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연말 극장가에서 여배우들이 실종됐다. 700만 관객을 돌파한 '내부자들'에서도, 500만을 향해 질주 중인 '히말라야'에서도, 또 다른 대작 '대호'에서도 여성 캐릭터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새해 맞이 극장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오랜만에 스크린 복귀를 앞두고 흥행파워를 충전한 여배우들이 반격을 준비 중이다. 특히 멜로물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지는데, 누가 '멜로퀸'의 자리를 차지할지 지켜보는 것도 색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30일 개봉한 '조선마술사'의 고아라가 여배우 복귀 대열의 선두에 선다. 병자호란 뒤 청나라 왕자의 첩으로 끌려간 청명공주 역.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던 위태로운 순간, 우연히 환술사(마술사) 환희(유승호)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영화 초반에는 소녀처럼 여리고 사랑스럽지만, 유승호와의 멜로가 깊어지면서 성숙한 여인의 향기를 풍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사랑 받았던 고아라는 한층 성장한 연기력으로 스크린에서도 주연배우의 존재감을 빛낸다.
5년만에 영화에 복귀한 김하늘은 '나를 잊지 말아요'로 관객의 마음을 두드린다. 기억상실을 소재로 두 남녀 사이에 숨겨진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독특한 멜로영화다. 김하늘은 교통사고로 10년간의 기억을 잃은 남자 앞에 나타나 새롭게 사랑을 시작하는 여자를 연기한다. 모든 기억을 간직한 채로 기억을 잃은 남자를 대하는 복잡한 심경을 세심한 연기로 표현했다. 남자주인공 정우성과의 호흡도 좋다. 결혼을 앞둔 김하늘에게 미혼 시절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김하늘이 새해 1월 7일 '나를 잊지 말아요'를 개봉한 다음주엔 문채원이 등판한다. 1월 14일 개봉하는 '그날의 분위기'로 김하늘과 멜로 대결을 펼친다. 부산행 KTX 열차에서 만난 두 남녀의 아찔한 '밀당 연애담'을 그린 영화. 유일한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는 '철벽녀'로 분한 문채원의 상큼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 연기를 볼 수 있다. 차분하고 단아한 이미지가 강한 문채원의 연기변신에 기대가 모아진다. 상대역은 유연석.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맹렬히 다가가는 남자다. 충무로를 이끌어갈 차세대 남녀배우의 만남이라 캐스팅 단계부터 눈길을 끌었다.
2014년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이후 스크린 나들이가 뜸했던 손예진은 그간 부지런히 촬영을 마친 영화를 차례로 선보인다. 새해 개봉 예정작만 3편이다. 첫 개봉작은 한중합작 '나쁜놈은 죽는다'로, 지난 11월 중국 개봉에 이어 새해 2월 4일 한국에서도 개봉한다. 이 영화는 제주도 여행을 하던 친구들이 미스터리한 여인을 만나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코믹 액션물이다. 손예진의 첫 중국 진출작. 중국 개봉시 배우들의 열연과 유쾌한 전개로 호평받았다. '나쁜놈은 죽는다'의 뒤를 이어 김주혁과 호흡을 맞춘 스릴러 영화 '행복이 가득한 집'이 개봉을 준비 중이며, 최근에는 '덕혜옹주' 촬영을 시작했다. 손예진의 3연타석 안타를 기대해볼 만하다. suzak@sportschosun.com·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조이앤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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