은 당연히 그에 따른 손해를 감수하거나 이익을 기대 한다는 것. 하지만 엔터 비즈니스에서는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다고 해서 이익에 따른 수익 배분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대신 투자 금액에 따라 받게 되는 선물이 달라진다.

실제로 스텔라의 경우 1000원부터 100만원까지 총 9가지 중 한 가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

1000원을 투자하면 감사 메일을 받게되고 1만원을 투자하면 감사메일, 후원증서, 음원파일을 받게 된다. 그렇게 액수별로 받게 되는 혜택이 달라지는데 최고액인 100만원의 경우 친필 사인 앨범, 미공개 친필 사인 폴라로이드 사진, 앨범 크레딧에 명예 제작자 이름 올리기, 비매품 사인 CD 증정, 펀딩 참여자 호명 모닝콜 파일, 스텔라와 함께하는 식사 미팅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베로니카 마스'의 경우 영화가 만들어질 경우 출연진들의 사인이 들어간 기념품, 영화티켓, DVD, 영화 갱 등을 받기로 했다. '연평해전'의 경우 2만원을 후원하면 시사회 표 2장을, 5만원을 후원하면 시사회 표와 엔딩 크레딧에 이름 그리고 DVD를 받았다.

결국 엔터 비즈니스에서 크라우드 펀딩이 확실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이 만족할만한 선물이 준비되어야 한다. 한 관계자는 "100만원이란 거액을 투자할 때에는 그만큼 선물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알찬 선물이 준비된다고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라우드 펀딩은 단순히 돈을 모은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또다른 홍보 수단이 된다는 것.

스텔라 소속사인 디엔터테인먼트파스칼의 최병민 대표는 "사실 앨범 제작비가 1억5000만원 이상 들어간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은 1000만원은 큰 돈이 아니다. 돈 보다는 새로운 앨범에 대한 팬들의 기대심을 키울 수 있고 동시에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여기에 팬들의 기대가 크다는 점은 가수들에게도 더 정성들여 앨범을 제작하게 하는 긍정적 부담 효과도 있다"고 전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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