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말 'AOS' 시대에 살고 있을까?

최호경 기자

기사입력 2015-12-09 09:18





만화 원피스의 시작은 대해적 골드 로저의 처형과 함께 시작된다. 해군에 의해 붙잡힌 골드 로저는 '보물 원피스를 바다 어딘가에 놓고 왔으니 찾아보라'는 말을 마지막 한마디로 남기면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그렇게 시작된 대 해적시대에 주인공 루피는 해적왕이 되겠다는 무모한 목표를 삼고 동료를 모으며 적들을 물리치면서 정점에 다가선다. 아직 만화가 완결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되지만 결국 루피는 해적왕이 되면서 마무리 되지 않을까.

지금의 국내 게임계는 마치 만화 원피스의 배경과 비슷하다. 리그오브레전드가 열어놓은 AOS(혹은 MOBA) 시대에 발맞춰 모든 게임사와 퍼블리셔들이 AOS 장르에 뛰어들었다. 리그오브레전드를 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운 게임사도 있지만 오히려 떨어진 콩고물을 더 탐내는 게임사도 있었다.

AOS 장르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스타크래프트의 유즈맵으로 시작돼 워크래프트3의 유즈맵인 도타, 카오스 등으로 이어져온 새로운 장르의 게임이다. RPG의 성장 과정을 한 판의 게임에 압축시켜놓은 형태로 장르의 인기를 미리 감지한 라이엇게임즈와 벨브 등은 재빨리 정식 게임으로 AOS 게임들을 만들었다.




그렇게 출시된 리그오브레전드, 도타2는 곧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뒤늦게 합류한 한국 유저들도 리그오브레전드에 푹 빠지면서 온라인게임 시장의 판도가 RPG, FPS에서 AOS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AOS의 인기를 뒤늦게 알아차린 국내 게임 개발사들은 나름 특색을 갖춘 AOS 형태의 게임들을 온라인과 모바일로 앞 다퉈 선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떨어진 콩고물조차도 가져가지 못한 채 모두 쓴 잔을 들이켰다. 지금은 대부분 사업을 접거나 작은 수의 유저만으로 명맥만을 유지하면서 소규모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쯤에서 멈출 법한 AOS 게임 제작 열풍은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프로젝트가 늦어지면서 출시 일정이 이제야 다가온 게임부터 최근 프로젝트를 시작한 팀은 물론 리그오브레전드와 비슷한 게임을 만들겠다고 막 게임 분석에 들어간 개발사도 있다.


지금까지 모두가 실패라는 동일한 결과를 얻었지만 우리 게임만은 다를 것이라는 희망을 안은 채 개발사들은 오늘도 AOS 게임에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 역시 성공하기 쉽지 않아보인다.

혹자는 말한다. 우리는 AOS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리그오브레전드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원피스에 비유해서 말하자면 아직도 해적왕 골드 로저의 시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본격적인 AOS 시대가 열리기 위해서는 장르를 주도해온 리그오브레전드가 내외적으로 변화가 있어야만 대격변으로 신세대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




공교롭게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던 리그오브레전드의 강철 포탑도 최근 중계권 이슈에 맞물리면서 흠집이 생겼다. 혜성같이 루피 같은 괴물 신인이 나타나 시장을 평정할 수 있지만 우선 개발사는 운 보다는 남다른 자세로 게임 개발에 임해야 된다. 남들과는 다르게, 유저들의 마음을 읽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며 왜 다른 AOS 게임들은 성공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분석이 이어져야 된다.

그들의 도전은 지지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춰, '다른 게임사가 만드니 우리도 만들자'의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럴 바에는 타 장르의 게임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 우리는 AOS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리그오브레전드의 시대'에 살고 있다. 게임을 준비하는 개발자들의 근시안적인 목표보다는 장기적인 대안과 계획을 가진 현명한 대응이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김지만 게임인사이트 기자 ginshenry@gameinsight.co.kr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