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무한도전' 기획안 투표, 시청자가 주인임을 천명하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5-09-22 10:31



[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MBC '무한도전'의 시청자들은 유난히 적극적이다. '무도빠'를 자처하는 열혈팬도 많다. 그럴 만도 하다. '무한도전'만큼 시청자의 참여를 열어 놓은 프로그램도 없으니 말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재미가 배가된다. 올해 3만 관중이 찾아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를 포함한 5번의 가요제가 그랬고, 지난해 실제 온·오프라인 투표와 선관위 개표까지 진행한 선거특집이 그랬다. '무한도전'의 오랜 팬들과 함께 한 '형광팬 캠프'도 있었다.

이번엔 기획안 대국민 투표다. 멤버들이 제안한 기획안을 시청자들의 투표로 뽑아서 실제 방송으로 제작한다. 전체 10개의 기획안 중 2개를 선정할 계획이다. '무한도전'의 시청자들은 공식 홈페이지를 열고 투표를 하느라 분주하다.

앞서 '무한도전'은 멤버들의 기획안으로 초대박을 쳤다. 90년대 인기 가수들을 강제 소환해 신드롬을 만든 '토토가' 특집, 노동의 신성함을 상기시킨 '극한알바' 특집이 멤버들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지난해 '특별기획전'이란 이름으로 멤버들이 기획안을 냈을 땐, MBC 예능국의 PD와 작가들이 기획안을 심사하고 평가했다. 그런데 이번엔 시청자들에게 그 역할을 맡겼다. 방송 아이템이 결정되고 밑그림이 그려진 상황에서 시청자들에게 문을 여는 것도 쉽지 않은데, 실현 가능성 여부와 상관없이 방송의 첫 단계인 기획안부터 공개하고 제작을 하는 건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무한도전'이기에 그다지 놀랍지 않을 수도 있으나, 사실 다른 프로그램에선 거의 시도된 적 없는 '파격'이다.

기획안의 내용도 흥미롭다. 멤버들과 똑같이 닮은 도플갱어를 찾아내 함께 촬영하기, 10년간의 도전들을 시청자가 직접 체험하는 엑스포, 기네스에 없는 사소한 종목에 도전하기, 재야의 숨은 웃음 고수 찾기, 중고물품 판매 수익금을 기부하는 벼룩시장, 트로트 가요제 등 10개 기획안 중 무려 6개가 시청자와 함께하는 구성이다.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까지도 시청자를 고려한 '무한도전'의 '시청자 중심주의'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바보 이미지 연예인들의 퀴즈 오디션, 예고제 몰래카메라를 통한 심리전, 연예계 가상 국무회의, 드라마 '전원일지' 에피소드 재현 등 '무한도전'의 특기인 심리전, 사회풍자, 드라마타이즈 형식의 아이템도 눈길을 끈다. 이 아이템들도 시청자가 참여할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무한도전'의 쌍방향 소통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멤버들이 무심코 내뱉은 말들을 제작진이 방송 아이템으로 발전시키거나, 멤버들의 기획안이 현실화되거나, 미리 벌여놓은 판에 시청자들이 참여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시청자들은 이제 제작 주체로 거듭나고 있다. 시청자가 주인의식을 갖고 직접 뽑은 기획안에, 시청자가 주체적으로 참여한 방송 아이템을 볼 수 있다는 건,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감흥과 재미를 줄 수 있다. 그 어떤 예능도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일을, 지금 '무한도전'이 해내고 있다.

suzak@sportschosun.com·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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