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주변에 의해 행복해지고 그렇게 받은 사랑으로 스스로를 가꿔나간다. 모델이자 배우로 20대를 살다 서른 중반에 이른 지금 영화 감독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MC로 음악인으로 부지런히 지평을 넓혀나가는 이영진을 보고 있으면 드는 생각이다.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도전을 했으나 하나 하나의 성취에 연연해하기보다 지금 여기에서 행복한 것이 더 중요한 이영진의 인생 철학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은 영향이다.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시즌2 세 번째 주인공은 스타일리스트 리밍이다. 이영진과 리밍, 두 사람의 인연의 시작을 이야기하다보니 어느 새 '응답하라 1998'쯤 되어버린다. 1998년 아직 여고생이었던 이영진은 디자이너 하상백의 쇼로 모델 데뷔를 하게 되고, 스타일리스트 리밍 역시 바로 그 해 매거진 휘가로 화보로 패션계에 데뷔하게 된다. 햇수로만 17년. 이들의 대화만 기록해도 패션사의 큰 맥락을 잡을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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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밍(이하 밍) : 맞아요. 그 때는 코디네이터라고 했었죠. 당시 휘가로, 신디 더 퍼키와 같은 매거진으로 시작을 했는데 풀 화보보다 뭔가 스타일링이 보이는 것들을 많이 찍었어요. 당시에는 스타일리스트라는 명칭이 없었고 그래서 (지금 스타일리스트들이 하는 일이) 각자의 역할이 구분이 됐어요. 기자가 콘셉트와 레이아웃을 잡으면 거기에 맞춰 코디네이터가 옷을 준비했었죠.
이-패션 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밍: 워낙 옷을 특이하게 입다보니 학교 선배 중 자유기고를 하시던 분이 패션 잡지 쪽 일을 제안해주셔 어시스트로 시작하게 됐어요. 기자 쪽도 제안을 받았지만 전 코디네이터가 하고 싶었죠. 처음에는 매거진 화보 1~2p 정도를 찍었고 커버까지 제법 빨리 찍었어요. 당시 패션 잡지들이 패션계를 활발하게 리드했어요. 매거진 커버를 놓고 경쟁도 꽤 치열했어요. 그 커버를 위해 함께 열심히 일했던 코디들이 많았어요. 지금의 정윤기 오빠나 강윤주 언니 등도 모두 그 때 있었답니다.
이-패션 일을 하기 전 리밍의 스타일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밍: 지금의 '응답하라' 스타일이었어요. 제가 선도부였는데 워커를 참 많이 신었어요. 등잔 밑이 어두웠던 거죠, 하하. 또 아빠 타이로 벨트를 만들어보고, 옷장을 다 뒤져 스타일링을 하기도 했어요. 부모님도 옷을 직접 맞춰입을 정도로 패션에 관심이 많아 그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이- 패션은 감이 중요한 작업이잖아요. 선천적으로 타고난 부분이 있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트레이닝을 받으면 충분히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나요?
밍: 선천적인 부분이 전혀 없으면 어려운 것 같아요. 저 역시 어시스던트들을 훈련을 시켜 보면, 확실히 선천적으로 잘 하는 아이들이 잇어요. 물론 후천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100명 중 1명인 것 같아요.
이-창의성이 중요한 일이다보니 분명 막히는 경우도 있을텐데, 그럴 땐 어떻게 극복하나요? .
밍: 과거에 일본에서 어떤 문화적 충격을 받은 것이 사람들이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특이하고 재미있게 뽐내고 다니는 부분이었어요. 저 같은 경우, 답이 안 나오면 일본에 그렇게 여행을 자주 갔어요. 하라주쿠에 앉아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그렇게 재미있고 신선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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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 믹스매치를 좋아했어요. 또 성격 자체가 지고지순하지 않고 반항적이라 비틀기를 많이 했어요. (브랜드 등에서) 정해 준 스타일 그대로 가는 것은 카달로그 찍는 느낌이고 나 아니라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 같아 대부분 비틀었는데 다행히 반응이 나쁘지 않았죠. 그런데 이제는 빤하지 않을 거라는 기대가 너무 커져 어쩔 때는 부담스러워요. 조용하고 평범히 가고 싶은데 기대치가 높아버리니, 뭐라도 찢어야 하나 싶고. 하하하.
이- 화보 작업에 패션쇼 스타일링 디렉터 그리고 영화 스타일링, 영화 포스트 스타일링, 방송 활동 까지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해왔어요.
밍: 변천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던 것 같아요. 전 프리랜서라 어떻게 보면 불안정한 직업인데, 어렸을 때부터 이를 대비한 훈련을 했어요. '아, 이번 달에 세 개 했네. 불안해' 이렇게 생각하면 답이 없죠.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스스로 당당해야 한다 싶어서 약한 소리를 아예 안했어요. 사실 제가 일을 시작할 때는 지금보다 더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었거든요. 이제는 스타일리스트라는 명칭도 생기고 차츰차츰 일의 범위가 넓어졌죠. 광고계에서도 또 의류 브랜드에서도 우리를 전문가로 인정하게 되고 영화 시장 역시 갑자기 커지면서 차별화를 위해 스타일리스트를 영입해 찍기 시작했고요. 어떻게 보면 제가 자연스럽게 시기를 잘 타고 지금에까지 온 것 같아요.
이-그러고보니 리밍 스타일리스트의 커리어에 큰 굴곡은 없었던 것 같아요.
밍: 문제가 생기면 막 고민하는 타입이 아니라 버릴 것은 버리고 대안을 찾는 스타일이에요. 어떻게 보면 좀 냉정한 면도 있어요. 일 할 때의 저와 개인의 저는 굉장히 다른데, 일을 할 때의 저는 훈련이 되어 있는 모습이고, 혼자의 저는 굉장히 게으르고 잠도 많아요. 그런데 요즘 친구들이 훈련을 잘 안해놓아서 일과 관계, 모두에서 좀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사실 저희가 하는 일이 연예인과 함께 있어 화려해보이다 보니 주변에서는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하지만 현장에 한 번 같이 있어보면 그 업무량과 업무정도에 대해 모두들 놀라고 가죠.
인터뷰②에서 계속 ...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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