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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놈이다' 이유영, 몸사리지 않는 진짜 배우의 탄생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5-10-29 08:08


영화 '그놈이다'에 출연한 배우 이유영이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포즈를 취했다.
28일 개봉하는 영화 '그놈이다'에서 이유영은 또 다른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그놈이다'는 연쇄살인범에게 여동생을 잃은 남자가 범인으로 평범한 약사를 지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스릴러 영화다. 이유영은 귀신을 보는 여자 역할을 맡아 주원이 범인을 쫓는 데 도움을 준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10.27

[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영화에 못 생기게 나와서 앞으로 시나리오 안 들어오면 어떡하죠?"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발랄하다. "사진발은 더 안 받는 것 같아요." 장난스럽게 뾰로통한 표정도 지어 본다. 배우 이유영의 밝은 기운이 주변 공기를 포근하게 덥힌다. 영화 속 강렬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밀라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장편 데뷔작 '봄'에서는 누드모델이 된 시골 아낙이었고, '간신'에서는 욕망에 사로잡힌 기녀 설중매로 분해 파격 연기를 펼쳤다. 28일 개봉한 '그놈이다'에서는 죽음을 예견하는 능력을 지닌 여자 시은 역할이다. 출연작 3편 모두 범상치 않은 '센 캐릭터'다. "그래도 이번에는 15세 관람가랍니다.(웃음)" 너스레 이후 이유영의 들려준 진짜 속내는 이렇다. "제가 잘 해낼 수 있는 역할인가 고민하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돌이켜보면 도전적인 작품과 캐릭터에 좀 더 끌렸던 것 같아요."

'그놈이다'의 시은은 자신의 미스터리한 능력을 발휘해 살인범을 쫓는 주인공 장우(주원)를 돕는다. 죽음을 보는 시은의 음울한 얼굴은 관객을 오싹 얼어붙게 만들지만 한편으론 진한 연민을 자아낸다. "감독님과 시은의 과거사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어느날 갑자기 영적인 능력을 갖게 되면서 집에서 도망쳐 나왔고, 사람들이 없는 외딴 어촌 마을에 숨어 살게 된 게 아닐까. 정상적인 삶을 잃어버린, 겁 많고 음츠러든 아이인 거죠. 그래서 무녀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거리를 뒀어요. 귀신을 본 상상을 하면서 그때 내 몸 상태가 어떨까 궁리했죠. 호흡이 멎고 심장이 쿵쿵 뛰지 않을까. 몸을 긴장시켰다가 풀어보면서 여러 시도를 해봤어요. 실제 촬영에선 눈의 실핏줄이 터지기도 했죠."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연기 호흡을 맞춘 주원과 유해진은 이유영에게 큰 자극이 됐다. "주원 선배는 정말 성실해서 제가 부끄러울 정도였어요. 역시 잘되는 사람에겐 이유가 있구나 싶었죠. 해진 선배의 꼼꼼하고 철저한 준비를 보면서 제 연기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고요. 선배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어요.

'그놈이다' 촬영 이후 스스로 성숙해졌다는 걸 느낀다. "작품 전체를 보는 눈"을 갖게 됐고 "작품 안에서 캐릭터의 쓰임새와 책임"에 대해 깨닫게 됐다. 비록 "못 생기게 나올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이유영은 노출 연기에 대한 주변의 걱정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작품을 위해 꼭 필요한 노출이라면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오도록 노력하는 편이 부담감을 갖는 것보다 훨씬 낫죠. 아름다운 시절의 모습을 영화에 담아두면, 한참 뒤 나이 들었을 때 저 자신에게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당찬 성격을 보면 천생 배우 체질인 것 같은데, 10대 시절에는 한번도 배우를 꿈꿔본 적이 없다고 한다. 고교 졸업 후 세상을 경험하겠다는 생각에 여러 아르바이트도 하고 2년간 미용사로 일하다가, 부모님께 좋은 딸이 되기 위해 대학에 가기로 마음 먹고서야 처음 연기를 시작했다. 실기만으로도 입학할 수 있는 전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에 적성이 맞았다. 연기 레슨을 받으면서 하루 24시간이 부족하게 살았다. "이렇게 재밌는 일이라면 평생 해도 되겠다"는 결심이 섰다.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입학했고, 여러 단편영화를 찍으며 차근차근 실력을 다졌다. 김고은, 박소담이 이유영과 대학 동기다.

"연기를 하면서 저 자신도 몰랐던 제 모습을 발견하곤 해요. 성격도 바뀌었고요. 많은 걸 보고 경험하고 느끼면서 평생 연기를 한다면 훨씬 더 좋은 사람으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만하지 않고 책임감 있게 연기하고 싶어요."

이유영은 얼마 전 홍상수 감독의 신작 촬영을 마쳤다. 이유영의 실제 모습과 가장 닮아 있는 캐릭터다. "거절할 수 없는 도전이었다"는 이유영은 "빨리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며 또 다른 '도전'을 향해 한 걸음 내딛고 있었다. suzak@sportschosun.com


영화 '그놈이다'에 출연한 배우 이유영이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포즈를 취했다.
28일 개봉하는 영화 '그놈이다'에서 이유영은 또 다른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그놈이다'는 연쇄살인범에게 여동생을 잃은 남자가 범인으로 평범한 약사를 지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스릴러 영화다. 이유영은 귀신을 보는 여자 역할을 맡아 주원이 범인을 쫓는 데 도움을 준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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