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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최근의 한국영화는 '배성우가 나온 영화'와 '배성우가 나오지 않은 영화'로 나뉜다들 한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1300만 흥행작 '베테랑'부터 칸국제영화제 초청작 '오피스'와 독특한 멜로 영화 '뷰티 인사이드', 그리고 22일 동시에 개봉한 '더 폰'과 '특종: 량첸살인기'까지 주목받는 영화에는 반드시 '배성우'가 있다. 11월에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와 '내부자들'도 개봉한다. 10월 영화 2편이 뒷심을 발휘하면 '배성우 영화'가 동시기에 4편이나 극장에 걸려 있는 진풍경이 벌어질 지도 모를 일이다.
'특종'에서는 연쇄살인범을 쫓는 형사 역할이고, '더 폰'에서는 잔혹한 살인범으로 나온다. 형사 배성우와 살인범 배성우가 충동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데, 관객들이 헷갈릴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인식조차 못할 수도 있다. 한 사람이 연기했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배성우의 연기 변신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천의 얼굴이다.
특히 '더 폰'에서는 손현주와 투톱 주연으로 영화를 책임진다. 1년 전 살해당한 아내(엄지원)로부터 전화를 받은 한 남자(손현주)가 과거를 되돌려 아내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과거와 현재를 하나로 잇는 연결고리가 바로 배성우다. 과거에선 여자를 살해하고 현재에선 남자를 위협하며 관객의 숨통을 조여온다. 검은 돈을 받고 해결사 노릇을 하고 있는 이 살인범은 전직 형사이자 어린 딸을 둔 아빠다. 형사가 무슨 연유로 범죄자가 됐는지 과거사 설명이 부족해 아쉬움이 남지만, 배성우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 영화는 뚜렷한 선악구도로 전개되기 때문에 악역에게 감정적 설득력을 부여하면 안 된다고 봤어요. 그렇다고 사이코패스로 보여서도 안 되고요. 감독님과 논의해서 인물을 '생활형 악인'으로 설정했어요. 그래서 너무 무섭지 않게, 선 굵은 느낌으로 표현하려 했죠."
이렇게 사람 좋게 웃을 땐 익살스럽지만, 웃음기를 거두면 금세 진지하고 무거워진다. 거기다 눈빛까지 벼리면 순식간에 주변 공기가 얼어붙는다. 변화의 낙폭이 크고 자유롭다. 그렇게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스스로 증명해왔다. "캐릭터의 직업보다는 어떤 사람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설득력과 흡인력이 있는 이야기"를 선택해온 결과다. '다작'이지만 다작 같지 않게 매번 새로울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배성우가 충무로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어떤 20~30대를 지나왔기에 40대에 각광받게 된 걸까. 스크린에서 만나보지 못한 그의 과거가 궁금했다. "고3 때 연극영화과 입시에 떨어지고 곧바로 대학로로 가서 뮤지컬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군대를 가게 됐고, 제대 후엔 3년간 무용단 생활을 했죠. 그 시기에 서울예대 연극과에 늦깎이 입학을 했고요. 이후론 계속 연극과 뮤지컬을 해왔어요."
지난 20여년의 연기 인생이 몇 마디 담백한 문장에 담겼다. 하지만 지금 그의 연기 내공을 보면 그 시간이 얼마나 치열했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가 관객에게 보여줄 연기가 무궁무진하게 남았을 거란 확신도 갖게 된다. 배성우를 기준 삼은 '영화 분류법'은 앞으로도 유효할 것 같다.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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