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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3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6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배우 전혜진이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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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폈다.
배우 전혜진이 드디어
날개를 폈다. 사실 전혜진은 연기 경력 18년을 자랑하는 베테랑 배우다. 그러나 대중은 그를 '이선균 아내'로 더 잘 알고 있다. 브라운관보다는 스크린과 더 친한 배우이기도 하고 2009년 영화 '작은 연못'이후 2013년 '더 테러 라이브'로 복귀하기까지 무려 4년이란 공백기간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스로도 "'이선균 아내'이기 때문에 남편에게 누가될까 연기할 때 조금 더 조심스러웠고 부담됐다"고 말했을 정도로 '이선균 아내'라는 타이틀이 주는 부담감이 상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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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3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6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청룡영화상'은 1963년 처음 개최된 이래 한국영화 산업의 찬란한 발전에 기여하며 가장 신뢰받는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상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올해 시상식은 역대 최강급 후보들이 포진해 있어 불꽃튀는 접전이 예상된다.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사도'의 전혜진이 유아인의 축하를 받고 있다. 경희대=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5.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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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 '사도'로 인생 역전 찬스를 썼다. 모든 걸 벗어던지고 자신만의 연기 세계를 펼쳤다. '사도'는 조선시대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인 사도세자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전헤진은 사도세자의 생모이자 영조의 후궁인 영빈 이씨 역을 맡았다. 영빈이씨는 영조에게 제 배 아파 낳은 아들 사도세자를 죽여달라 간청하는 인물. 손자 정조를 지키기 위해서였다고는 하나 이보다 더 잔인할 수 없는 인생사다. 스스로도 이 장면은 와인을 마시고 나서야 촬영할 수 있었다고 했다. 차마 맨정신으로는 이처럼 가혹한 인생을 연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캐릭터에 깊게 몰입했다는 얘기다. 또 사도세자가 죽고난 뒤 며느리 혜경궁 홍씨의 손을 잡고 "내 탓이 아니지 않냐"고 오열하는 장면 역시 관객의 뇌리에 깊게 박혔다. 이제까지 영조와 사도세자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숨 한번 크게 쉬지 못한채 모든 걸 자신의 잘못으로 감내하며 살아왔던 세월에 대한 속마음을 마침내 표출시킨 것. 18년차 베테랑 배우 전혜진이 아니었다면 감히 소화할 수 없는 무게였다.
청룡 역시 이 장면을 잊지 않았다. '국제시장' 라미란, '극비수사' 장영남, '베테랑' 진경, '카트' 문정희 등 쟁쟁한 후보들이 가득했지만 결국 자식을 제손으로 죽일 수밖에 없었던 친모의 절규를 뿜어낸 전혜진의 손을 들어줬다. 이제는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배우 전혜진'으로 훨훨 날길 바라는 마음에서 처음으로 전혜진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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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3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6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전혜진이 송강호와 유해진의 축하를 받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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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진은 "너무 많은 분들이 계신다. 익숙한 저 두 인물을 보고 얘기해야 겠다. '사도'를 찍으면서 영조와 사도 사이에서 둘 중 누구 하나라도 저버릴 수 없는 위치에서 너무 힘들었었다. 그런데 오늘 또 두분이 나란히 주연 후보에 오르셨다. 축하 드린다. 얼마 전 친구가 조연 후보에 올랐다며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누가 될 것 같냐고 물으니 그 친구가 관객으로서 올해 정말 좋은 작품을 만들어주시고 연기해주시는 모든 분들이 다 받을 만 한 것 같다고 하더라. 정말 올해 좋은 영화가 많이 나왔다. 모두 받을 만한 자격이 있으신 분들이다"고 전했다. 이어 "20대 초 영화를 시작했는데 여배우란 타이틀이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사도'를 찍고난 뒤 모든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감사히 여기려 노력 중이다. 오늘 어쨌든 즐기려 한다. 오랜만에 만나서 여보 미안해, 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사도'란 작품 만나게 해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이선균 고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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