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복면가왕' 인기에 '뽕면가왕'까지? 그가 가면을 써야만 했던 사연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5-10-22 09:52



MBC '복면가왕'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가면을 쓰고 데뷔한 가수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트로트곡 '아싸라비야'로 활동 중인 '뽕면가왕'.

가면을 쓰고 무대에 서고 있지만 가면 뒤에 진짜 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비밀로 하고 있다. 다만 목소리를 들어보고 무대 위에서의 제스처를 살펴봤을 때 경력이 만만치 않음을 직감할 뿐이다.

화제의 주인공인 뽕면가왕을 만나 가면 뒤에 자신을 숨기게 된 사연을 직접 들어왔다. 그저 대중의 눈길을 끌기 위해 가면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사연을 들어보니 고개가 끄덕여 질만 했다. "실제로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인데 여러 이유로 대중 앞에서 웃음을 잃게 됐다. 트로트는 그동안 해오지 않은 장르지만 대중에게 편안하게 다가가기에는 가장 좋은 장르란 생각이 들었다. 가면을 쓰니 다시 신인이 된 듯 하다. 당장은 인기를 끌지 못한다해도 상관없다. 뽕면가왕은 앞으로 3년을 내다보고 만든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가면을 처음 썼을때만 해도 주변에서는 '복면가왕' 따라하기란 비난이 많았다. 여기에 장르까지 트로트이다보니 반짝하고 사라질 이벤트성 음반 출시란 비아냥도 피할 수 없었다.

뽕면가왕은 "그런 얘기를 알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 가면은 음악을 놓지 않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 같은 것이었다"며 "또 트로트를 부르지만 너무 가볍게 생각되지 않도록 너무 코믹하게 부르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가면 제작 과정이 궁금했다. 가면의 제작 비용은 무려 100만원. "가면 디자인을 놓고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뽕면가왕'이란 이름은 유쾌하지만 폼이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만들어낸 디자인이다"며 "100만원 짜리 가면이라고 하지만 평상시에는 종이백에 넣어다닐 정도로 관리는 허술하기 그지 없다"며 웃어보였다.


뽕면가왕의 데뷔 타이틀곡 '아싸라비야'는 아일렉 트로트팝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일렉트로닉에 익숙한 젊은 세대부터 트로트를 좋아하시는 기성 세대까지 쉽게 즐길 수 있는 중독성 강한 노래이다. 또한 트로트 곡으로는 국내 최초로 미국의 유명 스튜디오인 스털링 사운드에서 마스터링을 거쳐 듣는 즐거움을 배가 시켰다

뽕면가왕은 사실 지난 2007년 개봉된 영화 '복면달호'와 닮은 점이 많다. 록가수 봉달호가 가면을 쓰고 트로트 가수로 변신해 '이차선 다리'란 곡을 히트시킨다는 내용인데 뽕면가왕 역시 전직이 록가수이니 말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뽕면가왕은 평상시에는 가면을 벗고 록가수로 여전히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뽕면가왕은 같은 무대에서 한 번은 뽕면가왕으로, 다른 한 번은 가면 뒤 원래 가수로 노래를 하기도 했다.


그에게 가면은 어떤 힘을 줄까. 뽕면가왕은 "가면만 쓰면 음악적으로 자유로운 사람이 된다. 동시에 기존 무대에서 보여주지 못한 초인적인 힘을 얻게 된다"며 "당장은 트로트란 장르를 부르고 있지만 앞으로는 장르에 구애를 받지 않을 생각이다. 장르별로 가면을 달리 쓰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선택"이라며 웃어보였다.

평생 맨언굴로 노래를 부르다 갑자기 가면이 앞을 가로막자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당장 가면의 콧구멍이 너무 좁아서 호흡이 곤란하다. 그래서 일부러 콧구멍을 좀 늘렸는데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라며 "여기에 아무래도 가면 때문에 얼굴에 땀이 많이 흐른다. 가면에 흡수제가 붙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흐르는 땀을 다 담아낼 수는 없을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록을 부르가다 트로트를 소화하려면 창법이나 호흡 등 고쳐야할 것이 한두개가 아니다. 뽕면가왕은 "록 이전에 R&B를 전공했는데, R&B의 소울과 트로트의 한-흥이 서로 통하는 면이 있더라. 지금은 흥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나중에는 한을 표현하는 노래까지 불러보고 싶다"고 전했다.

아무리 가면을 쓰고 노래를 하고 있다지만 목소리까지 완전히 바꿀 수는 없는 법. 그러다보니 일부에서는 벌써 뽕면가왕의 정체가 누구인지 알아내기까지 했다. 더욱이 뽕면가왕은 돌출형 입에 수염까지 기르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쉽게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상황이다.

'정체가 언제 탄로났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뽕면가왕은 "아마 많은 분이 내가 누구인지 눈치를 챘을 수 있다. 그럼에도 계속 정체를 밝히지 않고 이렇게 활동을 할 것이다"며 "알면서도 모르는척 해주고 혹시나 하는 기대를 계속 갖게 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면서 뽕면가왕의 친숙하면서도 즐거운 이미지를 볼때마다 많은 분들이 행복해 질 수 있도록 내 안에 숨어있는 모든 끼를 발휘해 매번 최고의 무대를 선사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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