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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 "인생을 다 바칠 때는 늘 야유와 욕을 들었는데, 짧은 방송에 좋아해주시는 걸 보고 허무하기도 하고 한편 행복하다"
서장훈의 진지한 얼굴 뒤에는 대중이 몰랐던 세 가지 그늘이 있었다. 그는 21일 방송한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자신의 꼭꼭 숨긴 상처를 500인 앞에 드러내고, 불혹에 다시 느낀 '행복론'을 설파했다.
첫번째 상처는 '이혼'. 서장훈은 오정연 전 아나운서와의 이혼에 대해 "정말 남남이었던 두 사람이 살면서 서로 맞추고 인내하는 과정이 부부생활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걸 제가 못했다"며 "인내를 못했고, 잘 맞춰가질 못했고, 그 경험을 통해서 내가 참 모자란 인간임을 느꼈다"고 파경의 책임을 모두 자기 탓으로 돌렸다. 이어 "그 분은 저에 비해서 젊고, 최근 새로운 출발을 했기 때문에 멀리서나마 마음 속으로 응원하는것 말고는 다른 것은 없는 것 같다"고 지지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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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훈은 "강자가 되면서 생긴 강박증이다. '목욕재개'라고 하듯 큰 일을 앞두고 시합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에 나만의 룰이 있다"며 그 사례로 '신발끈을 오른쪽부터 매기' '자유투 시도시 공을 튀기는 숫자', '외출시 문을 현역시절 등번호만큼 당기는 버릇' 등을 들었다.
그의 강박은 '최고의 경기'를 위한 작은 징크스에서 시작됐지만 나이를 먹으며 몸이 예전같지 않음을 느끼면서 강박으로 변질됐다.
서장훈은 "'즐기는 사람을 못따라간다'는 말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한다"며 "즐겨서 어떤 게 되겠나. 본인이 원하는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 올인하지 않으면서 성과를 낸다? 그런 일은 세상에서 없다고 생각한다"며 최고가 되기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며 살았던 현역시절을 회상했다.
또한 "어릴 때 농구를 정말 좋아했지만 제가 어느 정도 책임을 느끼고 나서는 단 한번도 즐긴 적이 없다. 목이 마비되고, 코뼈가 부러져도 했다. 저는 전쟁이라고 생각했다. 스포츠는 승패다. 승부가 직업인 사람이 즐긴다는 말을 전 용납 못했다"며 "역대 득점 1위-역대 리바운드 1위, 이렇게 온 힘을 다 짜내서 전쟁처럼 해서 그 정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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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20여년 가까이 환호와 호응을 받아본 적이 별로 없다. 전 늘 무찔러야 하는 사람이었다. 항상 외로웠다. 그래도 압도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더 집착하고 더 심하게 했던것 같다. 은퇴를 하고 많은 것을 내려놓고 방송을 하는데 대중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엔 단순히 유명한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조금은 좋아해주는 사람이 됐다. 한편으로는 허무하지만, 너무 감사하고 기분이 좋고 행복하게 느껴져서 방송생활을 하고 있다"
여러 상처를 딛고 일어선 그가 불혹의 나이에 느낀 행복의 의미는 남달랐다.
서장훈은 "남들은 '착한 건물주'다, '농구로 성공했'다 등의 말씀을 하시는데 과거 저보다 한참 연봉이 낮았던 후배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그 아이들이 뛰노는 것을 보면서 절대 돈은 행복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나이를 들면서 배우는 '행복'을 정의했다. 또한 "중학교 때 3분 뛰고 2점을 넣은 날이 있다. 공식대회 첫 골이었다. 제가 한국에서 골을 제일 많이 넣은 선수다. 지금까지 넣었던 1만 3,231골보다 가슴 뛰게 했던 한 골이었고, 그때의 서장훈은 행복했다"며 "지금 많은 것을 내려놓으니 행복하다. 내 생애 단 하나의 꿈은 최고의 농구 선수였다. 그 꿈은 은퇴로 이제 멈췄다. 남은 생은 즐기면서 사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장훈이 출연한 '힐링캠프'는 4.4%(전국기준,닐슨코리아 제공)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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