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 이정현 여우주연상, '20년만에 청룡 트로피를 다시 한 번'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5-11-24 19:55 | 최종수정 2015-11-26 22:56


한국 영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3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6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청룡영화상'은 1963년 처음 개최된 이래 한국영화 산업의 찬란한 발전에 기여하며 가장 신뢰받는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상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올해 시상식은 역대 최강급 후보들이 포진해 있어 불꽃튀는 접전이 예상된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이 소감을 전하고 있다.
경희대=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이정현, 20년만에 청룡 트로피 다시 들다.'

배우 이정현이 26일 서울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성대하게 개최된 '제3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더욱 탄탄히 했다.

이정현은 생계밀착형 코믹잔혹극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인생에 찌든 수남 역을 독특하게 묘사해냈다. 단순하면서도 마음고생 몸고생을 달고 사는 여인 캐릭터를 그만의 연기력으로 소화해낸 것. 어두운 판타지같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이정현은 홀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캐릭터를 맡아 '고군분투'라를 표현이 맡을 정도로 열연을 펼쳤다.

그는 수남 캐릭터에 대해 "박찬욱 감독도 근래 본 시나리오 중 최고라고 추천해줬다. 나도 시나리오를 받은 뒤 한 시간 만에 다 읽었다. 이야기에 끌리고 캐릭터에도 반해서 출연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수남 캐릭터는 이정현만이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면이 많다. 예쁘지도 상큼하지도 성숙하지도 않은 이 여성을 이정현이 아니면 누가 그려낼 수 있을까. 어리숙해 보이면서도 후반부에는 광기 어린 모습으로 살인을 일삼는 수남은 우리 시대 '헬조선'을 사는 서민들의 잔인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 영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3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6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청룡영화상'은 1963년 처음 개최된 이래 한국영화 산업의 찬란한 발전에 기여하며 가장 신뢰받는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정현이 동료들의 축하속에 무대에 나서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혜성처럼 등장했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이정현의 데뷔는 강렬했다. 1996년 영화 '꽃잎'에서 소녀 역을 맡은 이정현은 파격적인 연기로 충무로를 발칵 뒤집어 놨다. 열차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치는 장면은 아직도 영화팬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있다. 그리고 그 해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거머쥐며 가장 주목받은 신인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후에는 가수 활동에 집중하며 영화에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또 중국으로 활동범위를 넓히면서 국내 무대에서 보기 쉽지도 않았다.

그가 다시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해 1700만 관객을 모으며 한국 영화 역대 최다 관객수를 기록한 '명량'에서다. '명량'에서 그는 임준영(진구)의 말못하는 아내 정씨 부인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대사가 없지만 이정현 특유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며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이다.

게다가 이렇게 오랜만에 다시 스크린에 서기란 누구라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동안 충무로에서 쌓아놓은 경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그는 열정 하나로 컴백을 택했다. 이정현은 3억원의 제작비가 든 저예산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위해 노개런티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안타깝게도 그의 열정에 흥행의 여신이 손을 들어주지는 않았다. 관객수는 4만 300여명에 그쳤다. 하지만 작품성과 이정현의 연기력은 완벽하게 인정받았다. 그리고 20년 만에 원톱 주연을 맡아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트로피까지 거머쥐며 이정현은 올 한해를 인생 최고의 해로 만들었다.


한국 영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3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6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청룡영화상'은 1963년 처음 개최된 이래 한국영화 산업의 찬란한 발전에 기여하며 가장 신뢰받는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상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올해 시상식은 역대 최강급 후보들이 포진해 있어 불꽃튀는 접전이 예상된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이 전년도 수상자 천우희에게 트로피를 받고 있다.
경희대=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이정현은 "정말 감사하다. 너무 쟁쟁한 선배님들이 계셔서 전혀 수상 생각을 못했다. 너무 작은 영화라…"라며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정말 너무 감사드린다. 96년도에 '꽃잎'으로 오고 20년 만에 처음 청룡 와서 너무너무 재밌게 즐기다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상까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스태프에게도 감사드린다. 좋은 영화 소개해주신 박찬욱 감독님께도 감사드린다. 이것을 기회로 다양성 영화들이 좀더 많이 사랑받아서 한국영화도 더욱 발전되면 좋을 것 같다. 정말 너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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