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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기자석> 롤챔스 중계권 문제, '배려'와 '자연스러움'이 필요하다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5-12-07 10:00

<남정석의 기자석> '배려'와 '자연스러움'이 필요하다

e스포츠는 2000년대 말부터 3~4년 넘게 심각한 불황기를 겪었다. '스타크래프트1'에만 의존했던 구조의 문제점에다 이의 소유권을 바탕으로 기존 e스포츠 주체들을 무시한 종목사의 '일방통행'으로 인해 e스포츠의 존폐까지 걱정해야 할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의 대두,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한국e스포츠협회를 힘 있게 이끌 전병헌 회장의 등장으로 e스포츠는 놀랄만큼 빠른 기간 안에 다시 재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기존과는 그 규모나 인기 면에서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 것은 'LoL'의 글로벌 인기, 그리고 종목사인 라이엇게임즈의 전폭적인 투자에 기인한다. 기존 스포츠에 버금가는 명경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게이머들과 게임단, 이를 맛깔나게 구성해 글로벌로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는 방송사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큰 몫을 하고 있다. 공통의 즐거움을 위해 한꺼번에 뛰었을 때 그 동반상승효과가 얼만큼 대단한지를 새삼 재확인하고 있다.

그런데 우려했던 일이 터져나왔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의 확장 과정에서 중계권 분할이라는 화두가 제기된 것이다. 팬과 게이머들의 편의증진을 위해선 다양한 경기장과 중계사가 필요하다는 라이엇게임즈의 주장에 대해 이를 만들고 성장시킨 OGN이 그럴 수 없다고 맞붙은 것이다.

입장차가 분명한 상황이지만, 이번 갈등의 이면에는 '배려'와 '자연스러움'이 부족했다고 본다. 상대의 '자존심'을 지켜줘야 자신의 것도 보장받는다.

라이엇게임즈측은 지속적으로 평일 낮 경기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롤챔스 팬들이 대부분 젊은층인데 현장을 찾기도 중계를 시청하기에도 힘들다는 점이다. 또 OGN이 중계 수준에만 공을 들이다보니 현장 관람객들에 대한 편의 제공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 OGN이 개선해야 할 대목이다. e스포츠가 아직 현장 관전 스포츠에 특화된 콘텐츠가 아닌 것도 원인이지만 파트너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물론 팬들에 대한 배려 소홀은 게임단들의 책임이기도 하다. 몇몇 게임단들은 나름 팬서비스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팀별로 격차가 크다보니 평균적으로는 기대 이하이다.

OGN도 해결책을 제시했다. 내년부터 2개의 경기장을 가진 상암 e스포츠 전용경기장으로 옮기면서 이에 대한 방안을 밝혔다. 다소 성에 차지 않는 면이 있더라도 파트너로서 나름 최선을 다했다. 다만 도출을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또 라이엇게임즈와 몇몇 사안에서 이견을 보이며 신뢰에 금이 간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파트너십을 깰 정도의 심각한 점은 아니었다.


라이엇게임즈는 자신들이 가진 큰 그림을 보다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설득하려는 배려가 다소 부족했다. 종목사의 독단이 얼만큼 무서운지를 잘 알고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e스포츠 주체들과 그 어떤 회사보다 적극적으로 협의하는 라이엇게임즈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크다.

라이엇게임즈가 의도하는대로 롤챔스 경기를 일주일에 두자릿수 이상으로 확대, 한 회사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울 때 자연스레 복수의 중계사 방안이 도출될 수 있겠지만 8경기 체제에서는 다소 시기상조로 평가된다. OGN 의존도를 줄이고 타 방송사의 역량강화라는 나름의 의도는 있겠지만, '자연스러움'이 아닌 인위적인 변화는 반발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프로야구처럼 하루에 5경기가 동시에 열리고 한 시즌 800만명 가까운 관중이 드는 경우 중계사가 5개에 이르지만, 이 정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프로농구나 프로배구는 독점 혹은 2개 정도의 방송사만 관여하고 있다.

게다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롤챔스라는 브랜드를 키운 OGN, 그리고 이를 지켜봤던 팬들의 입장에선 SPOTV게임즈의 갑작스런 등장이 '밥상에 숫가락만 얻는 행동'이라고 여기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차라리 SPOTV게임즈가 KeSPA컵이나 각종 단기 대회, 하부 리그 개최 등을 통해 역량을 키우고 'LoL' e스포츠에도 기여를 하는 선투자가 있어야 팬들도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향후 롤챔스와 같은 경쟁력 있는 대회를 신설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3자 협의체의 구성원인 한국e스포츠협회의 중재 노력도 필요하다. 게임단의 연합체라 할 수 있는 협회는 자신들의 노력이 간과된 상황에서 현재의 갈등 표출화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협회는 사업권에 적극 개입하거나 협상을 종용하기보다는 한국 e스포츠의 발전이라는 더 큰 그림을 제시해야 한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인다'라는 말처럼, 두 주체가 하기 힘든 부분을 메워줘야지 판이 깨지는 것을 방조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세 주체가 가장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팬들의 마음이다. 팬을 다시 e스포츠판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을 그동안 우리는 직접 목도했다. 라이엇게임즈의 '팬 중심'(fan-focused) 철학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스포츠1팀 차장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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