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무릇 예능천하를 읽지 않은 자와는 '무도'를 논할 수 없다,했다.' 지상파 채널은 물론, 신흥 세력으로 떠오른 종편과 케이블 채널까지 현대 예능은 춘추전국시대. 시청률 경쟁이 과열될수록 예능인들의 삶은 더 치열해지는 법. 난세가 영웅을 낳는다고 했던가.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이경규, 이휘재를 비롯해 신흥 예능 대세들에 이르기까지 흥망성쇠로 본 예능 영웅담을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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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송해에 대한 후배들의 존경심이야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12월6일에는 '송해 90수 헌정공연-웃자 대한민국'도 마련됐다.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가 주최하는 이 헌정공연에는 '개그콘서트', '웃찾사', '코미디빅리그' 등 대한민국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의 주역들이 총 출동하는 것은 물론, 7080 가수부터 K-POP 가수들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션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방송계 살아있는 전설, 송해가 지닌 영향력을 짐작할만하다.
예능계 뿐이랴. 외길로 우물을 파다 보니 그 공으로 나라에서 훈장도 받았고, 전국을 누비다 보니 맺은 인연도 넓다. 이렇게 맺은 지역과 주민들과 인연으로 대구에서는 '송해공원', 부산에서는 '송해거리'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의 이름이 검색어에만 올라도 전국민이 긴장할 정도니, '원조 국민MC'가 바로 그를 이르는 말이겠다.
송해의 본명은 송복희. 여자이름 같다는 놀림이 싫어 예명으로 바꿨다고 한다. 배를 타고 남으로 피란 오면서 인생이 '망망대해 위에 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예명을 '송해'로 붙였다. 지금은 MC로 잘 알려진 송해지만 원래 가수로 데뷔했다. 1955년 창공이라는 악극단에서 가수로 나선 그는 다양한 예능을 가져야 하는 악극단의 특징 덕분에 다양한 재능을 키우게 됐다. 1963년 영화 'YMS 504의 수병'에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영화배우로도 데뷔했으며, 1970년 TBC 동양방송에 '웃음의 파노라마'라는 코너로 코미디언으로서의 역할도 했다. KBS의 유일한 교통전문 라디오는 '가로수를 누비며'라는 프로그램으로 17년 DJ 생활도 했으며, 1988년부터 맡은 KBS '전국노래자랑'이 그를 대표하는 방송이 됐지만, 과거 행적을 보면 그야말로 '원조 만능 엔터테이너'다.
송해의 또 다른 비기는 눈높이 진행이다. '전국 노래자랑'만 봐도 한 회 한 회 최선을 다하는 그의 진심을 알 수 있다. 아무리 끼와 흥이 많다해도 일반인이 무대에 서면 긴장하지 않기 힘든 법. 송해는 떨고 있는 출연자를 녹화 전 미리 만나 정감어린 말로 긴장을 풀어준다고 한다. 그렇게 친밀감을 형성하면 무대에서 출연자들이 더 많은 것들을 쏟아낸다고 한다. 큐시트를 들지 않는 그의 진행법도 인상적이다. "1초라도 시선을 빼았기면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방송 진행 중에 절대 앉지 않는 것도 송해의 철칙. 참가자가 노래하는 동안에도 그는 자리에 앉지 않고 내내 서 있다. 출연자에 대한 존중이다.
송해를 논하면서 빼 놓을 수 없는 '전국노래자랑'은 80년도에 시작해 매주 일요일 1,700회 이상 방송을 해오며, 35년째 이어져 온 최장수 프로그램이다. '전국노래자랑' 20주년 기념으로 모든 시군의 시장과 군수들이 축하 화환을 보내기도 했을 정도. 개편 때 잠시 떠나있던 시간도 있으나, 88년 이후 현재까지 송해는 '전국노래자랑'과 함께하며 1000번이 넘게 무대에 올랐다. 서있기 힘들 때까지 '전국 노래자랑'을 진행하겠다는 것이 그의 의지다.
'전국노래자랑'이 이처럼 오랫동안 변함없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나 무대에 오를 수 있는 말 그대로 대국민 노래자랑의 형식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노래자랑의 주인공은 당연히 무대에 오르는 지역 주민들이다. 송해는 어떤 상황에서도 주민들을 최우선한다. 한 지역 녹화를 앞두고 군청직원이 무대 앞자리에 국회의원과 군수, 군의장 자리를 만드는 것을 본 송해가 마이크를 잠시 내려놓은 뒤 서슬퍼런 호통을 친 일화는 유명하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전국노래자랑'의 무대 맨 앞은 지역 주민들이 자리한다. 이들이 흥에 겨어 춤을 추고 노래를 따라하는 모습은 카메라에 그대로 담긴다. '전국노래자랑'의 주인공은 어떤 일이 있어도 주민이라는 송해의 지론이 있었기에, 국민 예능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송해가 방송계에서 더욱 귀감이 되는 이유는, 아흔이 다 된 나이임에도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해는 2013년 영화 '전국노래자랑'에 특별출연하는가하면, 추석특집 '아이돌 전국 노래자랑'에 MC로 나서며 시청자들의 반가움을 샀다. 젊은 배우나 아이돌과 어울려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것은 전세대를 아우르는 MC 송해만의 이미지 덕분이다. 이 또한 '전국노래자랑'의 이미지를 가져온 것이긴 하지만, 그만큼 대체 불가한 송해의 입지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프로듀서'에도 깜작 등장해 즐거움을 선사했던 그다. 김수현이 송해를 "해 형"이라 부르며 술주정하는 모습은 큰 웃음을 줬던 장면. 송해는 "제작진이 김수현에게 '훌륭한 연예인 되고 싶으면 내 사무실에 가라고 했다'고 하더라"며 "그날 둘이 술을 5병 마셨다. 드라마 속 모습이 진짜였다. '해 형'이라고 하더라. 내가 꼭 끌어 안아줬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최근 송해는 '나를 돌아봐'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송해는 어디서나 고참 대우를 받던 조영남 이경규를 한 번에 제압하며 그들의 새로운 모습을 끌어냈다. 대선배의 위엄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집에 가서 밥 먹다 웃음 나오는게 진짜"라며 썰렁한 개그로 후배들을 웃게 만드는가하면, '막내' 신고식을 치러야한다는 후배들의 말에 군대 말투를 쓰며 재치있게 상황을 받아쳤다. 자신을 화나게 만들 요량으로 조영남과 이경규가 싸우는 연기를 해도, 버럭 화를 내기는커녕 한 쪽에서 달래며 중심을 지켰다. 특히 송해는 "여동생 있습니까?"라는 박명수의 질문에 "있습니다. 근데 못 만납니다. 이북에 있어서..."라며 슬픈 표정을 지었고, 당황한 출연자들이 "원래 군대에서 이렇게 묻는다. 이럴 땐 동생이 20살쯤 돼야 하는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자 송해는 박명수에게 다시 물어보라 제안했고, "80살 차이나는 여동생이 있다"고 답해 긴장했던 출연진을 폭소케 했다. 자신의 아픈 개인사로 무거워진 분위기까지 반전시키며 노련하게 방송을 이끄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노장의 칼은 녹슬지 않았더라.
진정한 예능 고수는 멀리 앞을 내다보는 법. 송해 또한 오랫동안 방송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기 위해 자신만의 철칙으로 건강을 관리 하고 있다. 실제 송해는 아침을 거르지 않고 자주 걷는 등 건강한 삶을 실천하며 오랜 시간 시청자들을 만나고자 노력 중이다. 주당으로 소문난 그지만, 되도록 술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50년째 금연 중이다. 조영남은 그런 송해에 대해 "그렇게 깐깐하고 철두철미하시기 때문에 확고한 위치에 오르신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동엽, 유재석,, 강호동, 이경규, 이상벽 등 내로라하는 예능인들이 송해를 만나면 훗날 '전국노래자랑' 진행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고 한다. 그러면 송해는 "50년은 이르다" 대꾸한다고. 송해의 말처럼, '제2의 송해'는 한참 더 늦어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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