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 확장판, 재관람해도 좋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5-12-28 09:34



[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영화 '내부자들' 확장판에는 '디 오리지널'이란 부제가 붙었다. 영화가 담고 있는 시대상 또는 세계관이 애초 목표했던 지점에 본질적으로 가까워졌다는 의미일 테다. 23일 언론시사회에서 공개된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은 부제에 걸맞게 한층 탄탄하고 밀도 있는 이야기를 선보였다. 숨막히는 전개에 러닝타임 3시간 동안 지루함이나 피로감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전체적인 이야기나 사건 전개는 본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각 캐릭터의 전사가 더해지면서 관계성이 입체감 있게 살아났고, 편집됐던 몇몇 장면과 에피소드가 추가돼 기승전결이 촘촘해졌다. 덕분에 정치극이자 범죄극으로서의 색깔이 더 뚜렷해졌다.

확장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의 변화다. 폭력 조직에 몸 담고 있던 안상구가 보수언론의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를 만나 정치깡패로 성장해가는 20여년의 시간이 자세하게 묘사된다. 그로 인해 안상구가 이강희에게 충성을 바친 이유와 이강희의 배신에 그토록 분노하는 이유가 한층 설득력 있게 전달됐다. 오른손을 잃고 정신병원에 감금된 채 복수의 칼날을 벼리는 장면도 꽤 인상적이다. 그밖에도 안상구가 고전 영화의 명대사를 인용하며 상대를 겁박하거나 패션에 유달리 신경쓰는 장면 등을 통해 영화광이자 패션광으로서 안상구의 개성과 인간미가 부각됐다. 본편에는 없었던 안상구의 색다른 헤어스타일도 확인할 수 있다.


이강희 역의 백윤식은 확장판 개봉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을 만하다. 신문사 편집국 간부들의 밀실 회의에서 사회 이슈에 대한 의제 설정이 이뤄지는 장면, 이강희가 펜을 이용해 권력을 키워가는 장면 등을 통해 정치판을 배후 조종하는 설계자로서 이강희의 추악함과 비열함이 살아났다. 영화가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는 여러 형태의 권력 중에서도 언론 권력이 가장 나쁜 절대악으로 비춰질 만큼 이강희 캐릭터의 존재감이 상당히 강하다. 본편에서 통편집돼 엔딩 크레딧에만 등장했던 김의성은 백윤식과 절대악의 쌍두마차로 활약한다.

검사 우장훈(조승우)은 경찰 재직 시절의 활약상을 추가해 '사냥개'다운 집요함을 강조했다. 덕분에 실력이 아닌 '족보'로 연결되는 권력 구조 속에서 우장훈의 울분과 좌절감이 어떻게 성공에 대한 야망과 집착으로 변해가는지 설득력이 더해졌다.

확장판은 본편에 비해 이야기의 곁가지가 풍성해지면서 질감도 크게 변했다. 본편이 '화끈한 복수극'의 느낌이라면 확장판에선 '냉소'가 더 짙다. 그 이유는 새롭게 추가된 엔딩 때문이다. 본편은 안상구와 우장훈의 한판 뒤집기로 후련하게 끝을 맺지만, 확장판에선 이강희의 독백신이 에필로그로 보태졌다. 수의를 입은 채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이강희의 모습이 롱테이크로 담기는데, 그 대화의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이다. 앞선 모든 사건과 이야기를 뒤집어버릴 만큼 섬뜩한 장면이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은 권력의 추악한 속성을 더욱 적나라하게 관객 앞에 드러낸다. 복수극의 성공 못지않게 권력을 낱낱이 해부하는 예리한 시선이 주는 통렬함도 상당한 감흥으로 다가온다. 이미 680만 관객이 관람했지만, 재관람 해도 아깝지 않을 듯하다. 31일 개봉.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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