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주홍글씨는 지워질 수 있을까.
방송인 이수근과 노홍철이 복귀한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노홍철은 FNC엔터테이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MBC 파일럿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으로 복귀 신호탄을 쏜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2013년 발표된 동명의 독립영화 TV판으로, 20~30대 잉여들이 최소 생계비로 20일 간 유럽 전역을 여행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다. 불법 도박 파문을 불러왔던 이수근은 SBS 러브FM 추석특집 '전격 트로트 오디션쇼 트로피(이하 트로피)'로 지상파 프로그램에 복귀한다. 그는 지난 5월 tvN 'SNL코리아'를 통해 얼굴을 비춘 뒤 KBS N 스포츠 '죽방전설'을 통해 복귀 신고식을 치렀다. 이어 나영석PD가 연출한 인터넷 방송 '신서유기' 멤버로 합류했다. 그러나 지상파 프로그램 복귀는 2년 여만의 일이다.
물의를 일으킨 뒤 자숙 중이던 두 문제적 남자들이 본격적인 복귀를 위한 몸풀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과연 이들은 과거의 오명을 씻어낼 수 있을까.
선택 자체는 나쁘지 않다. 각자 자신의 최장점을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직접 여행사를 운영한 경력이 있는데다 MBC '무한도전'에서도 몇 차례 '홍철 투어'를 선보이기도 했던 노홍철은 야외 리얼 버라이어티에 강한 자신의 면모를 살려 여행 버라이어티를 택했다. 구수한 입담과 성실한 이미지가 강했던 이수근은 중장년층을 겨냥한 트로트쇼와 함께 KBS2 '1박2일'의 히로인 나영석PD의 손을 잡는 영리한 선택을 했다.
그러나 그 과정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노홍철과 이수근은 대중의 용서를 받기 위해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그렇다면 복귀가 우선이 아니라 대중의 용서를 먼저 구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의 행보는 이와 다르다. "마이크가 그리웠다"고 솔직히 토로했다면 동정표라도 샀겠지만, 아쉽게도 인맥 뒤에 숨은 모양새다.
이수근의 든든한 버팀목은 나영석PD다. 나PD는 "'죄인' 이수근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고 실제로 프로그램에 그런 자신의 마음을 녹여냈다. '신서유기'에서 이수근에게 '서유기' 속 손오공 캐릭터를 부여해 저주파 안마기를 몸에 달도록 했다. 이수근은 시도 때도 없는 자극에 몸개그를 선사했고, 제작진은 자막으로 그의 잘못을 탓했다. 진심어린 반성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한 식구 감싸기라는 불편한 시선도 피할 순 없는 대목이다. 이런 나영석PD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이수근은 지상파 복귀를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간과한 것은 대중이 화가 난 포인트다. 대중은 불법 도박 자체보다 가족사까지 공개하며 감정에 읍소하고, 어깨 무거운 가장 캐릭터로 성실함을 어필했던 이수근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다. 이 점을 무시하고 인맥에 기대 방송 재개를 꿈꾸는 모양새는 분명 좋지 않다.
노홍철 역시 마찬가지다. 노홍철은 과거 '무한도전'을 통해 인연을 맺은 손창우PD의 간곡한 설득 끝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본인의 의지나 정확한 사과는 없다. 그저 '의리에 따랐을 뿐'이란 뻔한 대답이다. 수차례 방송에서 "난 술 못 마신다"를 어필했던 그의 음주운전 소식, 그의 공백으로 '무한도전'에 피해가 갔다는 점에 시청자가 실망했다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대중의 선택이 어쨌든 이수근과 노홍철은 복귀한다. 과연 이들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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